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공모서 사라진 NPU···광주시 "AI컴퓨팅센터 대안, 이거다"

입력 2025.12.07. 21:57 이삼섭 기자
국가NPU컴퓨팅센터 국비 반영 비하인드
AI컴퓨팅센터 후보지 탈락 후 망연자실
강 시장·AI산업국, 수시로 보며 대안 논의
공모 재공고서 ‘NPU 50%’ 비율 제외 포착
하정우 수석도 긍정…정부 예산 포함 성공
강기정 광주시장이 2024년 11월 5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서울미래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국가NPU컴퓨팅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광주시

"당초 정부가 국가AI컴퓨팅센터에 NPU(신경망처리장치) 비율 50% 도입을 의무화했을 땐 국가 정책과 맞 닿았기 때문이죠. 민간 참여를 위해 공모조건에서 의무조항을 없애긴 했어도 NPU 자원 필요성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었을 거란 게 저희 판단이었습니다."

강기정 광주시장의 말이다.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 불발 후부터 정부에 NPU 전용 컴퓨팅센터 설립을 제안해 내년도 예산에 담아내기까지 설명하는 과정에서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NPU컴퓨팅센터 설립 비화를 밝혔다.

시간을 거슬러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자 공모 마감일이던 지난 10월 21일. 단독 입찰자인 삼성SDS 컨소시엄이 광주가 아닌, 전남 해남(솔라시도)을 후보지로 선정해 통보했다. 광주시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고성능 GPU 자원을 확보해 기업과 연구소, 대학에 공급하는 국가AI컴퓨팅센터는 광주시가 'AI 중심도시'의 마지막 남은 퍼즐로 여긴 국가시설이다.

광주시는 표면적으로 국가AI컴퓨팅센터 공약 이행을 강하게 촉구했지만, 내부에서는 대안 찾기에 분주했다. 강 시장은 "인공지능국장, 과장, 팀장하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시장실이든 어디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나면서 대안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러다 국가AI컴퓨팅센터 공모 조건 변경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두차례 공모를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되면서 3차 공모에서 일부 조건을 변경했다. 그중 하나가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도입 비율 50% 의무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민간 사업자 측에서는 당장 거대 AI 학습과 모델 개발에 필요한 GPU 확보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GPU가 학습·추론 모두에 능한 범용 AI반도체라면, NPU는 추론을 통한 AI 서비스 제공에 특화한 AI반도체다. NPU는 저전력에 고효율을 내기 때문에 차세대 AI 칩으로 여겨진다. 현재는 GPU 시장이 AI반도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AI가 전 산업 분야에서 상용화되면 NPU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시는 2일 서울 글래드여의도호텔에서 '국가NPU컴퓨팅센터 광주 설립을 위한 AI반도체 혁신전략협의회'를 열고 국산 인공지능반도체(NPU) 실증·확산을 위한 거점 구축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에이직랜드,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하이퍼엑셀 등 NPU산업 핵심기업 12개사가 참석했다. 광주시

실제 정부는 향후 국산 AI반도체를 육성하기 위해 당초 국가AI컴퓨팅센터 공모에 NPU 의무 비율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등 유망 AI반도체 업체들 대부분이 NPU 개발사다. 정부는 대규모 AI 학습에 시급한 GPU를 우선 확보하고, 국내 NPU 시장을 함께 육성하는 투트랙 방향을 진행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NPU가 배제된 구조는 'AI 실증·서비스 기반 도시'를 지향하는 광주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회였던 셈이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등 AI반도체 25개 기업 또한 광주와 협업 중인 상태인 것도 긍정적 요인이었다.

이 같은 구상이 정해지자 광주시는 분주히 움직였다. 실무진들이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하는 한편 강 시장은 지난달 5일 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미래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국가NPU 전용 컴퓨팅센터 설립을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여러 경로로 정부 부처와 대통령실에 정책 제안을 타진한 결과, 반응은 기대보다 긍정적이었다. 국가 AI 정책을 지휘하는 하정우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도 이 제안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국가NPU컴퓨팅센터 광주 설립은 속도를 낸 끝에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설립 타당성 용역비가 반영됐다. 결과적으로 광주시는 정부 정책의 '빈 틈'을 파고들어 국가정책화로 끌어냈고, 'AI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낼 기회로 만든 셈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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