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법 제정' 약속…5·18기념재단 근절 운동
시민들 폭발적 관심…세대·지역 넘어선 화두 방증
"도대체 사회가 얼마나 망가졌으면" 탄식 쏟아져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댓글창 등에서 10·20세대의 ‘밈(Meme)’과 오프라인 놀이 문화로 변질·확산하고 있는 ‘전라도 혐오’의 심각성을 다룬 본보 기획 보도 ‘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에 스민 낙인’(7월 9일자 1·2·3면)과 관련,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혐오 표현) 방지법’ 도입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사회와 일상 생활 곳곳에 독버섯 처럼 스며든 전남광주에 대한 무차별적인 ‘전라도 린치’ 현상의 악순환을 끊어내자는 취지에서다.
◆송영길·박선원 “일본 사례 검토 등 실질적 대안 마련”
송영길 국회의원(인천 연수구갑)은 9일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뿌리 깊은 지역 혐오 발언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송 의원은 이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이하 광주특별시의회) 광주청사 브리핑룸에서 “일본은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이 조례로 만들어졌는데, 일본 사례 등을 검토해 당 대표가 되면 조례 발의 등을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6년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을 제정, 국가 차원에서 혐오 발언을 방지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 처벌 조항이 없다보니 지자체 조례로 재일동포 등에 대한 혐오 발언이 나왔을 때 과태료 부과 등을 통해 제재하고 있다. 특히 본보가 지적한 ‘서남권 반도체 투자’를 중심으로 한 왜곡·혐오 행위에 대해서도 공론장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날 광주특별시의회 광주청사에서 민주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박선원(인천 부평구 을) 국회의원 역시 “이제는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이라는 실질적이고 강력한 대안을 통해 호남에 만성적으로 뿌리내린 조롱 현상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는 구조적 폭력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나주 출신인 박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생각 역시 (만연한) 혐오 표현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상황 자체를 근본적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국회 문체위나 과방위 등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저 역시 모든 역량을 발휘해 호남 혐오를 멈추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 “호남이 민주주의의 위기마다 국가를 지키는 보루 역할을 해왔음에도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은 본보가 공론화 한 ‘전라도 혐오’ 현상을 언급하며 강력한 행동을 촉구했다. 5·18기념재단은 이날 논평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악의적 혐오와 전라도 등 특정 지역을 향한 맹목적인 비하 발언이 하나로 얽혀 일상의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를 정략적으로 부추기며 갈등을 심화시키는 정치권과 일부 사회 구성원들의 행태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5·18재단은 “그 간 사후적 법률 대응의 한계를 넘어, 혐오 범죄를 응징하겠다는 최근 국정 기조에 발맞춰 교육 당국 및 온라인 플랫폼 기업 등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며 “혐오 발언에 대한 명확한 필터링 및 차단 기준을 세우는 등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 마련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위로와 분노 쏟아낸 시민들
본보 기획 보도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했다. 특히 대기업의 전남광주 투자 소식 뒤편에 숨은 잔혹한 비하 댓글의 실태를 고발한 ‘전라도에 지으면 중국산 반도체?…국책사업 삼킨 호남 린치’ 기사는 포털에 공개되자마자 누적 조회수 30만회를 가볍게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댓글만 1천400여 개가 달렸다. 전라도 혐오 문제가 단지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세대와 지역을 넘어선 사회적 화두라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특히 댓글 창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과 갈라치기 행태를 성찰하고 호남을 향해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눈에 띄었다. 한 누리꾼은 “우선 광주 시민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건넨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왜 이런 차가운 눈치를 보고 피해의식에 놓이게 되었는지 현재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정치하는 어른들이 문제인데 왜 죄 없는 지역민들을 이렇게까지 몰고 가는지 그들의 한심함에 통탄한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 것이 현재 대한민국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국민들을 편 가르고 갈라치기 하여 분열시키는 정치 세력들은 목적이 무엇인가? 무섭고 두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어쩌면 이렇게 아무런 논리도 없이 ‘호남은 무조건 안 된다’는 말을 할 수가 있나. 과거엔 저런 비뚤어진 생각이 있더라도 소리 내어 말하면 완전히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분위기였는데, 도대체 사회가 얼마나 망가졌으면 아무렇지 않게 저런 차별 발언을 입에 올리느냐”, “광주, 정말 서럽겠다. 토닥토닥 위로를 건넨다”, “이건 그냥 기득권들의 추악한 통치 방식이다. 전라도가 타깃이 아니면 제주도든 충청도든 어느 한 곳을 골라 ‘왕따’ 시키고 이익을 취할 인간들”이라는 등 공감과 뼈아픈 비판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러한 반성과 성찰의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낙인과 혐오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악성 댓글 또한 적잖았다. 본보가 지적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을 고스란히 방증한 것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호남은 100% 민주당, 5·18운동에 빨대 꽂고 정치하는 인간들 옹호하면 끝나지 않느냐”며 본질을 비틀었다. 그러는 한편 “경상도에 무슨 짓을 해도 전라도는 아무 말 않고 있던데 경상도는 매국노 DNA가 너무 많다”며 또 다른 지역감정과 비하를 생산, 악순환되는 혐오의 고리를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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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시장 요청 날짜에도 묵묵부답 ‘목포대-순천대’
