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촌놈과 꼰대

입력 2026.07.22. 16:06 수정 2026.07.23. 11:07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는 ‘촌놈’이었다. 5일마다 읍내에서 열리는 시골장에서 상인들과 주민들은 면 단위에서 장 보러 나오는 사람들에게 ‘촌놈들’ 왔다고 수군거렸다.

일반적으로 ‘촌놈’의 의미에는 2가지 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수도인 서울 사람들이 다른 지방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했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지방에서 부와 권력이 집중된 읍내 사람들이 면에서 사는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명칭으로 굳어졌다는 견해다.

팔자가 보기엔 두 설 모두 설득력이 있지만 사용 범위와 파급력을 고려하면 후자의 의미가 더 강하다. 서울을 제외하고 ‘촌놈’이라는 단어는 전국화됐기 때문이다.

‘촌놈’이라는 말에는 긍정적 의미보다 극단적으로 왜곡과 혐오, 폄훼의 의미가 들어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만큼 왜곡과 혐오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고 깊다. 어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는 ‘꼰대’가 대표적이다.

꼰대는 원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은어였다,

그러던 것이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갑질이나 설교를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 확장됐다.

‘촌놈’과 ‘꼰대’라는 단어에는 비판과 풍자의 긍정적 속성도 존재하지만 존재 자체에 대한 뿌리 갚은 증오와 불신이 들어 있다.

최근 일어난 배재고 야구부의 ‘탱크데이 응원’과 호남반도체 투자,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이면에는 우리 모두의 정서 속에 자리한 촌놈과 꼰대로 상징되는 왜곡과 혐오, 폄훼라는 극단적 감정의 수사가 존재한다,

여기에는 ‘내 새끼 지상주의’와 지역 차별, 집단이기주의가 큰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이에 더해 사회적 갈등과 문제를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지 못 하고 지역과 집단의 힘겨루기로 비화되는 혼돈을 반복하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상실한 것도 문제다.

촌놈들 대다수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 평생 희생과 헌신한 이들이 많고 꼰대들은 힘든 시간을 지나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삶터의 주인공들이다. 왜곡과 혐오, 폄훼를 당연시하는 사회는 악(惡)을 부추길 뿐이다.

최민석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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