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손기술로 돌파···'도배'에 도전하는 사람들

입력 2025.05.12. 09:43 강승희 기자
새일센터, 광주·전남 유일 도배기능사 시험장
여가부 도배기능사 양성과정 20대~50대 다양
내일배움카드 자격증취득반도 이른 신청 마감
"SNS서 고소득 전문직 인식…청년층 관심 ↑"
9일 광주 동구에 위치한 광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도배기능사 양성과정' 수강생들이 벽지를 바르기 전 단계인 '초배' 작업 실습을 하고 있다.

"자격증이 있는 직업을 해야 먹고 살겠다는 생각에 '도배'를 선택했어요. 체력적으로나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노력하는 만큼 내 기술이 된다는 게 장점입니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에 의해 대체되기 어려운 전문직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도배기능사'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배공은 정년이 없는 기술직으로 수요가 꾸준하며, SNS를 통해 고소득 전문직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술로 자립을 희망하는 청년층 사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일 광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에는 '도배기능사 양성과정' 교육을 듣기 위해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수강생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실습을 위해 10칸으로 나뉜 합판 구조물 앞에서 2인1조로 팀을 나눠 초배 작업을 준비했다. 초배 작업은 벽지를 붙이기 전 벽의 바탕을 고르게 하는 작업이다.

수강생들은 풀에 물을 부으며 알맞은 농도를 맞추고 이를 초배지에 발랐다. 이후 초배지를 합판 아래쪽부터 차근차근 붙여나갔으며, 천장은 '우마'라고 불리는 도배용 작업 발판을 이용해 실습에 열중했다.

9일 광주 동구에 위치한 광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도배기능사 양성과정' 수강생들이 2인1조로 팀을 이뤄 실습을 하고 있다. 

이날 만난 양모(31)씨는 지난 10년간 바리스타로 일하다가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고임금 직종으로 변경하고 싶어 도배기능사를 준비 중이다. 김씨는 "최저시급보다는 더 받았지만, 경력이 쌓여도 급여에 상한선이 있다고 느꼈다"며 "자격증이 있는 직업을 해야 먹고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배를 하면 소득이 3배가량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 첫주에는 체력적으로 힘들고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하다 보니 눈에 익고 몸도 적응했다"며 "기술이다 보니 노력하는 만큼 내 거로 만들어서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도배기능사 양성과정'은 여성가족부 지원사업이다. 경력단절·재직·미취업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동 기회 제공을 위해 전액 무료로 매년 1회씩 진행된다.

새일센터는 수강자가 자격증을 취득하면 일자리를 연계하고, 자치구·광주환경공단과 협력해 취약계층 집수리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강생들에게는 현장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도배, 용접, 목공 등 육체노동자를 의미하는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지난해부터는 2030세대 지원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새일센터 관계자는 설명했다. 올해 선발된 20명 가운데 20~30대가 8명(40%)으로, 40대(8명·40%)와 같은 비중을 차지했다. 50대는 4명(20%)이다. 과거 육체노동을 기피하던 청년층의 인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9일 광주 동구에 위치한 광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도배기능사 양성과정'의 한 수강생이 초배 작업을 마무리하고 벽지를 붙이고 있다. 

성별 상관없이 국민내일배움카드 소지자라면 신청할 수 있는 '도배기능사 자격취득과정'의 경우 선착순으로 신청이 마감되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일주일 빨리 마감됐다.

특히 이곳 새일센터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도배기능사 시험이 치러지는 곳이다. 연간 4회 시험이 치러지는데, 응시자가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시험 응시기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습 공간이 10칸이라 한 차시당 10명만 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 관계자는 "SNS를 통해 비교적 고소득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도 있는 거 같다"면서 "청년층에서도 도배일을 배우고 싶어 하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취업 뿐 아니라 창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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