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동·광양 금호동 민심 변화 주목
지난 대선 尹 27.1%·23.53% 기록
유권자들 정당·후보 언급꺼리면서도
탄핵·계엄으로 지역 민심 변화 감지
"정당보다 후보 자질과 실익 중요"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를 5일 앞둔 29일 전국에서 사전투표가 일제히 시작됐다.
광주·전남은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으로 분류되지만,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이탈 조짐이 감지됐다. 당시 보수정당 후보가 이례적으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곳으로는 광주 봉선2동과 전남 광양 금호동이 대표적이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무등일보는 이들 지역의 사전투표소를 찾아 민심의 변화를 들여다봤다.
◆광주 봉선2동 사전투표소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6시, 광주 남구 봉선2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는 유권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운동복 차림의 중년 남성, 정장을 입은 직장인, 아이 손을 잡은 부모 등 30~50대 연령층이 주를 이뤘다.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지하 투표소로 향하는 젊은 엄마도 눈에 띄었다. 지하 2층에 마련된 투표소를 다녀간 유권자들은 말없이 계단을 올라와 흩어졌다.
일부는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지만, 질문을 피해 고개를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 말 없는 눈빛, 그러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투표소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누구도 자신의 선택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선택은 이미 끝났다는 인상이었다. 출근 시간이 지나면서는 노년층 유권자들이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다.
휠체어를 타거나 유모차를 끈 유권자들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긴 대기시간을 감내해야 했다.
투표소 안팎은 종일 조용했다. 가족 단위로 온 유권자들조차 말수를 줄였다.
유권자들은 대부분 정당이나 후보를 직접 언급하길 꺼렸다. 대신 "누가 됐든 나쁠 게 적은 쪽", "덜 실망할 쪽"을 골랐다는 반응만이 조심스럽게 돌아왔다.
40대 여성 김모씨는 "기대는 안 해요. 그래도 또 후회할까봐 왔어요"라며 "여긴 정치 이야기 잘 안 해요. 다들 조용히 자기 생각대로 하는 편이죠. 전처럼 무조건 특정 정당만 찍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50대 남성 박모씨는 "누가 되든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덜 실망할 것 같은 쪽으로 찍었다"고 전했다.
부동산 문제, 교육 부담 등 현실적 요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주부 이모씨는 "공약은 번지르르하지만 결과는 매번 같았다. 교육 문제만이라도 좀 바뀌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봉선2동은 교육 인프라가 밀집해 있고 외지에서 유입된 젊은 부부, 고소득 직장인이 많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유권자 구성도 바뀌었다. 한때 '광주의 강남'으로 불리며 일부 고가 아파트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곳을 "광주에서 가장 전략적 투표가 많은 동네"로 분류한다. 정당보다 정책, 이념보다 생활, 공약보다 실익을 따지는 유권자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봉선2동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광주에서 가장 높은 보수 득표율을 기록한 지역이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봉선2동 전체에서 27.1%를 득표했다. 광주 전체 평균인 12.7%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봉선2동 제5투표소에서는 38.8%에 달하는 득표율을 보이며 광주에서는 보기 드문 결과가 나왔다.
이전 대선들과 비교해도 확연히 다르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봉선2동에서 11.39%를 얻었고,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57.09%, 안철수 후보 33.39%, 홍준표 후보 2.48%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 때문에 봉선2동은 광주 정치지형의 변화 가능성을 읽을 가늠자로 꼽힌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봉선2동은 외형상 광주지만 정서와 유권자 판단 기준은 서울 수도권과 비슷한 면이 있다"며 "이 동네는 원래 조용하지만 표심은 늘 예민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 이름보다는 내 삶에 유리한가, 실익이 있는가를 따지는 유권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광양 금호동 사전투표소
이날 오전 광양 금호동 사전투표소는 이른 아침부터 투표를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점심시간에도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이곳은 광양제철소 사택이 밀집한 곳으로 광양제철 근무자들이 점심시간을 맞아 작업복을 입고 투표를 하기 위해 무리지어 왔다. 또 사택에 거주하는 가족들도 유모차를 끌고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광양은 타 전남지역 대비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으로 지난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15.7%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던 곳이기에 이번 선거에서도 표심의 향방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지난 20대 대선에서 광양제철소가 위치한 광양 금호동투표소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는 23.53%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 금호동 제3투표소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36.53% 득표율을 얻기도 했다. 광양제철소에 영남 출신 직원들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고, 지리적으로도 경남 하동과 가까워 호남 지역색이 짙지 않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서된다. 실제 이날 관내선거인과 관외선거인을 나눠 줄을 섰는데, 관회선거인의 줄이 더 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울러 광양은 역대 8번의 대선에서 모두 민주당 계열 득표율이 전남 22개 시군 중 가장 낮기도 했다.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 오후 4시 현재 24.68%의 투표율로 지난 20대 대선 같은 시간(16.37%)에 대비 8.31%p 상승해 이번 대선의 관심도를 짐작케 했다. 이날 광양시민들의 표심은 확고하면서도 다양했다.
