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묶인 광천터미널 복합화···"결단 필요하다"

입력 2025.04.21. 18:52 강승희 기자
주복 '세대 수' 의견 차에 제안서 6개월째 미제출
신세계 "비수익성 사업 대부분…수익 사업 필요"
광주시, '사업자 편익' 여론 부담…"협상할 것"
"세대 수 중요치 않아, 콘텐츠 잘 만드는 게 중요"
광주신세계 '광천버스터미널 복합화 사업 개발 조감도'. 광주신세계 제공

광주 최대 재개발사업 중 하나인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이 '세대 수' 함정에 걸려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광주신세계는 터미널 지하화와 호텔, 공연장 등 비수익성 사업이 대부분인 탓에 주상복합을 통한 수익성을 담보 받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광주시는 사전협상 대상지 선정 때 제안된 세대 수에서 더 늘려주는 데 부담을 느끼는 탓이다.

그러나 숫자에 매몰돼 도시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 사업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세대 수 문제에 유연성을 갖고 대신 더 본질적인 '콘텐츠'에 집중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1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신세계는 지난해 10월 말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된 '광천터미널 복합화사업'에 대해 사업계획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당시 제출한 주상복합 516세대로는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광주시와 세대 수 확대를 전제로 논의 중이다. 하지만 광주시가 사전협상대상지 대상 당시 세대 수 기준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사실상 '지역 투자' 개념인 터미널 지하화와 학교·병원·5성급 호텔 등 비수익성 사업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익 보장 차원에서 주상복합 800세대가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사업을 위한 대출을 받기 위해서라도 리스크 부담을 완화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광주신세계 측은 "공연장 등 광주시에서 요구하는 시설들을 사업 계획에 반영하게 되면 수익을 내야 하는, 즉 상업성을 제고할 만한 것들이 있어야 한다"며 "3조원가량의 채무를 변제할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800세대는 확정돼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는 최대한 빨리 이견을 좁혀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측은 "주상복합 세대 수 이견은 협상을 통해서 풀어갈 문제다. 이외 부분들은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최대한 빨리 이견을 좁혀서 협상에 빨리 임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지역에서는 과거 2015년 신세계 복합쇼핑몰 개발이 한 차례 무산됐던 경험의 반복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광주경총과 광주상공회의소 등 경제계에서는 조속한 행정 인허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낸다.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이 단순히 백화점을 확장하고 터미널 시설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광주 경쟁력을 높일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점에서 세대 수에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홍근 나무심는건축인 대표는 "광주신세계의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에는 터미널 현대화, 호텔, 문화시설들이 포함돼 있다"며 "타지역에서도 광주에 오면 꼭 보고 가고, 즐기고 싶은 공간으로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당초 계획했던 세대 수보다 몇백 세대가 늘어나든 광주의 아파트 경기를 좌지우지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광주시가 세대 수를 늘려주더라도, 제대로 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광천사거리 교통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도록 협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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