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숙원 ‘전남의대’···지역주의로 무산 위기

입력 2026.07.15. 09:07 이정민 기자
순천대 중재안 거부에 민형배 인수위, ‘중재 중단’ 선언
2010년 약대 유치 때도 두 대학 다툼에 정원 절반씩
일각 “소모적 갈등 말고 전남대·조선대병원 분원” 주장
민 시장 일부 언론서 “순천대 거절하면 특정 대학과 해
전남도, 순천대·목포대와 의대 신설 업무협약

전남의 30년 숙원인 국립 의과대학 신설이 무산 위기에 놓여 있다.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인수위원회인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가 제시한 절충안을 국립순천대학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중재를 중단하면서다.

지역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대학 간 이견을 넘어 지역주의와 대학 이기주의가 맞물린 결과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양 대학 모두 지역의 미래보다 각자의 이해관계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지적과 함께,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아닌 양측 모두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획위는 14일 이달 안에 대학 통합 신청이 이뤄져야 2030년 개교 일정도 맞출 수 있다며 당사자 간 직접 협의를 주문했다.

하지만 협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순천대는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대학병원 우선 설치, 정부의 예산 보장과 법적 확약, 이원화 교육체계 등 요구 조건을 잇달아 제시하며 입장을 변경해 왔다. 대학 입장에서는 동부권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고민이라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협상 상대방과 지역사회에서는 협의가 진전될 때마다 새로운 조건이 제시되면서 합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반면 목포대 역시 의대와 대학본부를 중심으로 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접점을 넓히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양측 모두 한 발씩 물러서지 못하는 사이 숙원사업 자체가 흔들리는 형국이다.

과거 사례도 우려를 키운다.

지난 2010년 약학대학 신설 당시에도 목포대와 순천대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당초 한 곳에 배정될 가능성이 있었던 정원 50명을 각각 25명씩 나뉘어 배정됐다. 지역 간 경쟁이 결국 전체 파이를 키우지 못한 채 나눠 갖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의대 신설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공모 방식으로 배정할 가능성이 큰 만큼 통합 대학이라는 명분과 경쟁력을 잃게 되면 전국 다른 대학과의 경쟁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 통합이 무산될 경우 교육부가 양 대학의 개별 신청을 받아들일지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달라진 여건도 변수다.

통합 이전에는 전남에 국립 의대와 대학병원이 없었지만, 현재 전남광주특별시는 행정구역상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 대학병원을 모두 갖춘 광역지자체가 됐다.

이 때문에 지역 일각에서는 통합 의대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바에는 기존 의대 정원을 전남대와 조선대에 배정하고 목포와 순천에 각각 대학병원 분원을 설치하는 현실적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서비스를 보다 빠르게 제공하면서 막대한 신규 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이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목포와 순천 모두 수십 년간 추진해 온 독자 의대 설립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형배 특별시장도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순천대가 끝내 중재안을 거부할 경우 특정 대학과 새로운 해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기존 통합 모델 외의 대안을 검토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발언에 대해 기획위는 “시장이 의대 설치 원칙과 행·재정 지원 의지를 강조한 것일 뿐 기획위 방침과 다르지 않다”며 “중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대학 간 자율 협의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과 대학이 끝없는 명분 싸움을 이어가는 사이 정작 의대 신설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지역민들이 원하는 것은 어느 지역의 승리가 아니라 의료 인프라 확충이다. 양 대학 모두 지역의 미래를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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