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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심사평] 감춰진 현상 연관 따스한 시선···자연과 사물 신진대사 돋보여시는 어디까지나 고착화되고 부절절한 이미지와의 싸움이다. 특히 그런 까닭에 깊이도, 유연성도 없는 동어 반복적이고 고정화된 이미지들의 반복과 재현은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해야할 시적 상상력을 질식시키는 조종(弔鐘)에 불과하다. 단적으로 상투적 세계인식은 우리에게 생각의 자유와 사유의 지평을 제한하는 악마적인 속삭임인 까닭이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구현해나가기에도 바쁜 우리의 존재를 다시금 순응과 훈육의 대상으로 길들여 가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어디까지나 시는 그동안 우리가 믿거나 당연시해온 것들을 한정 짓거나 상대화하기보2025.01.02@ 최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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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못해요 리스트못해요 리스트-이지현"상희는 다 잘하잖아."상희 주변으로 친구들이 동그랗게 모여들었다. 허리를 숙여 책상 끄트머리에 기대곤 모두 상희의 활동지를 바라봤다."잘하는 게 많아서 어떤 직업이든 다 잘해 낼 거야."친구들이 쉬지 않고 입을 재잘거렸다. 그 속에서 상희는 아무 말 않고 연필만 쥐고 있었다."너무 많아서 하나를 못 고르겠어?"머뭇거리는 상희를 본 미환이 물었다. 상희 활동지의 장래 희망 칸은 텅 비어 있었다. 상희는 애꿎은 연필만 뗐다 붙였다 반복했다. 그러자 미환은 본인 책상 서랍에서 공책 하나를 꺼내더니 표지를 열고는 첫2025.01.02@ 최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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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화산리 보물선화산리 보물선-이수하그가 어떤 파랑도 타고 넘는 보물선을 만든다담벼락 밖으로 삐져나온 보일러 연통은 좌표개나리 꽃가지는 방위를 살피는 나침반이다턱선의 땀방울을 향해 양어깨가 번갈아 오가며오후를 스패너로 조인다기름통을 싣고 와 기계실에 연결했으니골목에서 얻은 메트리스를 선실 바닥으로 삼고커튼은 돛으로 쓴다눈썹에 와닿는 입김문턱에 가는 실금 따라 살얼음이 생긴다아귀가 맞지 않는 곳에서 갈매기 울음이 새어 나온다유모차는 뭐 하려고?엄마를 밀고 가려고부러진 선풍기는 내놓아야지거기 푸드덕 새가 살아의자는 도로 갖다 놔 애들도 올 텐데발 뻗을2025.01.02@ 최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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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신탄진신탄진-최참치오빠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엄마에게 들었다. 저녁을 먹던 중이었다."갑자기 무슨 일로 왔대요.""내가 알겠냐, 할 만큼 하다 뭐 안 풀리니 왔겠지.""저녁은 같이 안 먹어요?""친구들이랑 먹는다더라."오빠는 전문대에 한 학기만 다닌 뒤 군대로 갔다. 전역 후에는 학교를 그만 두고 신탄진 밖으로 나갔다. 구미에서, 익산에서, 광주에서, 천안에서, 안양에서, 의정부에서, 서울에서, 성남에서. 짧으면 사흘, 길면 일 년 반 정도 있었다. 가장 최근에 있던 곳이 성남이었다. 성남은 다른 곳보다 인상이 남았는데, 얼마 전 끝난 대2025.01.02@ 최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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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신년 특집] 조선 관서별곡부터 이어진 뿌리 '문향'<文鄕> 맥 잇는다지난해 12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K-문학이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창작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광주·전남은 '예향' 명성에 걸맞게 문학 자산이 풍부한 지역이다.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기라성 같은 문인들이 즐비하고 문학단체에 소속되거나 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도 줄을 잇고 있다. 뜨거운 창작열을 바탕으로 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은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포스트 한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이 지닌 풍부한 문학적 자산을 살펴보고 '예향' 남도 문학의 원류를2025.01.01@ 최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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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문학 보고, 450년 전부터 이어져""작은 군에서 이렇게나 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고장은 장흥이 유일합니다."김동옥 장흥문인협회(이하 '장흥문협') 회장은 "'문향(文鄕) 장흥'은 조선시대 기행가사 효시인 관서별곡의 탄생지"라고 강조했다. 장흥 출신 기봉 백광홍(1522~1556)이 지은 '관서별곡'은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보다 25년이나 앞서 지은 작품이다. 그는 조선 중기 호남 시단을 이끌었으며 청사 노명선, 존재 위백규 등 걸출한 문장가를 배출했다.백광홍으로 시작된 장흥 문학은 이청준과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등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들로 명성을 잇고 있다.김2025.01.01@ 최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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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풀어낸 '소년'의 이야기 분석하다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대표작을 더욱 깊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줄 책이 발간됐다.박숙자, 정미숙, 정현주는 '한강, 소년이 온다 깊게 읽기(더스토리)'를 발간했다.지난 10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국가 폭력에 희생된 광주의 '소년'들을 소환한다. 그들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세대다. 이 나이 어린 소년들은 왜 5·18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그들은 어떻게 죽어갔고, 그들을 향해서 총부리를 겨눈 무장한 군인들과 그들에게 발포 명령을2024.12.31@ 최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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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애도합니다"···참사에 경제·문화계도 동참17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내달 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한 가운데, 광주·전남 경제계와 문화계도 예정된 행사와 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애도와 위로에 동참하고 있다.광주상공회의소와 광주경영자총연합회는 오는 1월 3일 공동개최예정이었던 '광주·전남 신년 인사회'를 취소키로 30일 결정했다.광주경총은 신년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3일 경제계 합동조문을 추진키로 했다.지역 내 대기업인 기아 오토랜드 광주(이하 기아 광주공장)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도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희생자 애도에 나섰다2024.12.30@ 도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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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밝게 비추는 등불 돼주길"지역 문학 작가 발굴의 산실이자 신진 작가의 등용문인 제37회 2025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진행됐다.지난 27일 오후 광주 북구 중흥동 SRB 무등일보 사옥 내 커뮤니케이션룸에서 2025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김종석 무등일보 대표 이사를 비롯해 시·단편소설·동화 등 각 3개 부문 당선자와 가족 등이 자리한 가운데 열렸다.2025 무등일보 신춘문예는 단편 소설 부문 최참치·시 부문 이수하(본명 이선행)·동화 부문 이지현씨가 당선자로 선정됐다. 당선자들은 각각 300만원, 150만원, 150만원의 상금과 상패를 받았다.202024.12.29@ 최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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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영화제에 반가운 얼굴도···시네필 '축제'올해 광주 영화계는 척박한 지역 영화신의 한계 속에서도 저력을 발휘했다.장르와 경계를 뛰어넘은 실험적 영화가 가득했던 각종 영화제부터 영화인을 꿈꾸는 청춘들이 활동한 영화학교, 광주 영화계 거장 감독의 복귀까지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일 년 내내 축제와도 같은 한 해였다.여름부터 가을의 끝자락까지 광주에서는 영화제가 잇따라 개최됐다.지난 6월27일부터 30일까지 광주독립영화협회가 13회 광주독립영화제를 열어 시네필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영화로운 불빛으로 썬텐을'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한 이번 영화제는 국내외 우수한 장·단편 영화 28편2024.12.29@ 최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