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문화 함께 즐기는 동선
도심 접근성 뛰어나 부담 적어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발걸음도 바깥으로 향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 광주 도심과 인접한 곳에 숲과 물, 그리고 사찰과 문화 공간이 이어지는 길들이 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고갯길, 나무 향 깊은 숲길, 잔잔한 호수 둘레길, 전당까지 이어지는 도심 산책로까지. 계절을 천천히 걷고 싶은 이들을 위한 광주 트레킹·산책 명소를 모았다.

◆벚꽃과 기억을 품은 고갯길, 너릿재 옛길
광주 도심에서 차로 10여 분만 벗어나면 한때 지역의 관문이었던 옛 고갯길이 숲길로 이어지는 구간이 있다. 광주 동구 선교동과 화순읍을 연결하는 너릿재옛길이다.
총연장 약 4.3㎞의 이 길은 과거 광주와 전남 동남부권을 잇는 주요 통로였다. 1971년 너릿재터널이 개통되면서 차량 통행은 대부분 터널로 옮겨갔고, 기존 도로는 보행 중심의 숲길로 재조성됐다.
현재는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로 정비돼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흙길과 포장 구간이 적절히 어우러지고 일부 구간은 자전거 이용도 가능하다.
계절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진다. 봄이면 벚꽃이 길을 따라 터널처럼 이어지고, 분홍빛 꽃잎이 고갯길을 물들인다. 도심과 가까운 접근성 덕분에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과 걷기 동호회 발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자연 경관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지닌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봉쇄 작전과 연관된 길목으로 언급되며, 시대의 기억을 간직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
무등산과 안양산·만연산을 잇는 산맥 사이를 지나며 숲의 밀도도 깊다. 고갯마루에 서면 화순 방면 산세가 펼쳐지고, 울창한 수림이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고갯길은 이제 시민들의 일상 산책 코스로 자리 잡았다.

◆산책과 등산의 사이, 증심사~원효사 숲길
등산은 부담스럽고 평지만 걷기엔 아쉬울 때 선택하기 좋은 코스가 증심사~원효사 구간이다. 무등산 남쪽(동구) 증심사에서 시작해 북쪽(북구) 원효사 방향으로 이어지는 숲길로, 완만한 오르막과 능선길, 사찰을 잇는 구조다. 산책과 트레킹의 중간 정도 난이도로 볼 수 있다.
증심사 입구는 길이 잘 정비돼 있어 초반 부담이 적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몸을 풀 수 있는 구간이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고, 평일에는 비교적 한적하다.
중간 구간부터 숲이 깊어지며 분위기가 달라진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소리와 새 울음이 이어지는 구간은 이 코스의 백미다.
이 코스의 장점은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는 점이다. 장불재나 서석대 등 고지대 코스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적합하다. 특히 겨울이 지나고 봄기운이 오르는 시기, 가볍게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마지막 구간은 내리막 위주로 이어져 무릎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물 위를 걷는 시간, 광주호 호수생태원
가볍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걷고 싶다면 광주호 호수생태원 둘레길이 적합하다. 등산처럼 힘들지 않으면서도 도심 공원과는 다른 자연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평탄한 길이다. 데크길과 흙길이 적절히 섞여 있고 경사가 거의 없다. 운동화만으로도 충분히 걸을 수 있으며, 유모차나 어르신들도 비교적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둘레길은 ‘운동’보다는 ‘기분 전환’에 가깝다. 봄에는 연둣빛 수목이 길을 감싸고, 잔잔한 호수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산책의 리듬을 만든다.
걷다 보면 작은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크게 위압적이지 않은 구조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호수를 내려다보기 좋다. 전망 구간에서는 광주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원에서 전당까지, 중외공원~ACC 도심 산책
자연과 도심 문화 공간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중외공원에서 출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할 만하다. 운동과 전시, 카페 공간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산책길이다.
중외공원은 도심 속에서도 수목 밀도가 높은 편이다. 벤치와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걷기 편하고, 봄 벚꽃과 가을 낙엽이 계절 분위기를 더한다.


