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는 거리로 기억되는 도시다. 5·18 민주화운동의 현장이었던 금남로는 상징적이다. 1980년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자 아픔이 배어 있는 곳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부당한 국가폭력에 맞섰던 역사적 현장에 시민들을 위한 국가 주도 프로젝트가 추진됐기 때문이다. “예향 광주를 문화수도로 만들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서다. 10여 년 전, 옛 전남도청 터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이야기다. ACC엔 광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공간이 공존한다. 장소성과 함께 아시아 문화 교류·연구·교육과 콘텐츠 창·제작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낙후도시의 대명사였던 광주가 ‘문화로 밥을 먹고 사는 도시’로 업그레이드 되는, 핵심 인프라로 기대를 모은 이유다.
ACC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 문화예술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민형배 광주특별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운영권 이관을 건의하면서다. ACC는 문화체육관광부 직속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21일 오전, 국무회의를 마친 뒤 민 시장은 이 대통령, 한성숙 국무총리와 오찬을 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가 마무리될 무렵, 민 시장은 “멀리서 온 경우 ‘원거리 참석자 발언 찬스’를 주시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다룰만한 의제면 좋다”며 민 시장에게 깜짝 제안한 것이다. 민 시장의 국무회의 배석은 지난 14일에 이어 두 번째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호남에) 진 빚을 다 갚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콕 집었다. 이 대통령은 “문화전당 건물 하나 세워놓고 끝날 일이 아니다. 도시 전체가 문화도시로 우뚝 서야 한다”고 했다. 민 시장은 “문화전당 운영권을 광주특별시에 넘겨달라. 비용은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은 지역이 맡아 보겠다. 광주가 잘 할 수 있다”고 요청했다. “역량의 현지화가 이뤄지지 못한 때문”이라는 취지에서다. 이 대통령은 곧장 검토를 지시했다. 민 시장은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정식으로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민 시장은 22일 이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을 전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통령의 진심 I :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진 빚을 다 갚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다. 민 시장은 “대통령께서 ‘호남이 얼마나 서럽게 살아왔느냐’고 몇 번이고 되짚으셨다”며 “드러내지 않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전라의 서러움을 알고, 전남광주의 꿈을 함께 품는 대통령이 있다”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전남광주, ‘이재명 시대’에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문화의 힘이 도시 곳곳으로 퍼지고, 지역 예술인과 시민 역량으로 단단히 뿌리내리는 도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처음 꿈꿨던 모습”이라며 “노무현 정부에서 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 초기 담당 비서관으로서, 책임이 무겁고 사업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절실함도 크다”는 소회도 밝혔다.
유지호기자 hwaon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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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반도체 업무 집중···4실·8본부·27국 조직개편 윤곽
3청사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800조원 규모의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행정력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3개 청사에 부시장별 전담 기능을 나눠 배치하는 한편, 시장 직속으로 반도체실을 신설는 첫 조직개편의 윤곽이 드러나면서다. 이번 조직개편은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광주·무안·동부 등 3개 청사의 기능을 어떻게 배분하고 통합 행정체계를 안착시킬지를 결정하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14일 오전 무안청사 초의실에서 열린 시의회와의 현안 간담회에서 통합 이후 첫 조직개편안을 공유했다.이번 개편안은 통합 출범 이후 한 달여 동안 시 내부 검토와 공무원 노조 협의를 거쳐 마련한 것으로, 향후 입법예고와 시의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본청은 4실·8본부·27국·144개 과·담당관 체제로 재편된다. 실장은 1급, 본부장은 2급, 국장은 3급이다. 통합 직후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조직과 비교하면 1본부, 3국, 5개 과·담당관이 증가한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시장 직속 반도체실 신설이다.반도체실은 1급 실장이 지휘하고 산하에 반도체산업정책관을 두는 형태다. 현재 3급 국장급인 반도체산업지원단을 확대·격상해 시장이 직접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챙기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AI와 에너지 등으로 분산돼 있던 산업 분야의 역량을 반도체를 중심으로 결집해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앞당기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또 다른 핵심은 4명의 부시장이 기능을 나눠 맡고 이를 3개 청사에 연계 배치하는 방식이다.국가직 2명과 지방직 2명 등 4명의 부시장 직위는 현재 가칭으로 행정안전부시장, 균형발전부시장, 기본사회부시장, 산업경제부시장으로 구분된다.행정안전부시장은 광주청사에 근무하면서 기획을 중심으로 AI·반도체, 안전, 문화·체육, 민주, 환경, 도시·건축, 교통 등을 총괄한다.무안청사에는 균형발전부시장과 기본사회부시장이 배치된다. 균형발전부시장은 재정과 관광, 자치행정, 광역SOC, 에너지, 농·축산, 해양수산 등을 맡고 기본사회부시장은 시민주권과 청년·교육, 복지·건강, 인권, 여성·가족 등을 담당한다.동부청사는 산업경제부시장이 이끌며 산업과 노동, 투자, 경제를 비롯해 산림·정원 분야를 총괄한다.이에 따라 3개 청사는 기능별 색깔도 뚜렷해진다. 광주청사는 기획·AI·반도체, 무안청사는 재정·균형발전·농수산·기본사회, 동부청사는 산업·투자·경제 기능이 중심이 된다.청사별 과 단위 조직은 광주청사 67개, 무안청사 56개, 동부청사 21개로 구성된다. 광주와 무안은 기존보다 각각 2개 과가 줄어드는 반면 동부청사는 9개 과가 늘어난다.부시장별 기능을 중심으로 청사를 나누면서도 시민들이 각 지역에서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일부 기능은 병렬 배치한다.광주청사에는 행정재무국 산하 총무과를 두고, 무안청사에는 자치행정국 산하 행정지원과를 배치해 유사한 총무·행정지원 기능을 나눠 맡는 방식이다.복지 분야 역시 기본사회부시장 산하 무안청사의 돌봄복지국이 주축이 되지만 광주청사에는 광역행정본부 복지건강과를 둬 일부 복지정책과 사업을 담당하도록 했다.기존 직속기관과 사업소 등은 큰 틀에서 현행 체계를 유지한다. 상수도사업본부, 해양수산과학원, 종합건설본부, 도시철도건설본부, 보건환경연구원, 농업기술원, 경제자유구역청 등이 대표적이다.시는 조직개편안이 담긴 기구·정원 관련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하기 위해 이달 중 임시회 개최를 요청했다. 다음 주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공무원과 의회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조직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다만 의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일부 조직과 기능의 조정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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