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화·세계화는 뒷전...5·18기념재단 밥그릇 지키기 혈안

입력 2025.04.09. 18:37 박승환 기자
정관 개정해 이사 후보 추천 방식 변경
이사장 의중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
5·18 국제연구원 및 5·18 교육관도 사유화
"사유화 아닌 설립 취지·목적 맞게 혁신해야"
5·18기념재단

5·18기념재단이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발전을 위한 노력보다는 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단은 5·18의 전국화·세계화를 위한 노력보다는 5·18 국제연구원과 5·18 교육관 등 5·18 관련 기관을 독점하려는 외연 확장의 움직임만 보이고 있다.

9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재단은 5·18 3단체와 관련 단체·기관의 추천을 받아 15명 이내의 이사회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재단이 정관을 개정하면서 까지 이사회 구성을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

재단은 지난 2022년 3월28일 임원 선거·규약 개정했는데, 이사를 추천하는 기관 및 단체를 광주시민사회 부문 2명, 전국기념사업기관 및 단체 부문 1명, 여성·청년·국제 부문 각 1명 등으로 변경했다.

또 광주시민사회, 전국기념사업기관 및 단체, 여성·청년·국제 부문 이사 후보 추천을 위해 총 5명(이사장 제외 내부위원 3명·외부위원 2명)으로 구성된 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과거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부산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주4·3평화재단 등에서 직접 추천하던 것을 바꾼 것이다.

이사 추천 방식이 이렇게 변경되다 보니 이사장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게 5·18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서로 짜고 치는 이른바 '짬짜미' 구조가 가능하도록 만든 셈이다.

무등일보는 이사 추천 기관 및 단체가 어떻게 변경됐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재단에 임원 선거·규약 공개를 요청했으나, 재단은 "외부인에게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6월26일 재단 설립동지회 추천 몫으로 선임한 이사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당시 재단은 설립동지회에서 이사 후보를 추천하지 않아 장기간 공석인 상태이므로 창립 30주년인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설립동지회 원로 7~8 명의 추천을 받은 A씨를 이사로 선임했는데, 정작 A씨를 추천했다고 알려진 원로 일부는 A씨를 추천한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원순석 재단 이사장은 "설립동지회가 내부 문제로 총회를 소집하지 못해 이사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있어 원로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설립동지회 추천 몫이 소멸되면 안 되지 않느냐"며 "설립동지회에서 이사 후보를 정식으로 추천하면 얼마든지 A씨를 해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재단의 밥그릇 지키기는 과거부터 계속됐다.

앞서 지난 2023년, 재단은 윤석열 전 대통령 공약 사업이었던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을 재단 내 5·18 국제연구원으로 설립했다.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은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광주를 찾았을 당시 5·18을 기림과 동시에 5·18의 위상을 국내·외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설립을 약속한 공약이다. 공약 당시만 해도 자유·민주·인권 정신의 확산을 위한 다양한 연구 등을 진행해 5·18의 보편적 가치를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국가기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재단은 윤 전 대통령의 공약을 현실적으로 살리기 위함이었다는 이유로 자신들보다 높은 기관의 출현을 막았다. 현재 5·18 국제연구원의 연구원 중 한 명이 재단의 전 사무처장을 역임했다는 것을 봐도 밥그릇 지키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올해 수탁을 맡은 5·18교육관의 신임 관장 공모 절차를 진행하면서 재단 현직 이사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가, 지역 시민단체가 공정성 문제와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자 적격자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5·18 관계자는 "이사 후보 추천을 안 하면 그대로 비워두면 된다. 이사 한 명이 없다고 재단을 운영하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이사장이 무리하게 자기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한 것이다. 재단이 말로만 5·18 정신의 전국화·세계화를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5·18 관계자도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5·18 정신을 많은 이들에게 널리 확산시킬 수 있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재단이 최초 설립 취지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며 "운영 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등 재단이 5·18을 사유화할 게 아니라 설립 취지와 목적에 맞게 혁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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