목포대-순천대 대학본부
국립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의 통합 협상이 ‘마지막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무산 위기론마저 나오고 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제시한 협상 시한인 10일까지도, 양 대학이 협상 테이블조차 차리지 못하면서다. 특히 정부가 오는 20일까지 의대 신설 추진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황에서 통합 신청과 교육부 심의 절차까지 고려하면 11일이 통합의 마지막 고비가 될 전망이다.10일 광주특별시 등에 따르면 목포대와 순천대는 이날까지 추가 회동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민 시장은 앞서 양 대학에 10일까지 통합 논의를 마무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까지 공식적인 회동은 없었다. 양 대학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의대 신설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최근 양 대학에 오는 20일까지 ‘지역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추진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정부는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를 신설한다는 국정과제에 따라 2030년 지역 의대 정원 100명의 배정 후보지로 경북과 옛 전남을 선정한 상태다. 전남이 100명의 의대 정원을 확보하려면 목포대와 순천대가 통합을 전제로 의대와 대학병원 소재지 등을 담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통합 행정절차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목포대 측은 통합을 전제로 한 의대 계획서를 제출하려면 통합 신청서를 늦어도 11일까지 교육부에 접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목포대 관계자는 “합의가 되고 하루 이틀 안에 통합 신청서를 빨리 제출해야 20일 통합대학 이름으로 의대 계획서를 낼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번 정원 배정을 받지 못하고 정원을 갖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목포대와 순천대의 협상은 의대와 대학병원 소재지를 둘러싼 이견으로 수차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민 시장 인수위는 목포에 통합 대학 본부와 의대를, 순천에 500병상 규모 대학병원을 우선 구축한 뒤 목포에 추가 대학병원을 설립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의대 기능도 한쪽 캠퍼스에 본부와 기초의학을 두고 다른 쪽 캠퍼스에 임상·이론 및 실습 기능을 배치하는 방식이었다. 목포대는 중재안을 수용했지만 순천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대와 대학병원까지 순천에 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특히 의대 신설이 정원 배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30년 개원을 위해서는 의학교육 평가·인증 등 후속 절차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협상 지연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목포대 측은 통합이 무산될 경우에도 특정 대학에 의대 정원을 별도로 배정해달라는 요구를 현재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 한쪽에만 정원을 배정할 경우 다른 지역의 반발로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20일이라는 최종 시한까지 남은 시간은 열흘 가량이다. 통합 신청과 교육부 심의, 의대 신설계획서 작성까지 감안하면 양 대학이 실제로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하루 이틀에 불과하다. 민 시장이 제시한 10일에도 양측이 만나지 못하면서 공은 다시 목포대와 순천대로 넘어갔다. 11일까지 극적인 합의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40년 지역 숙원인 전남 의대 신설이 또다시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이에 민 시장은 양 대학에 통합을 위한 결단을 촉구했다.민 시장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국립의과대학 신설은 특별시민과 지역사회가 오랜 시간 한마음으로 요구하고,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정부를 설득해 힘겹게 얻어낸 소중한 기회”라며 “양 대학이 통합에 합의해 하나의 대학으로 국립의과대학 신설을 신청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이어 “양 대학이 통합에 합의하지 못하면 어렵게 확보한 의대 정원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져 매우 긴박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국립의대 신설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광주특별시의 지원 의지도 밝혔다.민 시장은 “양 대학과 지역이 함께 발전할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한 행정·재정적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며 “어느 한 지역도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수련·진료·연구 기능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역에 연결하는 초광역 통합의료체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이어 “시민들의 생명과 절박함을 가장 앞에 놓고 통합에 합의해 하나의 대학으로 국립의과대학 신설을 신청해 달라”며 “두 대학이 맞잡은 손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민의 생명을 살리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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