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광역 명칭' 아닌, 오랜 기간 단일 행정구역 기능
보완책 마련 시급…자치구 통합·명칭 변경 등 대안 거론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입니다."
한강 작가의 말이다. 2024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렸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을 통해서다. 5·18 민주화운동의 도시 '광주'라는 이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광주전남특별시' 모델로 추진되면서다. '광주'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브랜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1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와 전남도는 행정통합 형태로 '특별자치시'에 합의함에 따라 기존 광역단체명은 사라진다. 대신 새로운 광역통합 명칭을 사용하게 된다. 광주시 5개 자치구와 전남도 22개 시·군은 그대로 유지한다. 시·도는 당초 특별자치시와 특별자치도 두 개 안을 두고 논의했다. 특별자치도로 갈 경우 '광주특례시'를 두고, 그 아래 5개 행정구(준자치구)를 두게 된다.
논의 과정에서 광주·전남은 '특별자치도'가 아닌 '특별자치시' 모델을 선택했다. 특별자치도로 갈 경우 자칫 현재 광주 5개 자치구 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데다, 하나의 지자체를 지향하는 시·도 통합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문제는 광주는 전남도와 달리 단순한 '광역 단위' 명칭이 아닌, 오랜 기간 공간적·역사적 정체성을 축적해 온 단일 도시라는 점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옛 삼국시대 '무진주'로 불렸던 것부터 고려 태조 때 '광주'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뒤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을 만들어냈다. 광주비엔날레를 통해선 아시아 대표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엔 '광주'라는 도시의 서사와 브랜드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덕분이다.
특별자치시 명칭에 '광주'라는 이름이 들어간다고 해도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광주가 '도시'(City)로서의 행정 단위가 아닌, 광주와 목포, 순천·여수 등 사실상 현 시·도 전역을 포괄하는 광역(Province) 행정명칭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광주라는 도시를 지칭할 방법이 사라진다.

고유한 브랜드를 만든 도시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 지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행정통합 자체의 명분과 별개로 광주라는 도시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는 통합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라는 거다. 윤희철 생태도시리빙랩 소장은 "(단일 도시로서) 광주의 지위와 정체성을 살리고 싶어하는 데 많은 시민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통합을 반대하는 게 아닌, 올바르게 통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칭 보존 제안도 나온다.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는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광주가 고려 초 첫 행정구역명으로 등장한 후 근·현대를 거치며 현재는 세계적 위상을 갖는 민주도시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라는 행정 단위의 위상과 역사성을 보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합의한대로 특별자치시로 간다 하더라도 5개 자치구를 '광주'라는 상위 명칭 개념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행정상 기초자치단체는 유지하되 도시 브랜드와 정책·문화·국제교류 영역에서는 '광주'라는 이름을 단일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또 일부 자치구를 통합해 '광주로' 명칭을 변경하거나, 현 자치구 중 한 곳이 광주로 이름을 바꾸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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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밥상 오른 통합시장···입지자는 민심속으로
지난 15일 김영록 전남지사가 물품을 구매하며 상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6·3 지방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을 노리는 선거레이스가 본격 개막됐다. 광주와 전남의 여론이 한데 뒤섞이는 설 민심은 이번 지방선거의 향방을 가늠할 전초전의 성격을 지녔다. 민족 최대 명절을 맞아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초대 통합시장을 노리는 입지자들이 시·도를 오가는 광폭 행보에 나서며 민심 다지기와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인 이유다.18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와 전남의 행정통합이라는 역사적 변곡점에서 치러지는 6월 지방선거에서 초대 특별시장 자리를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만 8명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민형배·신정훈·이개호·정준호·주철현 국회의원과 이병훈 전 국회의원 등이다. 이들은 인공지능(AI) 신성장과 에너지 자주권, 자치분권과 균형발전론 등을 앞세워 설 민심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연휴 기간 각각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슈가 화제가 될 수 있도록 발품을 팔았던 것이다.지난 15일 강기정 광주시장이 남광주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 강기정 페이스북설 연휴 고향의 민심은 세상살이의 창이었다. 밥상은 걸었지만, 이야깃거리는 소박했다. 화제는 6·3 지방선거로 옮아갔다. 행정통합 등 주민의 삶과 직결된 일꾼을 뽑는 일이다. 총선보다도 더 중요하다. 취임 1년여 이재명 정부의 평가 성격도 지녔다. 광주에서 전남을 찾은 가족과 친구들은 전남지역 후보들이 어떤지, 반대로 전남에서 광주를 찾은 이들은 광주지역 후보들이 어떤지 자연스레 묻는 등 연휴기간 각 가정에서는 정보 교환의 장이 마련됐다. 예비 후보들은 설 연휴기간의 민심이 선거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판단 아래, 총력을 다한 홍보전에 들어갔다.강기정 시장은 설 연휴 동안 광주에 머물며 남광주시장 등 주요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한편 정치권 인사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이어갔다.김영록 전남지사는 14일 광주 남광주시장과 대인시장을 시작으로, 15일 양동시장과 목포 청호시장, 16일 여수 서시장과 순천 웃장을 차례로 찾았다. 민형배 의원은 광주를 비롯해 구례·곡성·목포·영암 등을 돌며 통합 이후 삶의 변화와 ‘광주 쏠림’ 우려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신정훈 의원도 양동시장과 말바우시장, 각화동 농산물도매시장 등을 방문, 통합 특별법 입법 활동을 설명하고 농업인·상인들의 여론을 들었다.일부 입지자들은 ‘전략적 요충지’를 찾는 등 민심잡기에 주력했다. 이개호 의원은 장성 백양사를 찾은 정청래 당 대표를 영접한 뒤 곧바로 양동시장으로 향해 지역 당직자들과 함께 장보기 행사를 했다. 정준호 의원은 나주·해남·무안 등 전남 전통시장을 돌며 산업 유치와 통합 이후 발전 전략을 설명했다. 주철현 의원은 전남 동부권인 광양 중마시장과 여수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났다. 다만 이병훈 전 의원은 연휴 기간 공개 행보를 자제하며, 설 이후 전략을 준비하는 모양새를 보였다.지난 15일 민형배 의원이 나주 타오르는강문학관을 찾아 문순태 작가를 만나 인사를 건네고 있다. 민형배 페이스북이들 입지자들은 연휴 기간, ‘행정통합과 민생 현안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통합 입법 가능성, 지역경제 회복 방안, 공천 구도와 중앙 정치의 영향력 등이 주요 관심사로 거론됐다. 연휴 이후로도 후보군들은 경청 투어와 권역별 토론회 등을 통해 지역민들과 접촉면을 이어가는 한편 특별법 특례 준비와 세 확정에 나설 계획이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현직의 연속성과 신인들의 도전 구도가 동시에 형성됐다”며 “3선 제한이 분명해진 만큼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가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회 행안위에서 최근 특별법을 의결,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 등 현직 단체장이 통합시장에 당선될 경우 재임 횟수를 합산하는 것으로 명시됐다. 제도적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선거전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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