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댓글·커뮤니티 뒤덮은 무차별 조롱
일부 보수언론과 매체마저 혐오 동조
입지 검증 대신 '금단의 땅' 취급 도배

“호남반도체 같은 소리하네. 삼성, SK가 호구냐? 범죄자도 지지하는 호남사람들.”
“이건 사기다 선거용. 물, 전기도 없는데 기업 부도나고 나라 망한다.”
“삼성 반도체 단지를 광주에 건설하면 거기서 생산된 반도체는 국산인가요, 중국산인가요?”
지난달 29일 이재명 정부의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발표 이후, 주요 포털 뉴스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혐오 글들이 잇따랐다. 대부분 정부와 전남광주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혐오댓글은 극우사이트 외에도 국내 포털 사이트 곳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만큼 ‘전라도’를 향한 비방·혐오는‘일반화’된 지 오래다.
무차별적인 비난과 조롱의 표적이 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5극3특으로 대표되는 이재명 정부의 국토균형발전과 국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핵심 사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80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
이 대통령은 “이 사안만 보면 호남지역에 투자가 조금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역사적으로 누적된 투자량을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남이 배제와 차별을 통해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용수나 전력, 용지가 잘 관리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호남권에 하는 반도체 투자는 국가의 새로운 기회라고 평가하며 정쟁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호남의 반도체 투자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것을 정쟁으로 몰고 가서도 안된다. 국토 대개조 사업이고 국토 균형발전사업이니까 도와주는 것이 옳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100년 대계이고 국가 균형발전이다. 한 목소리로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균형발전이라는 취지는 사라진 채 오로지 ‘전라도’를 비하하고 혐오하는 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실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부지 관련 영상과 기사 댓글창에는 지역 인프라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공격이 줄을 잇는다. 가뭄 시기의 단편적인 기억을 비틀어 ‘먹고 씻을 물도 없어서 제한급수하는 지역에서 뭔 반도체를 한다요?’라는 식으로 지역 인프라를 왜곡하거나, ‘멍청한 전라도 민주당 100%지지 동네 또 속았네’ ‘기업 팔을 비틀어 튼튼한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구만’‘전라디언놈들은 대기업이 들어오면 다 죽는다고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등 비하와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최근 주가 변동마저 ‘삼성전자, 하이닉스 전라도 투자 이후로 외국인들 다 팔고 떠나서 주가 하락하네’ ‘마이클 버리가 전라반도체 800조 얘기듣고 숏치라고 했는데’등 호남탓으로 돌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보수언론과 온라인 매체마저 이러한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치논리를 여과 없이 내세우면서 혐오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점이다.
A일보는 ‘닥치고 호남 구애 작전…당권 넘어 정권 안위용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정부의 정책 결정을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으로 폄훼했다.B인터넷 매체의 한 칼럼은 유통업체 입점 무산 등을 근거로 ‘전라도는 여러 대기업을 밀어내 왔다’ ‘대형마트조차 없는 동네’라고 표현하며 지역을 비하하고 가짜뉴스를 퍼트렸다.
이들 언론들의 행태를 두고 지역에서는 혐오세력들의 논리를 강화하는, 또다른 ‘낙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지켜보는 지역사회 피로감은 이미 극에 달한지 오래다.
