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심폐소생술 교육, 누구에게 어떻게가 생존율 가른다

입력 2026.02.12. 16:24 수정 2026.02.12. 18:06

지난해 11월,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던 40대 남성이 심정지로 쓰러졌다. 절체절명의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현장에서 운동 중이던 비번 소방관과 응급구조사가 즉시 달려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것이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골든타임을 완벽히 지켜낸 덕분에 남성은 소중한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이 드라마틱한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숙제를 던진다. 만약 그 자리에 전문가가 없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현장을 누비는 구급대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심폐소생술은 단순히 ‘방법을 아느냐’보다, ‘누가, 어떤 환경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는 교육을 받았느냐’가 생사의 갈림길을 결정한다고 말이다. 이제는 양적인 보급을 넘어, 대상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설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다.

첫째 성인들에게는 완벽한 기술보다는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일반 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교한 술기가 아닌 즉각적인 행동이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혹시 잘못될까 봐” 겁이 나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경우다. 심정지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성인 대상 교육은 가슴 압박 위주의 ‘핸즈온리(Hands-only) 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을 반복해 몸에 새겨야 한다.

둘째, 학생과 고령자는 생활습관과 현실적 대안이 요구된다. 학생들에게 CPR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몸에 밴 습관’이 돼야 한다. 연령별 신체 발달을 고려해, 위급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119 신고와 주변 도움 요청을 병행하는 체득형 교육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특수 직군의 경우 공간 맞춤형 실전 대응이 필요하다. 교사, 다중이용시설 종사자 등은 사실상 현장의 ‘예비 구급대원’이다. 이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실제 공간의 동선을 반영한 훈련, AED 위치 확인, 팀 단위 역할 분담 등 현장 밀착형 시뮬레이션이 반드시 병행돼야만 실제 상황에서 작동하는 구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전남대 운동장의 사례는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아는 시민’이 곁에 있을 때 생존율이 얼마나 극적으로 변하는지 증명했다.

대상별로 정교하게 설계된 교육은 시민들에게 막연한 두려움 대신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생명을 살리는 기술은 특별한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제대로 준비된 시민 한 사람이 있다면, 기적은 우리 이웃의 운동장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윤슬빈 강진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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