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느끼며"···산책하기 좋은 광주 명소 4선

입력 2026.02.25. 15:51 수정 2026.02.26. 13:37
너릿재·무등산 숲길·광주호 등
자연·문화 함께 즐기는 동선
도심 접근성 뛰어나 부담 적어
광주호 호수생태원 둘레길은 무등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광주호의 풍경을 가까운 곳에서 감상하며 자연생태를 느낄 수 있도록 추진됐다. 뉴시스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발걸음도 바깥으로 향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 광주 도심과 인접한 곳에 숲과 물, 그리고 사찰과 문화 공간이 이어지는 길들이 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고갯길, 나무 향 깊은 숲길, 잔잔한 호수 둘레길, 전당까지 이어지는 도심 산책로까지. 계절을 천천히 걷고 싶은 이들을 위한 광주 트레킹·산책 명소를 모았다.

너릿재옛길.

◆벚꽃과 기억을 품은 고갯길, 너릿재 옛길

광주 도심에서 차로 10여 분만 벗어나면 한때 지역의 관문이었던 옛 고갯길이 숲길로 이어지는 구간이 있다. 광주 동구 선교동과 화순읍을 연결하는 너릿재옛길이다.

총연장 약 4.3㎞의 이 길은 과거 광주와 전남 동남부권을 잇는 주요 통로였다. 1971년 너릿재터널이 개통되면서 차량 통행은 대부분 터널로 옮겨갔고, 기존 도로는 보행 중심의 숲길로 재조성됐다.

현재는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로 정비돼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흙길과 포장 구간이 적절히 어우러지고 일부 구간은 자전거 이용도 가능하다.

계절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진다. 봄이면 벚꽃이 길을 따라 터널처럼 이어지고, 분홍빛 꽃잎이 고갯길을 물들인다. 도심과 가까운 접근성 덕분에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과 걷기 동호회 발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자연 경관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지닌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봉쇄 작전과 연관된 길목으로 언급되며, 시대의 기억을 간직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

무등산과 안양산·만연산을 잇는 산맥 사이를 지나며 숲의 밀도도 깊다. 고갯마루에 서면 화순 방면 산세가 펼쳐지고, 울창한 수림이 이어진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고갯길은 이제 시민들의 일상 산책 코스로 자리 잡았다.

원효사 전경. 광주시 무등산웹생태박물관 홈페이지 갈무리

◆산책과 등산의 사이, 증심사~원효사 숲길

등산은 부담스럽고 평지만 걷기엔 아쉬울 때 선택하기 좋은 코스가 증심사~원효사 구간이다. 무등산 남쪽(동구) 증심사에서 시작해 북쪽(북구) 원효사 방향으로 이어지는 숲길로, 완만한 오르막과 능선길, 사찰을 잇는 구조다. 산책과 트레킹의 중간 정도 난이도로 볼 수 있다.

증심사 입구는 길이 잘 정비돼 있어 초반 부담이 적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몸을 풀 수 있는 구간이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고, 평일에는 비교적 한적하다.

중간 구간부터 숲이 깊어지며 분위기가 달라진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소리와 새 울음이 이어지는 구간은 이 코스의 백미다.

이 코스의 장점은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는 점이다. 장불재나 서석대 등 고지대 코스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적합하다. 특히 겨울이 지나고 봄기운이 오르는 시기, 가볍게 걷기 좋은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마지막 구간은 내리막 위주로 이어져 무릎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물 위를 걷는 시간, 광주호 호수생태원

가볍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걷고 싶다면 광주호 호수생태원 둘레길이 적합하다. 등산처럼 힘들지 않으면서도 도심 공원과는 다른 자연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평탄한 길이다. 데크길과 흙길이 적절히 섞여 있고 경사가 거의 없다. 운동화만으로도 충분히 걸을 수 있으며, 유모차나 어르신들도 비교적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둘레길은 ‘운동’보다는 ‘기분 전환’에 가깝다. 봄에는 연둣빛 수목이 길을 감싸고, 잔잔한 호수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산책의 리듬을 만든다.

걷다 보면 작은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크게 위압적이지 않은 구조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호수를 내려다보기 좋다. 전망 구간에서는 광주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ACC 야경 전경. 무등일보DB

◆공원에서 전당까지, 중외공원~ACC 도심 산책

자연과 도심 문화 공간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중외공원에서 출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할 만하다. 운동과 전시, 카페 공간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산책길이다.

중외공원은 도심 속에서도 수목 밀도가 높은 편이다. 벤치와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걷기 편하고, 봄 벚꽃과 가을 낙엽이 계절 분위기를 더한다.

ACC 야경 전경. 무등일보DB
중외공원에 위치한 시립미술관과 문화정원 전경. 무등일보DB

공원을 벗어나 도심 방향으로 이동하면 광주 특유의 골목 풍경과 상점가가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금남로 상권과 연결되고, 카페와 서점, 소규모 전시 공간들이 산책의 흐름을 이어준다.

걷다 보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닿는다. 잔디광장에서 휴식을 취해도 좋고, 전시 관람으로 산책을 마무리해도 좋다. 해 질 무렵 ACC 외관은 특히 인상적이다. 조명이 켜지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단순한 걷기를 넘어 문화 공간으로 확장되는 산책 코스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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