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돌' 광주극장 봉준호 초청
여성·독립영화제 잇따라 개최
새로운 시도 공연 눈길 끌어
창극·발레단 무대 호응 얻어
연극 '사형수 김대중' 등
탄핵 정국 5·18 공연 주목

올해 광주 영화·공연계는 90년 역사를 품은 광주극장의 저력과 동시대의 감각을 담은 새로운 창작물이 뜨겁게 맞부딪힌 한 해였다. 세계적인 거장 봉준호 감독이 충장로를 찾아 영감을 이야기하고, 광주여성영화계는 아시아 전역으로 시선을 확장했다. 공연계 역시 고전 발레의 정수부터 오월 정신을 담은 서사극까지 선보이며 지역 공연 예술의 깊이를 더했다.

광주 영화계의 가장 큰 화두는 광주극장의 개관 90주년이었다. 1935년 10월 1일 설립된 광주극장은 이를 기념해 지난 10월 17일부터 11월 16일까지 한 달간 '개관 90주년 광주극장 영화제'를 개최했다. 특히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 유수의 시상식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이 직접 광주극장을 찾아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봉 감독은 11월 8일 광주극장에서 열린 영화제 특별기획 섹션 '봉준호의 극장 노트'에 참석해 추천작 '바톤 핑크'를 관객과 함께 관람한 뒤 시네토크를 진행했다. 2017년 영화 '옥자' 개봉 당시 방문 이후 8년 만에 다시 광주극장을 찾은 봉 감독은 창작 활동에 대한 세밀한 이야기를 관객과 나눴다. 그는 영감의 원천을 묻는 질문에 "모든 곳에서 영감을 받는다. 충장로와 금남로를 거닐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며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은 늘 오감을 곤두세우고 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주여성영화제와 광주독립영화제도 각각 제16회, 제14회를 맞으며 지역 영화제의 연속성과 확장성을 확인했다.
지난 11월 6~10일 광주극장·CGV광주금남로·광주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16회 광주여성영화제는 '우리는 빛으로'를 캐치프레이즈로 총 11개국 56편(장편 23편, 단편 33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개막작은 이유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 '이반리 장만옥', 폐막작은 윤한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핑크문'이었다. 특히 인도네시아 여성영화를 조명한 특별 프로그램 '플래시 아시아'를 통해 아시아 여성의 시선과 연대의 목소리를 다각도로 보여줬으며, '날 선 평화의 경계',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 등 국내 미개봉작도 소개돼 주목받았다.

광주독립영화관은 지난 6월 26~29일 광주극장과 광주독립영화관(GIFT)에서 제14회 광주독립영화제를 개최했다. 오재형 감독의 '소영의 노력'이 개막작, 박봉남 감독의 다큐멘터리 '1980 사북'이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광주 신진 감독전'에서는 지난해 시나리오 피칭 당선작 '베이비!'(이예은 감독)와 '심장'(오유현 감독) 등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소개됐다. 이예은 감독은 '베이비!'로 제4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편 광주극장가에서는 다양한 독립·예술영화의 제작진과 배우를 직접 만나는 GV, 데이비드 린치·보이치에흐 예지 하스 감독 회고전,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특별전 등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영화사를 조망할 기회도 마련됐다.
공연계는 새로운 시도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광주시립발레단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예술감독이자 세계적 안무가 엘다르 알리에프가 직접 안무한 발레 '해적'을 지난 9월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표트르 구세프와 함께 '해적'을 재탄생시키는 작업에 참여한 알리에프의 연출이 더해지며 3막을 2막으로 재편해 몰입감을 강화했다. 해적 콘라드와 그리스 소녀 메도라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화려한 솔로, 장대한 군무, 고난도 테크닉을 통해 관객들을 환상적인 무대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주시립창극단은 지난 5월 판소리 다섯 바탕 주인공들의 삶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획공연 '천변만화(千變萬化) 마당창극-열어볼 결심'을 선보였다. 케이팝, 트로트, EDM 등 기존 판소리에서는 보기 어려운 음악 요소를 활용해 서사 속 인물들의 욕망과 개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냈다.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공연도 이어졌다. '들불열사' 고(故) 김영철 열사의 딸 김연우 씨는 지난 4월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춤과 춤꾼의 에피소드극-별.빛 맞춤'을 무대에 올렸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김 씨는 기존 춤 발표 형식을 넘어 극 요소를 결합한 '에피소드극'으로 부녀의 서사를 풀어내 몰입도를 높였다.
극단 푸른연극마을이 선보인 연극 '사형수 김대중'은 지난 3~4월 수도권 순회공연과 함께 전국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과 5·18 정신을 그린 작품으로 12·3 불법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정국과 맞물리며 사회적 확장성을 더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