배훈천 광주시민회의 대표는 기업 투자를 지역감정과 연관짓는 현상에 대해 탄식했다. 그는 “삼성닉스가 광주에 투자하겠다는데 왜 지역감정을 유발하는지 모르겠다”며 “반도체 과잉투자 우려나 지자체간 유치경쟁을 통해 결정되지 않은 아쉬움의 비판은 들을 가치가 있지만, 전남광주 지역은 마치 대기업이 투자하면 안 될 ‘금단의 땅’인 것처럼 조롱하고 단정 짓는 말들은 지역 혐오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광주 출신 작가 허지웅씨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광주와 전라도를 향한 조롱과 차별이 지속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어린시절 서울로 이사갔다가 고등학교 때 광주로 돌아와 느꼈던 무력감을 회상하며 “5월 광주와 전라도는 여전히 조롱거리다. 역사를 모르는 아이들은 밈으로 소비한다. 말리면 억압이라 여긴다”고 적었다. 이어 “광주를 조롱하는 데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긴 시간 동안 광주는 구호가 아니면 조롱이었다. 한 번도 동등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독 호남을 향해 ‘준비가 안 됐으니 무조건 안 된다’는 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양승훈 경남대학교 교수는 개인 SNS를 통해 “호남을 포함한 특정 지역에서 물과 전력을 조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수용 역량carrying capacity의 한계에 대한 논의나, 지금까지 실패한 산업정책이 만들어낸 ‘잘못된 관행들의 누적’을 극복할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되기 바란다”며 “‘호남이어서 싫다’는 말을 ‘왜 굳이 호남인가?’라는 방식으로 던지는 비난은 넘어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현성 전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대표는 “반도체를 시장에만 맡겨 키운 나라는 없다. 정부가 전략산업을 키우는 것은 사회주의나 균열이 아니라 산업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시대 국가 경쟁력은 생산성이 아니라 회복탄력성에서 갈린다. 공급망은 나뉘어야 한다”며 “호남, 충청, 영남. 세 축으로 흩어진 오늘의 투자는 그 분산의 첫 설계”라고 강조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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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통합특별시 금융시장 선점 경쟁···광주은행·NH농협 '맞불'
왼쪽부터 광주은행과 NH농협은행 전경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이하 광주특별시) 출범을 계기로 광주은행과 NH농협은행이 기념 금융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금융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기념 마케팅처럼 보이지만, 하반기 통합특별시 금고 선정을 앞두고 지역 고객 기반과 사회공헌 실적 등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21일 광주은행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두 은행은 광주특별시 출범일인 지난 1일에 맞춰 기념 예금상품을 출시했다.광주은행은 개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사랑예금’을 선보였다. 기본금리 연 3.20%에 통합특별시 출범 기념 우대금리(0.20%p)와 ‘통합광주전남 특별시 사랑통장’ 보유 고객 우대금리(0.10%p)를 더해 최고 연 3.50%의 금리를 제공한다. ‘사랑통장’은 올해 1월 광주시와 전남도의 행정통합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출시된 상품이다.NH농협은행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NH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행예금’을 출시했다. 최고 연 3.15% 금리를 제공하는 이 상품은 출시 8일 만에 판매 한도인 1천억원이 모두 소진됐다. 이어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상품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행+’도 내놨다. 지역 내 사업장을 둔 기업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지역 소재 기업 우대금리 0.4%p를 포함해 최대 2.1%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기념 마케팅이라기 보다 하반기 통합특별시금고 경쟁을 앞두고 지역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방회계법과 행정안전부 예규에 따른 금고 지정 평가에서 ‘주민 이용 편의성(24점)’과 ‘지역사회 기여 및 협력사업(7점)’ 등 항목이 포함돼 있어서다.통합특별시금고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등 공공자금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예수금 확보와 기관금융 확대, 지역 대표 금융기관이라는 상징성을 갖는 만큼 지역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다.이에 따라 두 은행은 점포망 확대와 금융지원, 사회공헌 등 평가 항목과 직결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광주은행은 점포가 없었던 진도·곡성·구례에 지점을 신설하는 등 영업망 확대에 나섰다. 또 지방은행 최초로 스마트뱅킹 앱 ‘Wa뱅크’에 ‘고향사랑기부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지역사회 연계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NH농협은행은 동행예금 판매액의 0.1%를 공익기금으로 조성해 지역 발전 사업에 환원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출상품을 출시하는 등 상생 금융을 강화하고 있다.‘단위농협(지역농협)’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광주은행은 앞서 6개월간 광주특별시 제1금고 선정 평가 당시 단위농협이 포함된 데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개별 독립 법인인 단위농협 포함 시 점포 수, 지역사회 기여 등 변별력이 큰 평가 항목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부산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등 5개 지방은행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금고 선정 평가 과정에서 단위농협 실적 포함 금지 등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NH농협은행의 경우 농협중앙회와 은행의 광주·전남 본부장 4명으로 구성된 TF를 구성해 본부 통합과 시금고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지역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대출이 많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열어주고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예금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지역 기여를 도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금고 선정 시에도 이러한 금융상품과 사회공헌 활동들을 강조할 것으로 보여 치열한 경쟁이 되겠다”고 말했다.한편, 2027년 광주특별시 금고 선정은 10월께 금고선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제1·2금고 운용사를 선정한 후 11월께 약정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정된 은행은 향후 4년간 25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관리하게 된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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