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의 앞날에 축복을"···광주서 장애인·소외계층 합동 결혼식

입력 2024.12.29. 14:18 임창균 기자
장애인·탈북자 등 사실혼 6커플 27일 결혼
"돈없어 결혼 생각못하고 10년 함께 살았다"
곰도리봉사회 2022년부터 3년째 매년 추진
광주 각계각층 100여명 지원·축하
27일 오전 광주 서구 벽진동 제이아트웨딩홀에서 합동결혼식이 열린 가운데 6쌍의 부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결혼할 여유도 없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 속에 축복받게 돼 너무 기쁩니다."

2024년을 며칠 남기지 않은 27일 오전, 광주 서구 벽진동 제이아트웨딩홀에서는 특별한 결혼식이 진행됐다.

'제3회 아름다운동행 행복한 첫걸음 장애인 및 소외계층 합동결혼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결혼식은 부부의 연을 맺고도 개인사정으로 결혼식을 열지 못한 장애인 부부 3쌍, 소외계층 부부 3쌍이 많은 하객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광주시곰두리봉사회와 ㈔광주시사회복지심부름지원센터에서 주최·주관한 합동결혼식은 올해로 세번째를 맞았으며 앞선 결혼식에서는 2년 동안 각각 10쌍의 부부가 결혼식을 올렸다.

27일 오전 광주 서구 벽진동 제이아트웨딩홀에서 합동결혼식이 열린 가운데 문성숙·오은희 부부가 전남대학교 학군단 후보생들의 예도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이날 결혼식 대상자는 지난 5월부터 5개월간 광주 5개 자치구 복지과, 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에 공고를 통해 모집했다.

총 25쌍의 부부가 신청을 했으나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사정이 더 어려운 가정과 연장자 순으로 6쌍을 추렸다.

결혼식에 필요한 예산 5천여만원과 결혼식 준비에는 이미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광주지회 회장(대명엘리베이터 대표), 이학재 아로마라이프 회장, 박소민 경보환경 대표, 천송이 주식회사 의진 대표, 윤정희 금빛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최장권 제이아트 대표 등이 도움을 줬다.

이날 결혼식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진건 광주장애인총연합회 이사장 등 각계각층에서 100여명이 참석했다.

신랑신부 입장에 앞서 테너 이대형과 소프라노 김은혜는 '그대 행복을 내게 주는 사람'을 함께 부르며 결혼식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화촉은 신랑 측 혼주를 맡은 이정재 광주시민사회단체 총연합회장과 신부 측 혼주를 맡은 김향덕 인맥스디자인 대표가 밝혔다.

긴장된 표정으로 버진로드 앞에 선 신랑신부들은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기 위해 서로의 손을 맞잡고 멋쩍게 웃어 보였다.

신랑 문성숙(61)씨와 신부 오은희(62)씨는 10년째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살고 있다.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오씨는 장애인 단체 등에서 활동을 하다 친구의 소개로 문씨를 만나게 됐다. 오씨는 "새혼 부부인 것도 있지만 몸도 불편하고 경제적으로도 결혼식을 올릴 사정이 안됐다"며 "봉사회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올리게 돼 너무 기분이 좋고 앞으로 더 사랑하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광주 서구 벽진동 제이아트웨딩홀에서 합동결혼식이 열린 가운데 6쌍의 부부들을대상으로 혼인서약과 성혼선언문 낭독이 진행 중이다.

신랑 임창화(62)씨와 신부 최인숙(61)씨는 모두 함경북도 출신인 새터민이다. 임씨는 2006년, 최씨는 2013년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이들은 새터민 모임에서 서로 같은 고향인 것을 알게 돼 서로 마음을 터놓고 지내다 7년 전부터 함께 살게 됐다.

임씨는 "가족들의 축하 속에서 올려야 하는 결혼이지만 저도 아내도 이미 가족들이 죽거나 북쪽에 있다"며 "많은 분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게 돼 너무 감격스러울 뿐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남대학교 학군단에서 나온 10명의 예도단 후보생들은 버진로드 양쪽에서 칼을 받들어 신랑신부의 입장을 더욱 빛냈다.

보통의 결혼식장 예도는 한쌍의 부부들만 지나가는 것에 비해 6쌍이 모두 입장하면서 7분 가량 소요됐지만, 이들은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예도를 마쳤다.

이정행(22) 후보생은 "지난해에도 10쌍의 결혼식 입장을 도와드렸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며 "일반 결혼식에서 예도할 때보다 더 뿌듯하고, 힘들게 올린 결혼식인 만큼 앞으로 더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이학재 아로마라이프 회장의 주례로 시작된 결혼식은 한쌍씩 혼인서약과 성혼선언문 낭독이 이어졌다.

이학재 회장은 주례사를 통해 "그동안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아쉬움 속에서 한을 안고 살아온 6쌍의 부부를 위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며 "주변에 축하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은 정도 나누면서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결혼식을 준비한 박용구 광주시곰두리봉사회 회장은 "앞서 합동결혼식을 치른 부부들은 물론 오늘 6쌍까지 모두 자식처럼 생각하고 신경쓰겠다"며 "장애인과 소외계층의 합동결혼식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관심 가지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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