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다시 살린 삶"...73세의 '인생 2막'

입력 2025.12.10. 08:31 박소영 기자
서구 주민노래자랑 1위 문신호씨
죽을 고비 넘기고 시작한 노래
3년간 50여 개 수상 '쾌거'
국가대표 때 다진 성향 뒷받침
지난 6일 열린 광주 서구 주민노래자랑 '나도 가수다'에서 1위를 차지한 문신호(73)씨

"노래 부를 때 제일 살아 있는 기분이죠. 제2의 인생을 열어준 힘이에요."

73세 문신호씨에게 노래는 뒤늦게 붙잡은 취미가 아니라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한 하나의 축이다. 그는 지난 6일 광주 서구 주민노래자랑 '나도 가수다'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첫 소절을 부르던 순간을 떠올리며 문씨는 당시 관객의 환호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고 말했다.

문씨가 노래를 시작한 계기는 2019년 겪은 심장 질환이었다. 그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스텐트 5개를 삽입했다. 수술 다음날 심장이 파열되는 긴급 상황이 발생해 목포에서 광주 전남대학교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13시간의 대수술을 받았다. 이어진 3개월의 입원 기간 동안 그는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

문씨는 "어느 날 병실 TV에서 미스터트롯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때 들려온 임영웅의 목소리는 깊은 위로가 됐다"며 "회복 기간 너무 힘들었는데 마음을 붙잡아준 소리였다. 그날 이후 '나도 한번 불러볼까'라는 생각으로 조심스레 노래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문씨의 제2막 인생에는 과거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를 했던 운동선수 특유 끈기 있는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중학교 시절 처음 소프트테니스를 시작했고, 고교시절과 대학시절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전국체전 3위, 대통령배 우승 등을 경험하며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성격을 익혔다. 이후 사업을 하며 살았지만 심장 질환을 겪으며 삶이 멈춰 섰고, 비어버린 자리를 노래가 채웠다.

노래를 시작한 뒤 문씨는 선수 시절처럼 스스로 연습 루틴을 만들었다. 하루 200~300곡을 들으며 호흡과 발성을 익히고, 자신에게 맞는 음역대를 찾기 위해 반복했다. 무대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그는 '부딪쳐 보자'는 마음으로 대회에 나갔다. 첫 상은 2022년 서구 시니어 노래자랑 우수상이었다. 이후 전주·청주·진안·공주 등 호남 지역 다수 무대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휩쓸었고 최근 3년간 50여 개의 상을 수상했다. 문씨는 나이가 들었음에도 다시 성장하는 자신을 "신기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자신감도 그 과정에서 조금씩 되찾았다.

문씨의 일상은 노래로 활기를 되찾았다. 새벽 4시께 눈을 뜨면 곧바로 음악을 듣는다. 오후에는 연습실에서 발성 등을 점검하며 노래 연습을 하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휴대용 노래방 기계를 들고 광주천으로 향해 버스킹을 한다. 천변에서는 그를 알아보는 시민들이 생겼고, 박수를 건네거나 음료수를 주는 이들도 늘었다. 며칠 보이지 않으면 "왜 안 오시느냐"고 묻는 이도 있다.

문씨의 곁을 가장 오래 지켜준 사람은 아내였다. 그는 아내를 "매니저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어떤 곡이 목소리에 맞는지 골라주고, 무대 전에는 "힘 빼고, 천천히 불러요"라고 조언한다. 문씨는 "아내는 흔들리지 않도록 붙들어준 사람이다. 지금의 노래 인생이 가능했던 이유로 아내 덕분이다"고 말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전국 무대다. 올해 '실버아이TV 전국 시니어 가요제'에서 톱3에 오른 그는 내년 대상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광주·전남을 넘어 경상권과 수도권 무대에도 서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문씨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할 수 있을 때 끝까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