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설, 두번째 시작

입력 2026.02.10. 13:58 수정 2026.02.10. 17:41

우리는 저마다 굳은 결심과 비장한 각오로 새해를 맞는다.

어떤 이는 금연을, 어떤 이는 다이어트를, 또 어떤 이는 취업이나 이직을 목표로 새 마음, 새 뜻을 세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굳건한 그 다짐들은 관성에 밀려 쉽게 무너진다.

겨우 1월 달력 한 장을 뗐을 뿐인데 목표한 계획들이 수포가 됐다며 자신을 책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작심삼일의 굴레에 갇혀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자.

우리에게는 마법 같은 반전의 기회가 있다. 바로 ‘설(구정)’ 이 남았다. 5일 뒤면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다.

모든 시작의 무게를 1월 1일 하루에만 두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대한민국은 한 달의 시차를 두고 또 한 번의 새해를 맞는다. 이것은 단순한 민속 명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신정 때 세웠던 계획이 서툴고 막막했던 ‘연습 게임’이었다면, 설은 그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다시 마음의 옷깃을 여미는 ‘진짜 게임’의 시작점이다.

우리에게는 지난 실패를 공식적으로 지워내고 새 마음을 먹어도 좋을 명분이 국가적으로 주어지는 셈이다.

인간의 의지는 유한하다.

한 번의 결심이 1년 내내 팽팽하게 유지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설은 꺼져가는 의지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는 마음의 쉼표와도 같다.

지난 한 달 동안 겪었던 나태함과 포기는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가는 적응 기간이었을 뿐입니다.

설은 그 방황을 꾸짖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떡국 한 그릇으로 감싸며 다시 일어설 용기를 건넨다.

흐지부지 흘려보낸 1월의 시간은 이제 잊어도 좋다.

설날 아침, 우리 앞에는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은 정갈하고 깨끗한 ‘두 번째 1월 1일’이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 누릴 수 있는 이 특권 같은 명절을 빌려, 멈췄던 신발 끈을 다시 묶고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어 보자.

달력은 이미 두 장째로 넘어갔지만, 마음의 달력은 이제야 비로소 첫 페이지를 펼치고 있다.

설이 지나야 진짜 한 해가 시작된다.

1월의 실수는 잊자. 당신에게는 아직, 단 하루도 쓰지 않은 온전한 열한 달의 기회가 남아 있다.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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