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한강 낳은 '도시 광주'는 어디로···보완 필요성 제기

입력 2026.01.11. 18:37 이삼섭 기자
광주전남특별시 추진 합의…‘도시 광주’ 정체성 소멸
단순 '광역 명칭' 아닌, 오랜 기간 단일 행정구역 기능
보완책 마련 시급…자치구 통합·명칭 변경 등 대안 거론
11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컨벤션홀에서 '2026년 광주전남통합 원년으로'를 주제로 광주·전남 행정통합 시민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입니다."

한강 작가의 말이다. 2024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렸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통해서다. 5·18 민주화운동의 도시 '광주'라는 이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광주전남특별시' 모델로 추진되면서다. '광주'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브랜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1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와 전남도는 행정통합 형태로 '특별자치시'에 합의함에 따라 기존 광역단체명은 사라진다. 대신 새로운 광역통합 명칭을 사용하게 된다. 광주시 5개 자치구와 전남도 22개 시·군은 그대로 유지한다. 시·도는 당초 특별자치시와 특별자치도 두 개 안을 두고 논의했다. 특별자치도로 갈 경우 '광주특례시'를 두고, 그 아래 5개 행정구(준자치구)를 두게 된다.

논의 과정에서 광주·전남은 '특별자치도'가 아닌 '특별자치시' 모델을 선택했다. 특별자치도로 갈 경우 자칫 현재 광주 5개 자치구 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데다, 하나의 지자체를 지향하는 시·도 통합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강기정(오른쪽)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광주·전남 대통합 추진 공동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광주는 전남도와 달리 단순한 '광역 단위' 명칭이 아닌, 오랜 기간 공간적·역사적 정체성을 축적해 온 단일 도시라는 점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옛 삼국시대 '무진주'로 불렸던 것부터 고려 태조 때 '광주'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뒤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을 만들어냈다. 광주비엔날레를 통해선 아시아 대표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엔 '광주'라는 도시의 서사와 브랜드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덕분이다.

특별자치시 명칭에 '광주'라는 이름이 들어간다고 해도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광주가 '도시'(City)로서의 행정 단위가 아닌, 광주와 목포, 순천·여수 등 사실상 현 시·도 전역을 포괄하는 광역(Province) 행정명칭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광주라는 도시를 지칭할 방법이 사라진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년이 온다' 수상 1주년 기념 특강 광주를 만나다 문학기행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2025년 12월 4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추모탑앞에서 헌화 참배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고유한 브랜드를 만든 도시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 지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행정통합 자체의 명분과 별개로 광주라는 도시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는 통합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라는 거다. 윤희철 생태도시리빙랩 소장은 "(단일 도시로서) 광주의 지위와 정체성을 살리고 싶어하는 데 많은 시민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통합을 반대하는 게 아닌, 올바르게 통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칭 보존 제안도 나온다.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는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광주가 고려 초 첫 행정구역명으로 등장한 후 근·현대를 거치며 현재는 세계적 위상을 갖는 민주도시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라는 행정 단위의 위상과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합의한대로 특별자치시로 간다 하더라도 5개 자치구를 '광주'라는 상위 명칭 개념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행정상 기초자치단체는 유지하되 도시 브랜드와 정책·문화·국제교류 영역에서는 '광주'라는 이름을 단일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또 일부 자치구를 통합해 '광주로' 명칭을 변경하거나, 현 자치구 중 한 곳이 광주로 이름을 바꾸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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