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정치권, 지방선거 200여일 앞두고 혼탁 기류

입력 2025.09.07. 18:32 이관우 기자
임택 “익명 문자 불법…법적 조치 예고”
박병규 “흑색 현수막…비열 공세 규탄”
전문가 “선관위·경찰…선제 대응 촉구”
임택 광산구청장 페이스북 갈무리

내년 지방선거를 200여일 앞두고 광주·전남 정치권에서 혼탁 조짐이 감지된다.

일부 입지자들을 겨냥한 문자 폭탄과 흑색 현수막이 등장하며 정책 경쟁보다 네거티브 공세가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임택 동구청장의 3선 도전을 강력히 반대합니다. 동구 발전과 변화를 위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익명 번호로 대량 발송됐다. 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됐고, 수신 차단이 어려운 무작위 대량 발송으로 시민 불편이 잇따랐다.

임 구청장은 페이스북에 "저의 3선을 반대할 수 있다. 충분히 그 의견은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뒤에 숨어서 익명의 전화번호로 불법을 저지르지 말고 당당히 앞에 나와서 입장표명을 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민선 지방자치 30년이 지나도 이런 혼탁한 선거를 시도하는 분들이 있는 것이 참 안타깝다"며 "하지만 저는 이런 시도들에 대해서 흔들리지 않고 동구 발전과 주민들을 위한 구정에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자메시지는 단호히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불법에 대해서는 관용이란 없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심과 조치를 검토해 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광주 광산구에서는 현직 구청장을 비판하는 불법 현수막 26개가 대거 게시됐다가 곧바로 철거됐다. 장덕동 일대에 걸린 현수막에는 '광산구청장님! 명품도시 수완에 1급 발암물질 지하수 웬 말입니까?', '지하수 발암물질 2년 동안 방치한 박병규 광산구청장 사퇴하세요!' 등 문구가 담겼다. 하남산단 지하수 1급 발암물질(TCE) 오염을 '2년 은폐'로 몰아 박병규 청장 책임을 추궁한 내용이다. 하단에는 '지하수 오염을 걱정하는 주민', '수완동을 사랑하는 주민' 등 게시자 특정이 어려운 단체명이 적혔고, 현수막이 걸린 직후 광산구청장 직무수행 평가와 차기 구청장 적합도 여론조사가 실시되면서 정치 공작 의혹이 제기됐다.

박병규 광산구청장 페이스북 갈무리

박병규 청장은 페이스북에 "불법 현수막 뒤에 숨어 누군가를 비방하고, 비판의 책임은 회피한 채 또다시 반복하는 행태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비겁한 일"이라며 "공론장은 책임 있는 말과 얼굴을 드러낸 주장으로 채워져야 한다. 마치 어둠 속에서 쥐새끼처럼 숨어들고 빠져나가기를 반복하는 비열한 방식으로는 어떤 공감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광산구는 저열한 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더 품격 있는 언어와 더 당당한 태도로 맞설 것"이라고 했다.

직전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광주·전남에서만 선거사범 290여 명이 기소됐다.

전문가들은 익명·무차별 비방이 사실 검증을 지연시키고 불신·혐오를 확산해 정책 논의와 투표 참여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한다.

법적으로도 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옥외광고물법 위반 소지가 크며, 예비후보 등록 전 무작위 문자(스팸)와 게시자 불명 현수막(표시의무 위반)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아직 먼데도 특정 인사를 깎아내리는 흑색선전이 잇따른다"며 "선거당국의 선제 점검과 경찰의 신속 수사가 병행돼야 정책·인물 경쟁으로 돌아갈 수 있고, 정당도 내부 준칙을 정비해 익명 비방·허위정보 유포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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