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극 '오월의 기억' 통해선 항쟁비극 깊은애도
'최후항쟁' 옛 도청 대형태극기 펼쳐지자 환희로

[광주=뉴시스]이현행 기자 =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1980년 오월 당시의 모습으로 온전히 복원된 옛 전남도청의 의미가 더해져 어느 해보다 묵직한 역사적 울림을 남겼다.
참석자들은 1980년 5월 당시 가장 치열한 항쟁지이자 통곡의 역사를 품었던 옛 도청과 함께 찬란한 미래의 희망을 노래하는 화해와 연대를 이어갔다.
18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와 정권 찬탈 과정을 담은 주제 영상이 상영되자 웅성거리던 광장은 이내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이어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 형제자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라는 애달픈 가두방송이 울려 퍼지자 행사장 곳곳에서는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참석자들은 계엄군의 폭압적인 영상 앞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두 눈을 질끈 감았고 뜨거운 뙤약볕 속에서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이어진 기념공연 낭독극 오월의 기억은 광장의 슬픔을 한층 더 깊게 파고들었다.

극단 토박이와 미래세대인 한빛고등학교 학생들이 계엄군의 총칼 앞에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서서 뭉치는 그날의 항쟁을 온몸으로 재현했다.
한강 작가의 5·18소설 '소년이 온다'의 구절을 인용한 "당신이 죽은 뒤 내 눈이, 귀가, 허파가 사원이 됐다"는 애절한 읊조림이 고조되자 광장의 애도는 절정에 달했다.
가슴 먹먹한 슬픔을 미래의 희망으로 전환시킨 중심에는 1980년 그날의 직후 모습으로 복원된 옛 전남도청이 있었다.
도청 원형 복원을 기념해 펼쳐진 특별공연은 오랜 세월 강요당했던 어두운 침묵을 깨뜨리며 화합과 상생의 메시지를 광장에 불어넣었다.
슬픔을 딛고 깨어난 환희는 장엄한 타악의 울림과 함께 시작됐다.
복원된 도청 출입구에서 울려 퍼진 북 연주단의 날카로운 가락이 도청 옥상 위 장구 연주단의 웅장한 고동 소리와 만나면서 하늘과 땅을 잇는 강렬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이 연대의 소리에 묵묵히 눈물을 훔치던 오월 어머니들의 손에서 시작된 손뼉은 이내 광장 전체를 뒤흔드는 뜨거운 환호로 번져나갔다. 옛 도청이 다시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연대의 무대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뜨거운 울림은 마침내 찬란한 희망의 물결로 피어났다. 흰 소복을 입은 수십명의 출연진이 긴 흰색 깃발을 흔들며 오월 정신을 하늘 높이 날렸고 격렬해지는 국악 소리에 맞춰 관객들은 손에 쥔 부채를 꽉 쥐고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민족의 노래 아리랑이 울려 퍼질 때 광장은 복받치는 감정에 다시금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기념식의 대미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장식했다.
미래세대 주역인 학생들부터 백발의 오월 어머니들까지 전 참석자가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 목소리로 합창에 동참했다. 46년의 세월을 넘어 오월의 슬픔이 찬란한 환희와 미래의 연대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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