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퍼포먼스' 시리즈 등
신체미술의 대가로 불리는 작가
예술 세계 표현하는 매개 '다채'
몸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 활용

프랑스 거장 오를랑이 광주에서 대규모 전시를 갖는다. 자신의 신체를 매체로 다양한 작업을 펼쳐오며 충격과 반향을 일으켜 온 인물로 그의 작업을 통해 기술과 예술의 공존을 엿본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Gwangju Media Art Platform, 이하 지맵)이 광주비엔날레 30주년 특별기념전 '오를랑 하이브리드:A.rtistic I.ntelligence'를 지난 5일 개막해 오는 12월 5일까지 지맵 제1, 3전시실과 외벽 미디어 파사드월에서 이어간다.
이번 전시는 신체 미술의 대가이자 프랑스의 거장 오를랑의 개인전으로 광주에서는 최초이다. 오를랑은 신체로 끊임 없이 자신의 예술적 서사를 담아내는 작가이다. 지맵은 이번 전시를 통해 오를랑의 작품 세계가 신체 미술과 성형수술 퍼포먼스 등에 한정돼 단편적으로 해석됐던 것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신체를 매개로 기술과 함께 한 오를랑의 작업 세계에 집중,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자신의 몸을 '예술에 활용하는 소프트웨어'라고 말하는 그는 변형된 가상의 신체를 활용해 사회적 목소리를 강렬하게 전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기술이 가지는 무한한 장르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들로 기술 매체를 활용한 예술적 확장과 두 존재의 공생을 제시한다.
한국어를 하는 오를랑 홀로그램 신작부터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 프랑스에 보급된 단말기 미니텔을 활용한 작업 최초 공개까지 다양한 장르와 기술, 매체를 활용한 그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지맵은 오를랑의 작업을 통해 융복합 기술과 예술을 동시에 공생하는 영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오를랑은 1947년 프랑스 생테티엔에서 태어난 프랑스 대표 거장 예술가이다. 기존의 관습과 전통 속에서 주어진 이름을 거부하고 프랑스어에서 여성형, 남성형도 아닌 오를랑(ORLAN)이라는 이름을 자신에게 부여했다. 유전적으로 자연이 준 신체를 저항하고 변형하는 작업을 통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신체 예술의 장르를 개척해냈다.
그의 대표작은 1990년대에 3년 동안 뉴욕과 파리 등지에서 아홉 차례에 걸쳐 선보인 '성형수술 퍼포먼스 시리즈'. 자신의 얼굴과 몸을 예술 매체로 삼아 변형하고 절개했다. 국소마취만 하고 작가 자신이 직접 수술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생중계된 이 작품은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를 통해 그는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과 저항하는 몸, 주체적인 신체성과 자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내며 예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물리적 육체에만 작업을 한정 짓지 않고 유전자 등으로 고나심을 확장해 생명공학, 해부학 등 기술을 통해 자신의 신체가 재명명되는 예술적 활동을 이어나가며 기술로 작업을 확장시켜 나갔다.
이경호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센터장은 "세계적인 여성 거장 오를랑의 개인전을 지맵에서 개최하게 되어 기쁘고 광주 시민에게 광주비엔날레와 더불어 오랫동안 기술과 신체를 매개로 사회적 문제를 외쳤던 오를랑의 울림의 소리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며 "특히 이번 오를랑의 기후위기 관련한 신작은 전지구적 문제로 당면한 생태적 메세지를 공생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놓치지 않고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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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폭염'...예술이 전하는 '기후위기'의 경고 김수진 작 'Figverse' 기후 위기가 사람들의 삶을 위축시키고 있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것이 당연했던 일상이 이제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의 재난'으로 변하고 있다.최근 지속되고 있는 '수상한 폭염' 역시 기후위기의 경고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나라 주요 도시 폭염일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지속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평균 최고 기온 상승에 따른 폭염의 강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무등현대미술관이 지난 2013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환경미술제는 자연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기획전이다. 폭염과 폭우, 산불과 지진 등이 우연히 일어난 '재해'가 아니라 '인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데 뜻을 두고 있다.올해 11회를 맞는 환경미술제는 'Whispers of Nature-자연의 속삭임, 숨결부터 균열까지'를 주제로 지난 4일부터 8월 24일까지 개최한다. 전시회에서는 '숨결'과 '균열'이라는 두 개의 흐름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 감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전반부 '숨결'에서는 김수진, 선민정, 송필용, 이석중 작가가 참여해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과 생명력, 일상의 평온함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엄기준 작 '귀신고래'김수진은 무화과와 무화과말벌 사이의 공생 관계를 통해 생명과 순환, 그리고 존재 간의 필연적 연결성을 탐구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무화과 시리즈의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작업 흐름을 보여주는 세 작품을 내놓는다. 초기작 '어느날'은 일상 속 자연의 무심한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중기 '삶-하루'는 생명의 하루를 시간의 색으로 기록한다. 후기작 'Figverse'는 모든 생명이 하나의 우주로 연결돼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이석중 작가는 작품 '삶-동행'에서 메타세쿼이아의 푸른 생명력을 거침없는 붓질로 풀어내면서 그 위를 유유히 나는 백로를 통해 자연이 선사하는 평온과 치유의 순간을 보여준다. 특히 전시 공간은 은은한 어둠 속에서 새들의 지저귐이 퍼져나오는 사운드 연출을 더해 관람객이 오감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고요한 숲길을 거니는 듯한 몰입감은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하며 궁극적으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극대화시킨다.송필용 작 '물의 서사-소쇄'.송필용 작가는 '물의 서사-소쇄'를 내놓는다. 그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강렬한 색상대비와 물감이 흐르고 튀는 자취를 통해 물의 순환성과 자연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 현대인의 정서적 치유와 내면의 정화를 드러낸다.선민정 작가는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사용한 '곶자왈'에서 생명의 흐름과 생성-소멸의 리듬을 화면 위에 섬세하게 표현했다.후반부 '균열'에서는 문선희, 엄기준, 정송규, 조정태 작가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환경 훼손에 대한 문제의식을 예술적 언어로 응시한다.문선희 작가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 현장을 직접 찾아 사진으로 기록했다. 법정 발굴금지 기간이 해제된 매몰지들은 여전히 곰팡이가 피고 온전한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 작품 '2654', '11800_02' 등은 땅속에 묻힌 생명과 변화된 토양, 썩지 않는 비닐을 사진에 담아 인간이 저지른 흔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조정태 작 '신천하도'.엄기준 작가는 선박사고로 인한 기름유출과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 등 해양 생태계의 붕괴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화려한 원색과 세밀한 묘사를 통해 아름다워 보이는 화면은 해양 생명들이 겪는 고통과 파괴의 현실을 직면하게 한다.조정태 작가가 불길에 휩싸인 산과 검게 그을린 땅을 형상화한 '신 천하도(新 天下圖)'는 자연을 파괴해온 인간의 책임을 물으면서도 회복과 재생의 여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정송규 작가는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주제로 했다. 전체적으로 진한 갈색과 회색의 색조를 사용해 소실된 산림의 황폐함을 시각화하고, 중간 중간 남아 있는 불씨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전시를 기획한 박우리 학예실장은 "환경미술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으로 환기하는 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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