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축제 열고 수제맥주 생산
이달 30일까지 마을 역사 전시

해남군 황산면 연호리는 옛날 어촌이었다. 1960년대 간척사업으로 바닷가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연호포구~목포간 운행하던 연호 선박의 기착지로 쌀과 천일염, 목화가 외부로 실려나가는 서남해안 물류중심지였다. 슬픈 역사도 있다. 1963년 1월18일 영암군 해상에서 제주서 목포로 향하던 여객선 연호호가 거센 풍량속에서 좌초, 침몰돼 140명이 사망하고 단 한명만이 구조된 비극을 간직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호 마을 주민만 400명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을 만큼 번창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저출생, 고령화의 파고를 연호마을 역시 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위한 노력이 전남 어느 지역만큼이나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주민 자발적으로 보리축제를 통한 마을을 알리고 마을박물관 고방에서는 마을 역사 자료를 수집, 복원, 보존하고 있다. 마을에서는 수제 맥주회사를 운영, 지역 소멸위기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호마을은 '마을의 미술과 역사를 기록하다'는 주제로 미술전시회를 열고 있다. 9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황산면 신활력플러스 아케이드 카페에서 1달간, 마을 주민이 소장한 사진 앨범, 그림 등 연호마을의 역사가 담긴 수집물이다. 앨범 속에는 연호마을 사람들이 살아온 내력과 활동들이 빛바랜 사진속에서 켜켜이 자리잡고 있다. 마을기업 연호에서 기획하는 이번 전시회 중심에는 민경진 경영이사가 자리잡고 있다. 연호리에서 태어나 초, 중학교까지 마치고 구례자연드림에서 10여년간 근무하던 기간을 빼놓고는 고향을 떠나 본적이 없다. 2019년 자연드림을 퇴직하고 마을기업 연호와 농업회사 설립을 주도하고 지역민과 함께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에 주력했다. 우선적으로 쌀, 보리, 배추 중심의 영농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은 것이 20만평에 이르는 마을 청보리밭이었다. 고창 청보리축제에 뒤질 이유가 없다는 의지로 마을주민들과 뜻을 모아 청보리 축제를 열었다. 이때 마을기업 '연호'를 설립했다. 마을기업 '연호'와 주민들의 적극 참여로 3천명의 방문객들이 연호마을을 찾아왔다. 대성공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매일같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서 마을축제를 준비했습니다. 축제 음식 종류선정에서부터 홍보까지. 모든 것이 서툴러도 새롭고 설레었습니다."
청보리축제는 이후 코로나19로 침체를 겪기도 했지만 그 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높아진 마을 자긍심은 마을기업 연호에 대한 참여 반응으로 나타났다. 설립 초기 박칠성 이장을 중심으로 시작해 40여명의 주민들이 회원으로 든든한 동반자가 돼주고 있다. 이들은 마을의 작은 편의점 점방, 마을 경관 개선, 마을요양원건립 등 적지만 살아 움직이는 공동체 활동을 쉼없이 펼쳐내고 있다.
마을기업 연호는 새로운 시도로 지역의 부존자원 활용으로 지역활성화를 모색했다. 눈에 들어온 것이 연호마을 앞 들판의 녹색물결 일렁이는 맥주 보리였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관내에 가공시설이 없어 전량 산물로 외부에 출하되는 현실을 바꿔 보고자하는 바람에서 출발했다. 맥주를 잘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지역을 찾아오는 것을 목격하고 있던 터라, 맥주보리를 활용할 방법으로 찾은 것이 수제 맥주 제조였다. 2021년이었다. 현산면에서 소규모로 맥주를 제조하고 있는 김단 씨를 접촉해 수제 맥주공장 건립에 나섰다. '연호'에는 수제맥주 제조 허가가 나있어 실행에 옮기는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농촌진흥청과 마을기업연호 등이 5억원을 투입해 수제맥주공장을 건립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다시 민 이사의 얘기다.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연호리에 많은 사람들이 오게하는 것이 최고 목표였습니다."
다행히 연호 맥주는 좋은 반응을 얻었고 지난해에는 5억, 올해는 7억원 정도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호맥주는 자체 브랜드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유통되고 있는 수제맥주를 주문자 생산을 하고 있기도 하다.

연호맥주는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계속적인 확대에 나서고 있고, 이번에는 600㎖ 용기에 담은 상품을 개발했다.
이번 마을미술관 전시회를 통해 연호리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가질 계획이라는 민 이사는 "지방소멸에서 사라져가는 마을을 기억하고 소생시 방안은 무궁무진하다"면서 "소멸시대에는 지역의 경쟁력이 마을 주민수도 있지만 마을 콘텐츠가 무엇이냐에 따라 경쟁력이 보장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용규기자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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