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문공항인데···무안공항, '탈 만한' 노선 없다

입력 2024.09.24. 15:38 이삼섭 기자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국제선 운항 회복률 꼴찌
대부분 전세기에 그나마 ‘비인기’ 정기노선만
수요자 선호도 높은 일본·동남아 등 취항 관건
2024년 7월28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내 탑승구 모습. 해외여행객 폭증으로 전국 국제공항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지만, 무안국제공항 내 터미널은 이용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서남권 관문공항을 내세우는 무안국제공항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에 비해 국제선 운항 회복률이 꼴찌에 머무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여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부정기 노선(전세기)이 대부분일 뿐, 정기 노선이 없어 이용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정기 노선도 대부분 비인기 지역에 그쳐 다른 국제공항이 '해외여행 폭발'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모습과 대조된다. 정기 노선을 늘리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지만 이마저 '노쇼' 논란이 불거지는 등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전남도와 무안군은 광주 국내선과 통합하지 않고도 현 '무안국제공항'만으로도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는데, 수요자가 선호하는 취항지를 적극 발굴하지 않고서는 요원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추석 연휴인 2024년 9월 16일 오전 청주공항 1주차장이 주차된 차들로 가득 차 있다. /뉴시스

◆무안국제공항, 회복률 최하위

한국공항공사가 공개한 통계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국 8개 국제공항 중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과 대비해 무안국제공항 운항 회복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 약 2년간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제선 이용객이 급감했지만, 2023년에는 '보복 소비'로 인해 국제공항 수요가 폭발하며 전국 국제공항이 호황을 이뤘다.

구체적으로 무안공항은 2019년 국제선 이용객이 68만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23만명으로 회복률이 33.8%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청주공항은 49만명에서 52만명으로 회복률이 106.1%에 달해, 2019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국내 최대 국제공항인 인천공항은 2019년 7천19만명에서 2023년 5천552만명으로 회복률이 79.1%였다. 김포공항도 2019년 425만명에서 2023년 320만명으로 75.3%의 회복률을 나타냈다. 김해공항도 2019년 952만명에서 2023년 649만명으로 회복률이 68.2%에 달했다.

제주공항(265만명→119만명)과 대구공항(256만명→111만명)은 회복률이 각각 44.9%와 43.4%로 다소 부진했다. 양양공항은 2019년 3만2천명에서 2023년 5만5천명으로 회복률이 171.9%에 달했지만, 7개월간 미운행했다는 점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올해 국제선 이용객은 '엔저' 영향 등으로 지난해보다 폭증하면서 전국 국제공항이 마비될 정도였다.

이미 청주공항은 8월 말까지 국제선 이용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에 반해 같은 기간 무안공항은 23만여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안공항이 청주공항을 이용객이나, 노선 다양성 등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이제 '넘을 수 없는 벽'이 돼버린 셈이다.

추석 연휴가 시작된 2024년 9월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부정기에 비인기…이용객 외면할 수밖에

무안공항의 회복세가 더딘 이유는 정기 노선도 없을뿐더러 그나마 있는 정기 노선이 비인기 취항지이기 때문이다. 국내 해외 이용객 대다수가 동남아와 일본, 대만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몽골에 정기 노선이 한정돼 있어 이용자들이 외면한다.

지난 20일 기준 무안 국제선 정기 노선은 6개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중국 옌지(1), 장가계(2), 황산(1), 항저우(1) 무안 울란바토르(1)이다. 취항지가 중국에 치우쳐 있는 데다 인기 지역인 동남아와 일본은 한 군데도 없다.

그러다 보니 실제 올해 8월까지 무안 국제선 이용객 23만6천223명 중 정기선 이용객은 9만4천550명이다. 반면 부정기 노선은 14만1천673명이다. 부정기 노선 이용객 비중이 59.97%에 달한다.

그에 반해 청주공항은 정기 노선이 46개 이른다. 취항지도 인기 지역인 일본 오사카, 도쿄, 후쿠오카, 태국 방콕 베트남 다낭, 나트랑, 푸꾸옥, 필리핀 세부, 대만 타이페이 등 다양하다. 청주공항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청주공항을 허브 공항으로 둔 한화그룹 계열사의 '에어로케이' 영향도 크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제주항공이 '무안공항 허브화' 전략에 따라 무안공항서만 동남아와 일본 등 인기 노선을 포함해 10개 정기 노선을 운행했다. 그러나 항공 수요가 회복한 아직까지도 제주항공은 중국 옌지·장가계 2곳만 운영하고 있다.

최근 전세기를 이용해 베트남 나트랑에 다녀왔다는 40대 남성은 "지방 공항을 이용하는 해외 관광객 대부분이 일본 아니면 동남아인데, 무안공항에는 정작 선호하는 취항지가 없으니 인천공항이나 김해공항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무안국제공항 정기 국제 노선 현황. 한국공항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업무협약은 하는데…연 200만 목표 요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 차원에서 무안공항 노선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협약에서 실제 노선 신설로 이어지고 있지 않아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전남도는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지난 5월 무안~일본 사가 정기 노선을 운영하기로 했지만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사가공항 측에서 운항 시 정비 문제 등으로 취항이 어렵다고 통보한 탓이다.

지난 6일 전남도의회에서도 최정훈 의원(목포4)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무안공항의 국제선 노선 정착을 위해 항공사 지원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지자체 차원에서 신규 정기 취항을 늘리기 위한 업무협약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위안이다. 지난 7월 전남도가 라오스 국영 항공사인 라오항공과 국제 노선 업무협약을 맺고 무안~비엔티안(10월), 루앙프라방(12월) 노선을 운항하기로 했다.

또 최근 강기정 광주시장이 중국 남방항공 한국지사장을 만나 무안~광저우 정기 노선 신설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기로 약속했다. 남방항공이 기반을 둔 광저우는 국내와 유럽·중동 등을 잇는 경유지로 인기가 많아 지역민들의 편의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주항공 관계자도 "아직 코로나19 여파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무안 정기 노선을 늘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점차 정기 노선을 늘려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와 전남도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해 광주민·군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통합하는 데 공감대를 모으고 무안통합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다. 무안군과 무안지역 정치권의 반대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태로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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