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경쟁력·균형발전 취지 뒷전
'1% 보전' 한전 적자 원흉 포장 공세
개교 2년 세계 대학 반열 성장 불구
감사원 표적감사 산자부 예산 삭감
당정 비정상적 수단 특별법 무력화
[위기의 한전공대] <상>현황
에너지 분야 세계 경쟁력 확보는 물론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절실했던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이하 KENTECH·켄텍)이 개교한 지 2년. 켄텍에 우수 인재들이 모여들며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올해 초 감사원에 이어 최근 산자부까지 동원하며 표적 감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한국전력 적자를 핑계로 적자의 1%도 되지 않는 지원금마저 삭감을 준비하는 등 ‘에너지 선진국’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부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 이에 정치적 입장에만 매몰돼 대학을 몰아세우며, ‘무도한 호남 흔들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무등일보는 켄텍이 탄생하기까지의 우여곡절과 현재 논란의 원인,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긴급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특별법부터 험난
켄텍은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되며 추진됐다. 대학 유치를 놓고 광주시와 전남도 등 자치단체들이 경쟁을 벌인 결과, 2019년 1월 나주 부영골프장으로 입지가 선정됐다. 이후? 2020년 4월 학교 법인 설립 등기, 2021년 4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 제정 등을 거쳐 같은 해 6월 착공, 지난 2022년 문을 열었다. 켄텍은 법 제정부터 험난했다.?
‘한국에너지공대 특별법’은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020년 10월 대표 발의 이후 2월 22일 해당 소관 상임위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 1차 심의를 시작으로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과정까지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다. 국회는 이 법안 발의 160일 만인 2021년 3월 24일에야 통과시켰다.?
특별법에는 대학 시설·운영 경비를 국가·자치단체·공공기관이 출연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2021년 1월 당시 야당의 반대 등 4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첫 삽을 뜨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특화 대학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균형발전 안중에도 없는 국힘(자유한국당)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켄텍 설립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거센 반대 목소리를 냈다. 특히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반대를 이어갔다. 대학 설립을 반대한 이유는 대표적으로 한전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게 맞지 않다는 논리였다.
그럼에도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고 새로운 에너지원과 그에 맞는 인재의 필요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또 미래의 에너지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국가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겹치면서 에너지 특화대학 설립에 대한 요구는 전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이런 시대적 요구는 일부 보수진영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 켄텍 설립의 힘이 됐다.?
◆에너지 특화대학 자리매김
켄텍은 세계 유일의 에너지 분야 연구·창업대학으로 특화되고 있다.? 올해 입시 경쟁률은 수시 12.6대 1, 정시 60.3대 1로 타 과학기술원 중에서는 2위로 지난해(수시 24.1대 1, 정시 95.3대 1)에 이어 상위권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켄텍은 지난 1년 동안 에너지 전문 연구를 주축으로 하는 특화대학으로서 국내외 학술발표 71건, 논문 게재 91건, 특허 6건 등 교원들의 연구 및 학술활동 실적이 두드러졌다.?
미국 MIT와 에너지 분야 교육·연구 협력 및 독일 프라운호퍼 수소에너지 FIP 연구소 개소, 사우디아라비아 과학기술대학 KAUST와 R&D 협력 회의 진행 등 세계적 산학연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켄텍의 개교는 절실했다.?
영남에는 이미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포항공과대학교가 각각 정원 600~700명이 넘는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 있는 반면 호남에는 GIST외에는 이렇다 할 특성화 대학이 없었다. 켄텍은 정원이 겨우 100명에 불과해 정원과 학과를 다른 특성화대학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인재들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켄텍의 가능성을 보고 전남으로, 나주로 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며 “켄텍이 우리나라가 세계 에너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지역 소멸을 막고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두 과제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 여당이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 여야 지역 정치권, '한전공대 지키기' 총력 2022년 3월 개교한 국내 유일의 에너지 특화대학인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에 대한 정부의 출연금 재검토로 존립위기에 처해지고 있다. 사진은 2단계 공사중인 나주혁신도시 내 한전공대 캠퍼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산자부 표적 감사에 이어 한전 출연금 삭감까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정치권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에너지공과대학(KENTECH) 지키기에 팔을 걷고 나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더불어민주당의 기후·에너지 정책 결정 기구인 탄소중립위원회는 김정호 위원장을 비롯해 신정훈·이병훈·이용빈·김경만 의원 등 소속 의원들이 1일 한국에너지공대를 방문, 학교 측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한국전력 이준호 부사장을 만나 출연금 축소 논의 철회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신정훈 의원 제안에 따라 '한국에너지공대 출연금 축소' 등을 주요 의제로 설정하는 등 당 차원의 적극 대응에 나섰다.신정훈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은 "한국전력의 에너지공대 출연금 축소가 현실화된다면 캠퍼스 건설과 학교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도 넘은 '한국에너지공대 흔들기'를 막기 위해 민주당이 적극 투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이어 "감사원의 표적감사는 여야가 서로 합의하에 설립된 한전공대의 설립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며 "한전이 적자 누적으로 힘들다고 하는데, 한전공대가 성장한다면 스마트그리드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R&D에 매년 2조~3조원씩 투자하는 한전 입장에서는 오히려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신 위원장은 "전남도와 나주시, 한전 등이 내는 출연금은 인건비가 아닌 강의동과 도서관, 기숙사 등 학습 환경 조성을 위해 투입된다. 학생들과 교수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출연금인 만큼, 한전이 어렵다면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며 "탄소중립위 소속 의원들도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지속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여당인 국민의힘도 '한전공대 지키기'에 나섰다.다만, 문제가 되고 있는 임직원의 출연금 무단 전용 건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김화진 전남도당 위원장은 "국민의힘 전남도당도 전남도민인 만큼 한전공대의 무한한 성공을 기원한다"면서도 "이번 감사의 경우 한전공대 임직원들이 정부 등 출연금 208억원을 무단 전용해 인건비를 올리는 등 부당하게 전용한 비리로 인해 시작된 감사인 만큼 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출연금 30% 삭감안에 대해서도 "산자부도, 정부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았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은 없다. 다만 최근 이창양 산자부 장관과의 면담자리에서 '정치'와 '교육'을 분리해 판단해주길 당부했다"며 "향후 100년간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책임질 대학인 만큼 국민의힘 전남도당도 한전공대 정상화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한편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전남도와 한국전력공사, 산업통상자원부, 나주시를 대상으로 대학 설립 부지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부영 골프장이 선정된 데 대한 적법성과 부지를 기부한 부영주택에 아파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남은 부지 용도변경을 사전에 약속한 조건부 특혜 제공설 의혹, 공공이익 환수 등에 대한 본감사를 진행 중이다. 또 정부는 한전의 적자 대책으로 한전공대의 출연금 전면 재검토를 논의하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 산자부, 한전공대 출연금 30% 삭감할 듯
- · "세계 톱10 공과대학 목표, 홀로서기 위한 재정적 자구책 마련해야"
- · 지역 정치권, 켄텍 무력화 대응 논리 못 찾고 '허우적'
- · 김영록 "켄텍 출연금 재검토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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