공원을 벗어나 도심 방향으로 이동하면 광주 특유의 골목 풍경과 상점가가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금남로 상권과 연결되고, 카페와 서점, 소규모 전시 공간들이 산책의 흐름을 이어준다.
걷다 보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닿는다. 잔디광장에서 휴식을 취해도 좋고, 전시 관람으로 산책을 마무리해도 좋다. 해 질 무렵 ACC 외관은 특히 인상적이다. 조명이 켜지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순한 걷기를 넘어 문화 공간으로 확장되는 산책 코스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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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가렛 걸' 원작 작가 쿠말라 "이시대 용기있는 여성 필요"
[서울=뉴시스] 인도네시아 작가 라티 쿠말라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한-아세안센터 라운지에서 열린 '시가렛 걸'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세예스24문화재단 제공) 2026.03.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인도네시아 담배 산업을 배경으로 한 소설 '시가렛 걸'의 작가 라티 쿠말라는 "이 시대에도 앞서 나가는 용기 있는 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동남아시아문학총서 7번째 작품으로 쿠말라의 장편소설 '시가렛 걸'을 번역 출간했다.쿠말라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한-아세안센터 라운지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이 작품은 여성의 회복력에 대한 이야기"라며 "주인공 '정야'는 모든 시대에 필요한 여성상을 담아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소설은 1960년대 인도네시아 전통 담배 '크레텍(Kretek· 정향 담배)'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의 흥망성쇠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그린다. 주인공 정야는 남성 중심의 담배 산업에서 뛰어난 감각과 열정으로 최고의 담배 '가디스 크레텍'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작품은 1940~2000년대 인도네시아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다. 식민지 시대와 산업화의 변화 속에서 개인과 사회, 전통고 현대가 충돌하는 모습을 담아냈다.쿠말라는 작품의 배경이 된 가족사도 소개했다. 그는 "태어나기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크레텍 산업에 종사했다"며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집이 마치 공장처럼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고, 그 기억이 작품의 영감이 됐다"고 말했다.또 "역사적 맥락을 이해했다"면서도 "역사에 작가만의 다른 관점을 넣을 수 있어야 하고, 이는 곧 소설의 독특함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독자 해석의 여지도 강조했다.그는 "같은 책을 읽어도 독자가 느끼는 경험은 모두 다르다"며 "나 역시 책을 다 쓰고 나서 책에서 한 발 떨어져 독자로서 접근하려 했다"고 말했다.[서울=뉴시스] 인도네시아 작가 라티 쿠말라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한-아세안센터 라운지에서 열린 '시가렛 걸'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세예스24문화재단 제공) 2026.03.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시가렛 걸'은 2012년 인도네시아에서 출간된 뒤 영어, 독일어, 아랍어, 태국어 등 6개 언어로 번역됐다. 2023년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다.쿠말라는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도 언급했다.그는 정보라의 작품을 여러편 읽었다며 "인도네시아 독자들도 한국 문학에 담긴 문화와 배경에 큰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 남편인 작가 에카 쿠르니아완의 소설 '호랑이 남자'가 한국에 번역 출간된 사실도 소개했다.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간 문화 교류 증진을 위해 2020년부터 동남아시아 근현대문학 출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2022년 국내 최초로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각국의 근현대문학 3권('영주',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인생이라는 이름의 연극')을 번역 출간했고, 지난해에는 한국과 필리핀 수교 75주년(2024년)을 기념하기 위해 '필리핀 동남아시아문학총서' 3종('배꼽 두 개인 여자', '열대 고딕 이야기', '러브 온 더 세컨드 리드')을 펴냈다.[서울=뉴시스] '시가렛 걸' (사진=한세예스24문화재단 제공) 2026.03.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은 "문학은 다른 어떤 예술이나 매체보다 그 나라의 숨결과 시대적 아픔을 가장 깊이 섬세하는 매개체"라며 "다양한 배경과 역사를 지닌 동남아시아 우수 작품을 국내 독자에 소개하고, 특유의 문화 다채로움과 깊은 역사성 전달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동남아시아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과거 식민지 시대, 전쟁, 급격한 경제성장 등이 많이 닮아있다"며 "현지 소설들이 낯설지만 쉽게 몰입할 수 있기도 하다"고 했다.작품 선정에는 해당 국가의 역사와 문화가 잘 담겨있는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국내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를 중요시한다.[서울=뉴시스] 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한-아세안센터 라운지에서 열린 '시가렛 걸' 출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세예스24문화재단 제공) 2026.03.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내년에는 말레이시아 작품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백 이사장은 말레이시아를 "다양한 인종, 종교, 언어 등 복잡하고 다층적인 국가"라며 작품 선정에 "국내 독자가 지루하지 않고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체쳅 해라완 주한인도네시아 대사는 "책 출간 계기로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상호보완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가기를 바란다"먀며 "인도네시아 전통과 문학이 한국인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받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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