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적 감각으로 다시 쓰는 '미래 인간'

입력 2026.05.18. 10:06 수정 2026.05.18. 10:26
[ACC ‘코스모 아시아 피플’ 전 8월 23일까지 복합전시 3~4관]
우주적 시선서 바라본 ‘행성 시대 인간’
먹으로 그린 형상…이응노 화백 드로잉
동서양 우주관·신화적 상상력 작품 눈길
전시 연계 컬로퀴엄·퍼포먼스도 예정돼
ACC가 오는 8월 23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선보이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 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 전시 전경.

기후 위기와 전쟁,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까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 속에서 ‘인간’과 ‘공동체’는 어떤 모습으로 다시 정의될까.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오는 8월 23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선보이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 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 우주적 시선과 아시아적 감각, 그리고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행성 시대의 피플’을 다시 상상해보자고 제안한다.

ACC가 오는 8월 23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선보이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 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 전시 전경.

전시는 ‘코스모(COSMO)’, ‘아시아(ASIA)’, ‘피플(PEOPLE)’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코스모는 단순히 지구 밖 우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애니미즘이나 토테미즘 같은 비서구적 세계 인식과 우주론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전시는 관객들이 공간을 거닐며 스스로 미래의 서사를 발견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키워드를 발명해보도록 유도한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는 복도에는 이응노 화백의 1970년대 드로잉이 자리한다. 프랑스 신문지 위에 먹으로 그린 인간 형상들은 사람 같기도 하고 새 같기도 하며, 무당이나 제사장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허공을 향해 뻗은 팔은 마치 날개처럼 보이고, 몸짓은 춤인지 의식인지 분간되지 않는다. 인간인지 비인간 존재인지 모호한 형상들 속에는 우주와 신화, 아시아적 감각이 동시에 뒤섞여 있다. 전시는 이 드로잉들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 역시 끊임없이 새롭게 발명될 수 있는 것임을 암시한다.

ACC가 오는 8월 23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선보이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 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 전시 전경.

전시는 총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그중 ‘아시아의 코스모’ 섹션은 동서양의 우주관과 신화, 종교적 상상력을 교차시키며 새로운 감각을 펼쳐낸다.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조선 후기 제작된 보물 ‘신·구법천문도’다. 동양 천문도와 서양 천문도가 한 화면 안에 공존하는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고 뒤섞이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는 동서양 지식의 결합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우주와 시간, 감각이 동시에 존재하는 다성적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SF영화 속 멀티 유니버스처럼 여러 세계가 공존하는 감각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온 셈이다.

안은미 작가의 설치 공간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관람객은 저승과 이승을 연결하는 상징인 ‘지전’을 젖히고 공간 안으로 들어간다. 내부에는 아시아 각국의 기물과 오브제들이 빼곡히 놓여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색감과 형상, 키치한 분위기가 뒤섞인 공간은 유머러스함과 이질감을 동시에 자아낸다. 전시는 이를 통해 아시아적 감각과 미감이 오늘날 어떤 새로운 상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ACC가 오는 8월 23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선보이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 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 전시 전경.

전시 곳곳에서는 광주와 5·18민주화운동의 기억도 교차한다. 윤형근 작가의 작품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소식을 라디오로 접한 뒤 제작된 작업이다. 기존의 ‘천지문’ 연작이 우주의 질서와 균형을 담고 있다면, 이 작품은 중앙의 구조가 흐트러지고 흔들리는 형태를 띤다. 작가가 사회적 비극과 충돌하며 감각한 불안과 균열이 화면 전체에 스며들어 눈길을 끈다.

전시는 예술이 진공 상태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성된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ACC가 오는 8월 23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선보이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 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 전시 전경.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 소수민족 출신 작가 부수이 아자우의 작업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작가는 자신의 공동체가 지닌 애니미즘 신화를 그리는 한편 미얀마 군부에 의해 마을이 불타버린 현실을 함께 기록한다. 신화적 이미지와 정치적 폭력이 한 공간 안에서 충돌하며 공동체와 증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밖에도 싱가포르 작가 존 클랭은 고대 점술 ‘자미두수’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통해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탐색한다. 관람객들은 점술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읽어내며 우주와 인간이 연결된 아시아적 사유를 경험하게 된다.

ACC가 오는 8월 23일까지 복합전시 3~4관에서 선보이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 행성 시대 피플을 재발명하기’ 전시 전경.

이와 함께 ACC는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오는 7월 4일부터 5일까지는 문화정보원 극장3에서 경인콜렉티브, 소요헨, 장보윤 등이 참여하는 낭독·상영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8월 4일부터 5일까지는 국제회의실에서 ‘코스모 아시아 피플: 지정학에서 행성성으로’를 주제로 한 컬로퀴엄이 열린다. 김항, 사이토 고헤이, 고쿠분 고이치로 등 국내외 인문학자들이 참여해 오늘날 아시아와 공동체, 행성적 감각의 의미를 다층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안보미의 퍼포먼스 프로그램도 마련돼 관람객들이 전시의 문제의식을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글·사진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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