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비·핌피에 막힌 전남…'도백 정치력' 골든타임
류성훈 취재2본부장·부국장
풍요롭고 정겨워야 할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역민의 마음은 무겁다.
고물가에 경기 불황 장기화 등의 여파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별로 나아진 게 없다. 게다가 올여름은 이상기후로 인한 최악의 폭염까지 덮쳐와 고통을 겪었다.
극한의 습식 사우나 더위는 9월이 훌쩍 지났음에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래저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아라'는 말이 와닿지 않는다.
설상가상 광주·전남 핵심 현안들도 님비(NIMBY)와 핌피(PIMFY)에 발목이 붙잡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지역민들의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
무안·순천 지역이기주의 도 넘어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일부 지역에서 눈앞의 이익만 좇으면서 광주 민간-군 공항 동시 이전과 전남 국립의대 신설이 골든타임을 놓쳐 좌초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다만, 기피·선호 시설로 인한 불이익 또는 편익이 너무 크고 일부 지역에 집중된 점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와 전남권 의대 신설만 놓고 보자면 지역이기주의가 해도 너무하다는 게 중론이다.
광주의 민간 공항 이전은 반기면서도 소음을 이유로 군 공항은 절대 받지 못하겠다는 무안군,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약속으로 신설 가능성이 높아진 국립의대를 '반드시 내가 챙기겠다'며 전남도의 공모 요청에 불응한 순천시·순천대는 안하무인격 태도로까지 비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군 공항 이전과 관련 국방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하면서 그동안 무성의했던 국방부가 동향을 살피기 시작했지만, 그렇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전 대상지인 무안 군민들의 대승적 결단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때문에 무안군은 이제라도 무조건적인 반대만 하지 말고 숙의와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군 공항 이전 사업 주체인 광주시는 '안 받아 주면 플랜 B를 가동하겠다'는 등 누군가를 탓하는 듯한 압박성 언행을 자제하고, 상생 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기피시설을 기꺼이 받아줄 주민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지원해 줄 수 있는 보따리(1조원+@)를 구체적으로 풀어놓고 진정성 있고 현실성 있게 설득해야만 골든타임 안에 군공항 이전이 가능할 것이다.
전남 국립의대 문제도 순천시의 독단적인 행정이 멈춰야 잘 풀릴 수 있다. 순천시와 순천대는 전남도가 주관하는 공모에 참여, 목포대와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벌여야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 없는 전남에 국립의대가 신설될 가능성이 한 발짝 가까워진다.
가뜩이나 정부와 여당이 의료대란 출구전략으로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있다는 분위기로 흐르는 듯해 전남 국립의대 신설과 정원 배정에 위기가 느껴지는 대목에서, 지역 내 대립과 갈등이 멈춰지지 않을 경우 30년 지역 숙원이 물 건너갈 우려가 농후하다. 그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무책임한 갈등과 반목을 조장한 해당 단체장 몫으로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이렇듯 지역이기주의가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 속에 김영록 전남지사의 지역 갈등 조정과 중재 능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무안공항 활성화와 국립의대 신설은 도지사가 앞장서 견인해야 할 전남의 최대 현안이다. 그렇기에 강력한 정치력과 탁월한 리더십을 더욱 집중하고 행정을 중재해 이해 당사자들의 양보와 배려를 이끌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내년부터 지방선거 국면에 돌입할 것을 감안하면 두 현안은 올해 안에 어떻게든 매듭지어져야 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김 지사가 한 발 뺀 채 '뒷짐' 지고 있었다는 말은 아니다. 당자들에게 끊임없이 호소하고 설득을 시도하고 다양한 지원 방안을 제시했지만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김 지사의 향후 정치적 행보 차원에서도 두 현안의 대처 능력은 매우 중요하게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를 보면 잘 나타난다.
갈등 조정·중재…정치적 몸집 불릴 기회
민선 8기 22개월간 지켰던 1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내려앉은 배경에는 국립의대를 둘러싼 동부권-서부권 간 공모 갈등과 군 공항 이전 문제가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선 7기에서도 그의 직무수행은 43개월 중 30차례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다른 광역단체장들을 압도했다. 그렇게 잘나가던 김 지사의 행정력·정치력에 제동이 걸린 만큼 두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올해를 넘겼을 경우 정치적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극히 상식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는데도 지역이기주의로 인해 갈등을 보이는 두 가지 난제 때문에 지역민들의 피로도는 쌓일 대로 쌓여 결국 그 분노는 전남의 행정을 총괄하는 도백에게까지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겸손함과 합리적인 스탠스를 취했다면, 이제부터는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여야 할 때가 왔다.
담화문이나 메시지 정치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민생 현장으로 들어가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해당 주민들을 만나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전남 미래를 얘기하면서 설득 또 설득하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더 큰 정치를 꿈꾸고 있다면, 아직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3선 고지에 오르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자 정치적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찬스이기도 하다.
광주-전남, 전남 동-서를 아우르는 대타협을 이끌어낸다면 그의 입지와 함께 민생·행정·현안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경쟁력은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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