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新 패러다임··· 지속가능 해법 될까

입력 2024.11.12. 11:30 이윤주 기자
전국 첫 무제한 통합 정기권
출시 100일만 123만장 돌파
평일 최다 이용 62만명 기록
수도권 이용권역 확대 더디고
주변 지자체별 잇단 패스 출시
기후대응 효과 미미도 과제로

서울시 기후동행카드는 우리나라 대중교통 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이라는 점이 그렇다. 사용횟수 중심의 대중교통요금체계에 정액권을 도입한 획기적인 변화다. 기후위기와 맞물려 그 대응방안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서울시로 한정된 이용범위와 대중교통 요금인상을 가리기 위한 꼼수였다는 지적은 물론 정부와 인근 지자체에서 잇따라 발행한 패스들과의 중복 혜택까지 논란이 적지 않다.

◆국내 첫 무제한 정기권

서울시가 올해 선보인 '기후동행카드'는 기후위기 대응과 시민 교통비 부담 완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출시된 교통카드다.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으로 올해 1~6월 시범 운영을 마치고 7월부터 정식 운영을 개시했다.

서울 지하철과 심야버스(올빼미버스)를 포함한 서울시 면허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 탈 수 있다. 성인 기준 6만2천원으로 월 교통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여기에 3천원을 더하면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청년에게는 여기서 7천원이 더 할인되고, 군복무를 마친 경우 최대 3년까지 청년 혜택이 연장된다.

미사용분은 환급받을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 사용 개시일부터 30일간 대중교통 이용 요금이 카드 충전금보다 적을 경우, 사용자가 직접 반환을 신청해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 충전 금액에서 누적 이용요금과 수수료 500원을 제외한 금액을 환급받는 방식이다.

짧은 기간 서울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한 단기권도 출시했다.

종류는 1·2·3·5·7일권 등 5개이고 가격대는 5천~2만원이다. 9월부터는 해외 관광객이 기후동행카드로 인천국제공항까지 문제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인천국제공항 하차 서비스도 추가됐다. 서울대공원·식물원, 서울달 등 일부 문화·여가시설에 대해서도 최대 50% 할인혜택까지 제공, 교통카드에 관광을 접목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출시 8개월만 500만장 돌파

서울 지역 대중교통에서 기후동행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고 있다.

올 1월27일 시범운영에 들어간 기후동행카드는 100일 만에 누적 판매량이 124만장을 돌파했으며 출시 8개월 만에 판매량이 500만장을 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기후동행카드 누적 판매량(만료 후 재충전 포함)은 503만2천260건을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실물 카드 334만435건, 모바일 카드 169만1천825건으로 집계됐다. 현재 서울 인구(935만명)를 기준으로, 서울시민 10명 중 절반은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한 셈이다.

하루 평균 기후동행카드 사용자 수는 50만9천87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기준 서울 지역에서 대중교통 이용에 사용된 카드 결제 건수는 432만7천603건으로 서울 대중교통 이용자의 11.8%가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한 셈이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는 비율은 2월(5.5%)과 비교하면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평일 중 최다 이용자를 기록한 날은 9월 26일로, 이날 하루 약 62만명이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했다. 단기권 이용자도 급증해 9월 단기권 이용자는 하루 평균 1만명을 넘어섰으며, 4월(4천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권종별로는 3일권(34%)이 가장 높았으며 5일권(23%), 7일권(17%), 2일권(14%), 1일권(12%) 순이었다. 특히 여의도 상공에서 아름다운 서울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서울달'은 지난 8월 23일 유료 탑승을 시작한 이후 열흘 만에 164명이 기후동행카드 할인(10%) 혜택을 이용해 탑승했다.

'해치' 새겨진 새 디자인 기후동행카드

◆서울시민 82% '만족'

서울 시민들을 기후대응카드에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위드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24~28일 서울시민 2천70명을 대상으로 기후동행카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한 자가용 이용자 10명 중 9명은 카드 이용 후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타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용자 10명 중 8명은 서비스에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2.6%는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동행카드 사용 전에 주로 자가용을 이용했다는 응답자는 13%로, 대중교통 이용률 증가 여부를 조사한 결과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93%, 아니라고 대답한 비율은 7%였다.

이용 빈도는 매일 2회(43.5%), 매일 4회 이상(27.7%), 매일 1회(11.8%), 매일 3회(9.6%) 등 순이었다. 평소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은 지하철(51.0%), 시내버스(32.1%), 마을버스(12.4%), 광역버스(4.5%) 순으로 나타났다. 전반적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81.9%, 보통이라는 응답자는 15.7%였다.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자는 2.3%에 그쳤다.

만족 이유로는 교통비 절감(44.9%)이 가장 많았으며 대중교통 이용 편의 증진(27.7%),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16.1%), 문화시설 할인 등 다양한 혜택(8.0%) 등 순이었다. 불만족 이유로는 교통비 절감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24.6%)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6일부터 19~34세 청년은 무제한 교통카드인 '기후동행카드'를 기존보다 약 12% 할인된 5만원대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이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2024.02.26. kgb@newsis.com

◆예산·기후대응 등 논란 여전

시범사업 후 10개월이 지났지만 기후동행카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도입 당시부터 제기됐던 수도권 지역과의 확대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동시 생활권인 인천이나 경기도를 제외한 채 서울시 단독으로 교통카드를 출시하면서 반발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인천과 경기도가 각각 교통패스를 출시하고, 정부의 K-패스까지 등장하며 사실상 경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판매 방식과 적자 보전 문제도 제각각이어서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는 뒤늦게 수도권으로 사용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와 기후동행카드 사용 협약을 맺는 인근 지자체는 현재 인천을 비롯해 경기도 김포·군포·과천·고양·남양주·구리시 등 7곳에 불과하다.

기후변화 대응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 여러나라들은 기후위기 대응 방안으로 대중교통 지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비행기나 자동차 대신 기차·버스 등을 이용하는 인구를 늘려 탄소배출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일수록 그 효과가 더 커 미국과 유럽 여러나라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독일 'D티켓'을 응용한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역시 교통비 지원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

하지만 기후동행카드 도입 후 대중교통 이용 증가에 미친 영향은 미미해 실제로는 기대했던 수준의 수요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시민단체 우리모두의교통운동본부는 지난 6월 24~27일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사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및 승용차 이용에 대한 인식'을 공동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항목은 ▲대중교통 이용 행태 ▲승용차 이용 행태 ▲서울시 대중교통 정책에 대한 인식 등으로 시민들은 대중교통 이용 문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서울시 요금인상 계획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시 대중교통 정책 중 기후동행카드 이용 행태 및 인식에 대한 답변 중 응답자의 7.9%만이 현재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시민은 이용한 적이 없으며(87.7%) 나머지 4.4%는 이용 경험은 있지만 현재는 이용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이용 노선이 할인 혜택 범위에 포함하지 않아서(37.7%)'와 '비용 이점이 적어서(21%)'를 꼽았다.

또 서울과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기후동행카드 가격보다 월 교통비를 적게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응답자 2천781명 중 약 35%는 교통비를 월 3만원 미만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월 3만원 이상 5만원 미만인 경우가 20.4%, 월 5만원 이상 7만원 미만 25.4%, 월 7만원 이상은 19.6%였다.

이런 이유로 기후동행카드 이용률은 시행 반년 차에도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 기후동행카드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자가용 수요를 대체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에 미흡하다는 게 시민·환경단체들의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후동행카드를 통해 대중교통 편의·정시성을 체감, 자연스레 승용차 이용을 줄이게 되는 촉매가 될 수 있도록 서비스 확대를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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