과거 바라던 평등·민주·평화
현재·미래 속 의미 재인식
전지구적 보편가치로 확장

역사는 단순한 과거가 아닌 현재이고 미래이다. 시간은 흐르기에 역사는 현재와 분절된 과거가 아니다. 우리는 과거의 영향을 받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고 그 영향을 받아 미래를 만들고 있다. 130년 전 동학이 바라던 평등 세상과 1980년 광주 시민이 외친 민주, 평화의 세상은 현재가 됐고 또 우리는 그런 미래를 꿈꾼다. 이같은 역사적 정신 유산의 가치를 예술로 탐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광주시립미술관이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특별전 '시천여민(侍天與民)'을 지난 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대사의 기점이 된 동학농민혁명 130주년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상흔을 예술로 승화하고 치유하기 위해 창설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 제목인 '시천여민'은 동학의 시천주 주문의 구절인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하느님을 모시고 조화 세상을 열어나간다)'과 오월정신의 핵심을 담은 '여민주공동체(與民主共同體·사람들과 더불어 공동체를 이뤄나간다)'를 축약한 것이다. 동학과 오월을 함께 조명해 두 사건을 개별적이고 분절된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닌 한국 근현대에서 민주, 인권, 평화라는 공통된 정신적 가치가 계승돼 왔음을 재인식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전시는 동학을 정신문화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한편 5·18이 남긴 오월정신의 뿌리로 삼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사회의 전지구적 보편가치로 제시한다.

총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동학&오월아카이브' '시천주조화정(侍天主造化定)' '여민주공동체(與民主共同體)' '뭇살음의 누리'로 펼쳐진다.
첫 번째 섹션은 동학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동경대전' '용담유사'를 비롯해 동학농민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의 배경, 전개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 구성된다. 두 번째 섹션은 동학의 '시천주(侍天主)' 사상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뭇 사람을 서로 존중하는 시천주 정신을 현재의 시대정신으로 재확인하고 동학농민혁명에 담긴 민중의 염원을 예술로 승화한 작품들이 관객을 만난다. 세 번째 섹션은 80년 5월 광주 시민이 하나로 결집해 정치권력을 장악하려는 신군부 세력에 맞선 5·18의 공동체 정신을 재확인하고 이를 광주정신으로 계승해 민주·인권·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확장하는 예술적 실천으로 채워진다.

마지막 섹션은 인간과 비인간의 평등을 인지한 동학의 삼경(三敬) 사상에서 착안해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공생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과거의 정신적 유산을 현재와 미래 담론으로 제시한다. 자기돌봄에서 타자돌봄으로, 나아가 지구돌봄으로 확장되는 동학의 정신적 가치가 현재와 미래에서는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살펴본다.
전시에는 국내 작가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대만 작가 총 45명이 참여한다. 제국주의와 식민지배, 전쟁과 국가폭력 등 근현대 역사에서 동아시아는 공통된 아픔을 지니고 있다. 참여 작가들은 예술의 형식 안에서 가해와 피해의 역사를 넘어 민주와 인권, 생명, 평화라는 보편적 정신문화를 공유하고 확산한다.

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개벽사상을 열고자 했던 동학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나아가 이러한 정신적 가치가 5·18광주민주화운동까지 계승된 과정을 살펴보는 전시"라며 "피맺힌 항쟁사에 깃든 생명공동체와 평화공동체의 가치를 되새기고 역사를 비추어 동시대의 시대정신을 생각해보는 예술공론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 1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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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현대 자화상 속 인간성 회복·화해 강조 '트랜스휴먼' 인간과 기계의 중간적 존재인 '트랜스휴먼'의 모습을 표현해온 기옥란 작가가 오는 20일까지 송정작은미술관의 초대로 전시회를 갖고 있다.작가가 천착하는 '트랜스휴먼'은 노화도 없고 아프지도 않으며, 영생을 추구하는 21세기 신인류의 바람과 맥이 닿아 있다. "오랫동안 철학 서적에 관심을 갖고 읽다 보니 트랜스휴먼의 의미가 신선하게 다가왔고 지난 2010년께부터 이를 주제로 한 작품을 시작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그는 트랜스휴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DNA, Digital, Design, Divinity(신성, 영성) 등의 4D와 Feeling(느낌, 감성), Female(여성성), Fiction(상상력)을 포함한 3F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해왔다.작가가 작품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인간성 회복'이다. 그는 트랜스휴먼을 바탕으로 인간 본질을 재탐구하고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기후위기와 전쟁, 인종문제 등을 초월해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인간과 공존하는 모든 것들과의 '화해' 역시 인간성 회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다.작가는 인간과 인간 간의 화해는 물론 도시와 자연의 화해, 정신과 물질의 화해, 실제 세계와 가상세계의 만남 등을 통해 인간과 자연, 기술이 어떻게 서로 융합하고 조화롭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이를 시각 언어로 형상화했다.'트랜스휴먼-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위한 변주곡'그는 직선과 곡선이 교차하는 리드미컬한 구성 속에서 비대칭적인 표현과 기호 등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삶과 예술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현대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은 중요한 작품 소재가 된다. 인종과 인종의 만남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느 곳에 가든 이방인(노마드)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과 삶과 죽음을 소재로 한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위한 변주곡' 등이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다. 또 인간의 에너지나 감성, 욕망 등이 어떻게 기술과 결합해 조화를 이루고 화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그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초월해서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인간에게 무엇인가 위안과 위로를 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기옥란 작가는 그동안 사진전을 포함해 70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 현대미술에뽀끄회, 이형회, 광주전남여성작가회, 그룹터, 침묵과 은유회 등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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