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산소는 야산 구릉지에 있다.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직선 거리로 300 미터 정도 떨어진 산기슭에 모셨다. 산골짜기 묵혀있던 밭을 정리해서 만든 무덤이다. 어머니 산소에 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 소유의 밭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다랑논처럼 생긴 밭 사이를 숨차게 한참을 올라가야 어머니 산소가 보인다.
다른 사람 소유의 밭은 차로에서 산소 바로 밑까지 길게 늘어선 모양을 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섰다. 야호 하면 메아리가 울릴 정도의 깊은 산골짜기에 반짝반짝 빛나는 태양광 모듈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시골 들녘에 태양광 시설은 또 있다. 고향 마을에서 십 리 정도 떨어져 있는 탄광촌 입구에도 반짝이는 태양광 모듈이 들어서 있다. 도로 바로 옆 밭고랑을 가득 메우고 빼곡히 들어서 있는 태양광 패널은 햇빛을 반사해 운전에 방해를 주곤 한다.
언제부터 인가 농촌 마을 곳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논과 밭을 가리지 않고 야산에, 들판에 집적 모듈이 시나브로 생겨났다. 심지어 저수지와 간척지, 바다 수면에도 태양광 발전시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농촌을 점령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은 생뚱맞은 면이 있다. 태양에너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보통 재생에너지 육성 명분을 앞세워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광은 서정적이고 포근한 전통적 농촌 이미지와 다소 괴리가 있어 보여 마뜩잖을 때가 많다.
일부에서 산림 파괴와 산사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농어민의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최근 농가의 호응을 받지 못하던 태양광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며 각광받고 있다.
농지나 축사 지붕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면서 농어민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부수적인 농가 수익까지 얻을 수 있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일반 태양광 패널과 달리 태양광 발전은 농촌형과 영농형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농촌형 태양광은 어업인과 축산인을 포함한 농업인이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을 말한다. 축산 업체는 축사 지붕을 활용하고 농업인은 창고 지붕을, 어업인은 폐염전을 이용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이를 통한 부가적인 수익 창출은 덤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업인이 본인 소유의 농지에 태양광 발전과 경작을 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념적으로는 농촌형과 영농형으로 구분되지만 용어는 혼용하고 있다. 둘을결합해서 농가 태양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농형 태양광은 재생에너지 보급 및 농가 소득 증진을 위해 2018년 마련된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라 본격화됐다. 문재인 정부는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 등 재생에너지 3020을 발표하며 탈원전을 선언했다.
재생에너지 3020은 2030년까지 110조 원을 투입해 원자력 발전소 35기 분량의 전기를 생산해 신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20%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영농·농촌형 태양광 설치 자금 금융지원을 보면 2018년 1천760억 원에서 2022년 5천721억 원으로 3배 이상 급증세를 보였다.
2022년 윤석열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새 정부는 태양광 사업을 범죄자들이 주로 구성하는 카르텔로 규정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에 대한 전방위적인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에 이어진 사법기관의 수사로 태양광산업은 급격히 위축됐다.
이후 재생에너지 확보와 농가 소득 증진이라는 훌륭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영농형 태양광의 보급은 더디다. 농민들의 낮은 경제력과 농촌 인구의 고령화, 허가요건 이행 등 사후관리 문제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농지법 등 관련 법률 개정과 농가 인센티브 부여 등으로 영농형 태양광 보급 활성화가 필요하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 확대 보급이 농촌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지방소멸 대응의 좋은 방안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영농형 태양광이 농가 소득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는 전문가 주장이나 논문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대학과 민간 업체가 영농형 태양광의 경제성 측면을 연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2050 탄소중립의 가장 확실한 실천 방안이 영농형 태양광이다.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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