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단절·경쟁력 약화" 구성원·문화계 등 반발
ACC·비엔날레 등 고유 자산 연계 기관 운영 합리적

국내 최고 예술 교육기관인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로 이전하는 법률안이 논란에 휩싸였다. 문화예술 교육 인프라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한예종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된 법안이 되레,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비엔날레로 대표되는 광주 생태계와 비전에 걸맞는 문화예술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게 합리적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논란은 지난 22일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주 북구갑) 등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촉발됐다. 발의자에 이름을 올린 11명 중에는 광주지역 국회의원 8명 모두 포함했다. 현재 서울에 위치한 한예종을 광주와 전남이 통합해 오는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사실상 현 광주시로 이전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한예종은 1992년 ‘체계적인 예술실기 교육을 통한 전문예술인 양성’을 위해 설립된 국립 고등교육기관이다.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공연예술 교육기관으로 평가 받는다.
법안은 현재 문화예술 교육 인프라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돼 지역 간 문화 격차가 심화된 데다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수도권 유출로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가 위축되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국가균형발전과 문화예술의 지역 확산을 위해 한예종 소재지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과 교수, 교직원 등 5천명에 달하는 한예종이 광주로 이전하면 지역 예술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한예종 구성원은 물론 문화계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한예종의 경쟁력은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된 거대한 인적·물적 인프라의 결과이자, 이미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공공기관과 달리 봐야 한다는 거다. 특히 한예종 이전에 대한 충분한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예종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충분한 준비가 전제되지 않은 (캠퍼스의) 물리적 이전은 예술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하하고, 국가적 예술 자산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일방적 (이전) 추진에 앞서 본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해달라”고 밝혔다. 한예종 총학생회도 서울 석관동 캠퍼스에서 “장기적 청사진 없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밀어붙이는 이전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껍데기 이전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재욱 신라대 교수는 지난 27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균형발전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명분이지만, 모든 기관에 동일한 분산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며 “일반 행정기관이나 공공서비스 기관과 달리, 예술교육기관의 생태계는 산업적 입지에 극도로 민감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예종의 핵심 재원은 건물이 아닌, 인간과 현장성에 있는데 공연예술 매출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네트워크 단절은 곧 학교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광주 또한 껍데기만 얻고 대한민국은 최고의 예술 교육 거점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또한 같은 날 소셜미디어에서 “공연장, 연습실, 현장 네트워크 등 수십 년간 서울에서 축적된 생태계는 건물을 옮긴다고 따라오지 않는다”며 “지금 민주당의 발상은 씨앗을 심는 게 아니라, 이미 자란 나무를 억지로 뽑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보다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나 광주비엔날레와 같은 고유 자산과 연계한 ‘광주형 예술교육 모델’이나 한예종 특화캠퍼스를 운영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조언도 곁들었다.
지역 문화계 내부에서도 이번 법안 발의가 치밀한 전략 없이 추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의 한 문화기획자는 “계획과 어떤 방향성과 전략을 갖고 추진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혹할 만한 아이템을 이슈화했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광주에는 아시아문화전당이나 비엔날레와 같은 굵직한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많은데, 이런 곳을 잘 활용하고 더 잘 되게 하는게 더 중요한데 새로운 기관만 유치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화기획자는 “케이팝과 아이돌 육성을 광주에서 할 수 없는 이유는 관련 민간 인프라가 모두 서울에 있기 때문”이라며 “한예종 또한 마찬가지고, 한예종을 광주로 이전한다고 해서 기대하는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냉정하게 질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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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시장 “글로벌 기업 추가 투자 확정···AI·반도체 품은 광주로”
강기정 광주시장이 15일 오전 광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4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해 2026년도 제1회 광주광역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추가경정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강기정 광주시장이 AI(인공지능)과 모빌리티에 이은 지역 미래 산업 성장축으로 반도체 산업을 주목했다. 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대기업의 투자가 이미 확정된 데다 추가 투자까지 이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등 반도체산업 중심도시로의 대전환을 강조하면서다.강 시장은 15일 광주시의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추경안 제안설명에서 “민선 8기 지난 광주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고 광주의 저력을 유감없이 시민께 증명해온 시간이었다”며 그간의 여정과 구체적인 성과들을 거론했다. 그가 꼽은 민선 8기 최대 성과는 AI와 미래차 중심의 미래산업기반 구축이다. 강 시장은 “6천억원 규모의 AX(인공지능 전환) 실증밸리 조성과 AI 모빌리티 시범도시 사업은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며 “미래차 국가산단 100만 평 유치와 자율주행차 200대 실증사업을 통해 대한민국 AI 대표도시로 도약할 토대를 마련하고 인재양성 사다리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강 시장은 이러한 민선 8기의 성과를 발판 삼아 다음 단계인 반도체로의 영토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기업의 추가 투자가 확정돼 있고, 글로벌 대기업의 신규 팹(FAB·반도체 제조공장) 건설은 광주를 남부권 반도체 산업의 중심도시로 만들 것”이라며 “이로써 광주는 AI, 모빌리티, 반도체를 모두 품는 미래 산업도시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돌봄과 문화·관광 분야의 성과도 강조했다. 강 시장은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대한민국 통합돌봄 정책의 기준이 됐고, 공공심야 어린이병원과 같은 정책으로 광주가 대한민국 정책을 선도하는 도시임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그레이트광주와 어등산스타필드, 더현대 광주와 같은 대규모 문화상업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되면서 꿀잼도시로의 분명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했다.지역 최대 현안인 군공항 이전 사업과 행정통합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강 시장은 “정부의 6자 주도 TF가 이달 말 무안을 후보지로 확정짓는 일정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민선 8기에 닦아둔 군공항 사업을 민선 9기에 착공해 민선 10기에는 완료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또한 오는 7월 1일 출범을 앞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대해 “광주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 꼭대기에 있고, 여기에서 떨어지면 우리는 죽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러는 한편 통합을 성공시키기 위해 빠르게 달려오는 과정에서 더 많은 토론과 숙의를 하지 못한 데 대해서 아쉬움도 내비쳤다.강 시장은 이날 광주시가 제출한 추경 예산안에 대해서도 원안 통과를 당부했다.이번 추경 예산안의 총 규모는 기존 예산 대비 3천814억원(일반회계 3천581억원·특별회계 233억원) 증액했다. 보통교부세 675억원 등이 추가 확보됨에 따라 지방채 발행 없이 전액 재원을 마련했다. 주요 세출 예산으로는 정부 추경에 대응한 고유가 피해 지원금 2천79억원을 비롯해 군공항 이전 사업 용역비 30억원, 7월 출범하는 행정통합 기반 구축비 21억원, 도시철도 2호선 건설비 100억원 등이 반영됐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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