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다양성 결핍' 광주, 생존 위기···유입 전략이 열쇠다

입력 2026.01.01. 19:06 이삼섭 기자
[연중 기획] 다양성과 포용, 새로 쓰는 광주 성장 담론 ①인구
유출 계속되는데 유입 안 되며 '인구 동질성' 심화
다른 광역시 대비 인접지 비중 높고 규모도 낮아
"다양성 높을수록 도시 성장"…인위적 요법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다양성은 도시 성장의 핵심 조건이다. 포용은 도시를 살고 싶게 하는 힘이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광주는 다양성과 측면에서 위협받고 있다. 인구면 인구, 산업이면 산업, 교육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도시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다양성 결핍'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광주에게 다양성 확대와 포용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 전략이다. 무등일보는 연중기획을 통해 광주의 백년지계를 위한 새로운 성장 담론이자 핵심 키워드로 다양성과 포용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광주의 인구 다양성이 붕괴 중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유입은 막히고 유출이 가속화하면서 인적 다양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다양성의 붕괴는 단순한 사회 현상이 아니다. 다양성 붕괴는 생물이건 사회건 종말로 이어진다는 건 역사와 과학이 증명해온 사실이다. 호남 제1의 도시이자 중심도시인 광주가 생존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저출생과 인구 감소, 인재 이탈이 서로 맞물리며 도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위적으로라도 인구 구성 다양성을 올릴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기 울음소리·인구 유입 '뚝'

광주의 다양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인구 위기다. 당장 눈앞에서 인구수 자체가 급감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광주 인구는 2025년 11월 139만4천301명이다. 2020년에는 145만62명이었다는 점에서 5년 새 5만명이 넘는 인구가 증발했다. 젊은 인구 비중이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통상 청년으로 분류되는 20~39세 인구가 34만5천785명으로 전체의 24.8% 수준이다. 5년 전 27.29%에 비해 2.49%p 줄어든 수치다. 잠재적 청년이 될 아이들의 급감세는 더 심각하다. 10세 미만 아이는 같은 기간 12만143명에서 8만6천521명으로 3만3천622명이 사라졌다. 저출생에 더해 저조한 인구 유입과 인구 유출 가속화가 더해지면서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유출은 지역의 생산 가능 인구 감소는 물론 최대 소비층의 감소로 지역 잠재적 성장과 경제적 역동성을 떨어뜨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지역 순유출은 7천962명이다. 특히 20~39세 순유출이 5천860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인구 유입은 막혔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 해 3만명 가까이가 광주에 순유입됐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점차 순유출이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2010년대부터는 순유출이 지속되오고 있다. 특히 2000년대만 하더라도 광주는 전남에서 한 해 최대 1만5천명 가량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오히려 98명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광주의 인구 소멸이 안팎에서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광주 충장로 우체국 사거리 일원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타 지역 인구 유입 급감…동질화 '경고등'

이 같은 구조의 가장 큰 위협은 '다양성' 상실로 이어진다. 이미 광주는 전국 특·광역시 중 인구 다양성이 가장 뒤처진다. 광주는 전남의 인구를 흡수해 성장한 도시다. 산업화 시대 경부축 중심으로 산업이 발전하면서 광주는 이렇다 할 산업 기반이 없다 보니 전남을 제외하곤 타지역 인구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 6만2천741명이 광주로 이동했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1.84%는 전남이다. 이는 다른 특·광역시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비슷한 인구를 가진 대전의 경우 다른 지역에서 전입한 인구가 7만7천638명으로 광주보다 1만4천900명이 더 많다. 같은 권역인 충남 출신은 1만3천613명으로 17.5%에 불과하다. 세종과 충북까지 넓혀도 39.1%(3만376명)에 그친다. 대구의 경우 총 9만1천217명이 외부에서 유입됐다. 이 중 경북은 40.1%로 광주와 유사하지만, 유입 총량이 광주를 훨씬 뛰어 넘는다.

그마저 광주는 외부 유입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이다. 2015년 광주 외 전입 인구는 8만3천98명이었는데, 2020년 7만3천729명으로, 지난해에는 6만2천741명으로 쪼그라들었다. 10년 사이 24.49%가 줄어든 셈이다. 특히 전남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급감한 점이 치명적이다. 2015년 4만882명이던 전남발 유입은 2020년 3만3천145명으로 줄었고, 2024년 2만6천252명에 그쳤다. 10년 사이 35.8%가 감소한 것이다. 즉, 그동안 광주 인구의 다양성을 받쳐주던 전남에마저 더는 기대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전남은 22개 시·군이 각기 다른 산업·생활·문화적 특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광주 인구 구성의 이질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크게 기여했다.

