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편중' 국립현대미술관, 광주 건립 '미지근'

입력 2024.08.13. 17:52 이삼섭 기자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반영 ‘불투명’ 우려
충청·영남권 등 타 지역 속속 건립 ‘대조’
대통령실 관심…민생토론회 의제 주목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건립에 정부가 예산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보이면서 또다시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차원에서 예산 반영에 힘쓰겠다는 계획이지만 우선적으로 정부 태도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상항이다.

이런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이 충청권과 영남권에 속속 들어서면서 '지역 불균형'은 더욱 커질 것이란 지적이 있다. 이달내에 광주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정부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실이 의지를 나타낼 지 주목된다.

◆대통령실도 공감했는데…정부, 소극적 태도

13일 광주시에 따르면 정부에 현대미술관 광주관 건립과 관련된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국비를 내년도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부 예산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적극적이었던 문체부에서 돌연 소극적 입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체부 동의로 올해 예산안에 반영됐지만, 기재부가 부동의한 끝에 결국 국회 예결위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무산됐다. 그런 데다가 정부 재정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문체부조차 예산 편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한없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시는 차선으로 국회 차원에서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광주시는 기재부 출신 국회의원인 안도걸 의원과 조인철 의원을 비롯해 문체위 위원인 민형배 의원 등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완강한 입장이라 쉽지만은 않다는 전망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내년도 정부 재정 여건이 어려워 정부 예산안에 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면서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을 비롯해 문체부와도 충분히 교감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했고 기재부도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만간 광주에서 열릴 계획인 정부 민생토론회에서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이 의제로 다뤄질 경우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올해 초 광주시는 대통령실과 민생토론회 개최와 관련, 해당 안건을 깊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와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참관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김건희 여사에게 광주관 건립 필요성을 건의한 바 있다. 대통령실도 광주관 건립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건립 후보지인 옛 신양파크호텔.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청주 있는데 대전은 또…16년 공회전 끝은 언제?

국립현대미술관은 대표적으로 '호남만 없는' 국가 기관으로 문체부와 대통령실조차 광주관 건립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세계적 현대미술 작품을 수집, 전시, 소장하는 국가미술관이다. 정부는 수장고 포화되는 것을 대비하는 한편 레지던스 등 기능별로 특화된 미술관을 여러 곳에 건립하고 있다.

정부는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설립한 이후 1998년 덕수궁관, 2013년 서울관을 설립했다. 지방 균형 차원에서 이후에는 수도권 외 지역에 설립하고 있다.

2018년 청주관을 개관한 데 이어 2026년에는 대전관이 완공될 예정이다. 또 올해 예산에 국립현대미술관 진주관 설치 타당성 조사 용역을 위한 국비가 반영돼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국립근대미술관이 2027년 대구에서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국립근·현대미술관이 수도권(3곳), 중부권(2곳), 영남권(2곳)에 편중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건립은 사전타당성 조사조차 못하고 있어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16년째 공회전만 반복하면서 국제적 '문화 도시' 위상이 무색하다.

광주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광주비엔날레 도시이자, 유네스코미디어아트창의도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국립현대미술관이 들어설 당위성과 수요는 충분하다. 이미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를 낙점해 둔 상태로 신속한 추진도 가능하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광주관 유치를 위한 토론회가 오는 20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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