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 전시장으로··· 지역 작가들, 작업실 빗장 푼다

입력 2026.08.31. 16:27 김현주 기자
오픈 스튜디오 프로젝트 ‘배경들’ 개최
김상연·이이남·이매리·정광희 등
‘검정’ 주제로 4인 4색 깊이 선봬
9~10월 비엔날레 기간 맞춰 준비

전남광주 지역 대표 작가들이 세계적인 미술 축제인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자신들의 은밀한 작업장을 공개한다. 국제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지역을 찾는 국내외 손님들을 지켜보는 ‘구경꾼’이 아닌 주인으로서 맞이하고 남도 예술의 저력을 직접 각인 시키겠다는 각오에서다.

특히 작가의 가장 내밀한 공간이 동시에 세계와 가장 먼저 접속하는 장소인 작업실을 대중에 공개함으로써 예술은 전시장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할 예정이다.

김상연과 이이남, 이매리, 정광희 작가는 9월 1일부터 전남광주지역 각자의 창작 스튜디오를 대중에 직접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 프로젝트 ‘배경들’을 진행한다.

작가들이 은밀했던 창작의 산실이자 골방이었던 작업실 빗장을 풀고 직접 나선 데에는, 오랜 기간 쌓여온 지역 미술 생태계에 대한 절박한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전남광주 지역 대표 작가들이 세계적인 미술 축제인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자신들의 은밀한 작업장을 공개한다. 광주특별시 남구 양림동 이이남 갤러리에서 정광희(왼쪽부터), 이매리, 추현경(기획자), 김상현 작가가 오픈 프로젝트 ‘배경들’ 홍보 영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현주기자 5151khj@mdilbo.com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 기간이 되면 전 세계 미술 관계자, 글로벌 큐레이터, 평론가, 관람객이 광주로 대거 몰려들지만, 정작 이들은 비엔날레 본전시장이나 특정 파빌리온만 둘러본 뒤 타지로 빠져나가는 건조한 관광 형태를 되풀이해 왔다.

화려한 국제행사에 가려져 정작 주인공이 돼야 할 지역 작가들의 교류나 홍보 활동은 극히 미미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에 작가들은 외부 손님을 맞이했던 ‘구경꾼’의 위치를 거부하고, 스스로 주체가 돼 세계 미술계와 직접 마주하기로 결정했다.

작품 몇 점을 들고 외지로 나가는 보따리상 방식의 단발성 전시가 아니라, 작가의 삶과 철학, 노동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작업실 공간 자체를 공개함으로써 진짜 지역 미술의 깊이와 남도 예술의 저력을 생생하게 증명해 보일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제목인 ‘배경들’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지만 모든 창작과 서사가 시작되는 근원적 공간이자 작가들의 작업실을 상징한다.

주연을 빛나게 하는 배경처럼, 화려한 이벤트 뒤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온 작가들의 공간이 실상은 광주 미술을 받치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작가들은 평면적인 색채를 넘어 수많은 깊이와 질문을 품은 ‘검정(Black)’을 공통의 매개어로 삼아 4인 4색의 예술적 스펙트럼을 작업실 현장에서 다채롭게 풀어낸다.

김상연 작가는 어둠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역동성을 다룬 ‘검은 심장’, 이이남 작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서사를 미디어와 평면으로 이어주는 ‘검은 피’, 이매리 작가는 삶의 터전이자 소소하지만 거대한 역사의 층위를 조명하는 ‘검은 땅’, 정광희 작가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검은 거울’을 테마로 작업실을 가득 채운다.

전남광주 남구 양림동과 방림동, 광산구 첨단지구, 담양에 위치해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은 개방 기간 동안 관람객과 전문가들이 작가의 호흡을 느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최적의 무대로 탈바꿈한다.

앞서 작가들은 작업실 개방에 그치지 않고, 31일 광주특별시 남구 양림동 이이남 갤러리 2층에서 ‘네트워킹 스페이스’를 선보였다.

9월 7일까지(오후 6시~10시) 매일 열리는 네트워킹 스페이스는 국내외 큐레이터와 해외 파빌리온 참여 작가, 지역 청년 작가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일회성 이벤트로 소비되던 네트워크를 지속 가능한 인적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첫 시도다.

이와 함께 9월 1일에는 1차 오픈스튜디오 행사도 진행한다.

참여 작가들은 “그동안 독립군처럼 각자의 작업실에서 외롭게 고뇌하던 작가들이 연합군 형태로 뭉쳐 작업실을 개방하는 것은 광주 미술의 자생적 생태계를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이라며 “전시가 끝나면 폐기되고 사라지는 일회성 가설 무대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 방식에서 벗어나, 작가의 작업실을 지역 문화의 거점으로 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시도가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후배 작가들에게 고스란히 이정표로 전달되어, 비엔날레 기간마다 전 도시의 작업실이 개방되는 문화적 선순환으로 진화하길 바란다”며 “광주를 스쳐 지나가는 도시가 아닌, 깊은 예술적 아우라를 만끽하며 머무는 진짜 문화도시로 재정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덧붙였다.

김현주기자 5151khj@mdilbo.com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