◆출신 성분 다양할수록 경쟁력 높아진다

외부 인구 유입 감소는 단순히 외지인이 줄어든다의 문제를 넘어선다. 광주가 마주한 위기는 인구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를 지탱해온 다양성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데 있다. 외부 유입이 줄어들수록 도시는 더 닫히고, 닫힌 도시는 다시 사람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인구 동질성이 높은 도시는 창의성과 혁신을 떨어뜨린다. 흔히 갈라파고스화라고 한다. 학연·지연·혈연이 배타성으로 작동해 도시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미다.

인적 다양성은 해당 도시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연구는 이미 많다. 저명한 정치과학자 스콧 페이지는 "다양성이 능력보다 중요하다"(Diversity trumps ability)고 했다. 단순히 인종이나 성별의 차이가 아닌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접근법 등 인지적 차이(인지적 다양성)이 집단의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는 거다. 현대의 도시 경쟁력은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의미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이자 저명한 정치경제학자인 알베르토 알레시나(Alberto Alesina) 교수는 다양성 지수(Diversity Index)를 통해 이민자의 출신 국가 다양성이 1인당 GDP, 생산성, 혁신성과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단순히 외부에서의 인구 유입이 많은 것보다 출신 국가 혹은 출신 지역이 다양할수록 도시의 성장률이 더 높다는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는 해당 국가의 이민 유입이 1% 늘어날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이 장기적으로 2%가량 높아진다고 했다. OECD가 2014년 발간한 보고서(The Economic Impact of Migration)에서도 다양한 배경의 인력이 모인 도시는 특허, 창업,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에서 일관되게 더 높은 성과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등일보DB

◆출신지 다변화되고 외국 이주민 늘어

광주에게 기회 또한 엿보인다. 광주로 유입되는 인구의 출신 지역 구성이 과거보다 다소 다양화하는 흐름을 보인다. 광주에 유입되는 인구 중 전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49.2%에서 2020년 44.9%, 2024년에는 41.9%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이는 전남 의존도가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외부 유입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나타난 변화여서 한계가 크다.

외국 이주민 숫자 또한 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광주 외국인주민 수는 4만6천859명이다. 2015년에는 2만9천131명, 2020년에는 4만715명이었다. 다만, 현재 광주 외국인주민의 다수는 중·단기 체류 노동자로 추정된다. 그러다보니 지역사회와의 접점은 제한적이다. 2023년 말 외국인주민 중 한국국적을 가지지 않은 자는 3만5천274명(75.27%)이다.

외부 유입 인구 출신 지역이 다변화하고 외국인주민 수가 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도시의 다양성이 자동으로 확장되지는 않는다. 다양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포용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포용하지 않는 다양성은 배제되기 쉽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여러 보고서를 통해 지방 대도시의 이주민 정책이 노동력 관리에 머물러 있고, 정착과 사회적 포용으로까지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이주민 정책 역시 '노동력 수급' 차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는 외국인주민 수가 늘어도 도시의 문화적·사회적 다양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체류 기간을 늘리고, 직무·전공·숙련도에 따라 다양한 이주 경로를 열어주는 정책 없이는 외국인 이주 역시 일회성 유입에 그칠 수밖에 없다.

◆다양성 높일 '인위적 요법'은?

우선 인구 정책의 방향부터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광주의 인구 정책은 '유출을 막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유입과 유출이 자연스럽게 순환하면서 인구 규모와 다양성을 유지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는게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연희 광주연구원 미래전략실 연구위원은 "많은 청년들을 유입하게 하는 건 문화적 다양성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전국에 있는 청년들, 세계에 있는 청년들이 광주로 유입돼 공부하고 또 뿌리를 내리고, 그러다가 다시 나가고 하면서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지역의 인구정책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과 산업 정책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외부 인재를 끌어들이는 '관문'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인구 구성의 다양성은 지속될 수 없다. 대학 기숙사 확충, 청년·외국인 주거 지원, 광역 교통비 지원 같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도시의 다양성을 높일 컨트롤타워(전담부서)와 정책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가 대표적 사례다. 동독 붕괴 이후 인구가 급감하고 고령화와 공실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타지역과 외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주거와 창업 공간을 제공했다. 그 결과 2010년대 이후 독일에서 청년 유입이 가장 많은 도시이자, 스타트업과 예술·제조업 생태계가 형성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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