김모(48)씨는 "솔직히 지난 몇 년 동안 지역 경제가 나아졌다고 느끼긴 어려웠지만 민주당 후보를 뽑는다고 해서 달라질까 싶다"며 "광양만권 산업단지 문제도 제대로 풀어야 한다. 누가 되든 지역 챙길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모(64)씨는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에게 나라를 또 맡길 수 있느냐는 싸움"이라며 "민주당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지금 국민의힘은 너무 심하다. 윤석열 정권이 전남을 얼마나 무시했는지 다들 느꼈을 것이다. 호남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투표를 마친 대학생 이모(23)씨는 "정치가 내 삶과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취업 준비하면서 절실하게 느꼈다"며 "청년 정책을 말뿐이 아니라 진짜 실현할 후보를 지지했다. 정당보다는 사람을 보고 뽑았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이정민기자 ljm7da@mdilbo.com·이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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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띄운 광주 군공항 TF, 무안군은 엇박자?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전남도민과 타운홀미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광주군공항 이전 '6자 TF' 가동을 앞두고 무안군이 '공개 공모 방식' 카드를 꺼내 들면서 지역사회 우려가 커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무안공항 이전을 전제로 타운홀미팅 토론회를 주최한 데 더해 무안군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신뢰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무안군이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카드로 보고 있지만, 자칫 지역 간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 늦기 전에라도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이 상호 신뢰를 높일 보완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조언이다.15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군공항 이전을 위한 6자 TF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조만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이해관계가 있는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 의견도 청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그런 가운데 6자 TF에 포함된 무안군이 군공항 이전 후보지를 공개적으로 공모하는 방식으로 전환해달라고 건의하면서 긴장감이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6자 TF는 광주군·민공항 모두 무안국제공합으로 통합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으로, 이를 거스르는 행보이기 때문이다.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민, 전남도민 타운홀미팅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 광주에서 타운홀미팅 미팅을 통해 군공항 이전 토론회를 열면서도 '무안공항 통합'을 전제로, 무안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것이 맞다"며 지자체 3자는 물론 국방부와 기재부, 국토부가 참여하는 TF 구성을 약속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7일 "사실상 국정과제"라고 밝히기도 했다.더군다나 토론회에서 김 군수는 "결국 신뢰가 문제"라며 국가가 주도하고 획기적 인센티브가 제공되면 군민을 설득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통령도 이에 호응하며 무안군의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광주 종전 부지 개발 과정에 무안군이 사업자로 참여토록 제안하기도 했다.하지만 TF 첫 회의가 진행되기 직전에 무안군이 엇박자를 내면서 스스로 신뢰를 깨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광주지역에서는 차선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임한필 광산시민연대 대표는 "무안군수가 대통령 왔을 때는 조건들이 맞으면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하는 태도는 내년 선거도 있고 하니 절대 안 받으려고 하는 분위기 같다"면서 "그렇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광주에 존치하고 소음을 개선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했다.김산 전남 무안군수가 2025년 6월 25일 광주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광주시민, 전남도민 타운홀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다만, 일각에선 김 군수의 이번 대응이 '정치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TF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전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무안군 입장에서는 대통령실 TF에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협상할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최대한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대통령실이 컨트롤타워로서 균형적 조정을 시도하더라도 시·도와 무안군 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그 자체로 협의 동력을 상실한다. 대통령실 TF와 별개로 지자체 간 신뢰를 유지할 별도의 보완적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제안(무등일보 6월 23일·7월2일자 보도 참고)이 힘을 얻는다.강기정 광주시장 또한 지난 10일 "대통령실 직속 광주 군 공항 이전 TF가 만들어졌고, 이에 발맞춰 우리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시·도민 협의체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광주시와 전남도 간 상당한 교감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무안군이 협의체에 부정적 모습을 내비치면서 실질적 진전을 이뤄지지 않고 있다.광주시 관계자는 "3자 간 협의체 구성을 검토 중이지만, 무안군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도 함께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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