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어
냄새로 사람 불러 모으는 생선
가을 음식 대표 주자 '전어'
MZ들이 생각하는 가을 음식은?

골목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담의 주인공, 전어의 고소한 향이 퍼진다. 이 냄새가 곧 가을의 알림이다. 서해·남해에 찬 바람이 돌기 시작하면 은빛 전어가 시장을 채운다.
전어의 맛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전어는 가을에 살이 차오르며 기름이 가장 고소해지고, 뼛속까지 퍼지는 은근한 단맛이 있어 '입에 넣는 순간 가을을 베어 먹는다'는 표현까지 생겼다. 세꼬시로 먹으면 잔가시가 살짝 살아 있어 바삭한 결이 느껴지고, 불 위에서 구우면 금세 지붕 위로까지 향이 퍼져 이웃을 불러냈다.
전어는 오래전부터 어촌의 밥상을 지켜 온 제철 생선이다. 조선 후기 문헌 『임원경제지』에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귀족과 평민이 모두 즐겼으며, 값도 아끼지 않아 전어라 불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전어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는 뜻이다. 고흥과 여수 일대가 지금도 전어 산지로 꼽히는 건, 그런 오랜 역사 위에 놓인 명성일 것이다.
하지만 취향은 엇갈린다. 누군가는 전어 특유의 비린 향과 잔가시 식감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또 누군가에게 전어는 가을을 먹는 가장 확실한 방식이다. 어른들에겐 향수의 맛이고, MZ에겐 캠핑·SNS에 올리는 가을 콘텐츠다.
세대와 취향이 달라도 전어가 가을의 얼굴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한 점의 고소함이 계절을 불러오는 생선, 그 이름이 전어다.
- 전어 맛이 다른 생선과 다른가? 특히 차이가 느껴지는 맛의 포인트가 있다면?
▲쌍촌동비룡(이하 비) = 다른 생선과 가장 비교되는 점은 뼈째 먹는 생선이라는 게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더 고소하다고들 하는데… 고소한 건 모르겠고, 식감이 좋은 건 맞는 것 같다. 자주 먹었지만 솔직히 광어나 우럭처럼 '맛있다'는 생각은 못 했던 것 같다. 여름에는 뼈가 연해지니까 여름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회라는 점이 포인트?
▲신안동상디(이하 상) = 전어회는 다른 회와 다르긴 하다. 일단 모양부터 길게 나오는 게 디폴트고, 씹히는 식감도 뭔가 아삭아삭하다. 따로 포인트는 잘 모르겠다. 그냥 맛있어서 먹음. 회는 다 좋아한다.
▲문흥동맛기사(이하 맛) = 사실 전어를 먹어 본 적이 없다. 들은 건 많아서 전어 냄새가 그렇게 고소하고 좋다던데… 본인은 생선을 딱히 자주 먹지도 선호하지도 않아서 별다른 차이가 있으려나 싶다.
▲광천동고독한미식가(이하 고) = 전어가 더 짭짤한 느낌? 잔가시가 너무 많다… 조기 안에 있는 잔가시면 인정하겠는데 전어는… 절레절레.
- 전어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 날까?
▲맛 = 개인 취향으로는 무슨 음식이든 플레인, 기본에 충실한 게 가장 맛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구이에 한 표를 던지겠다.
▲비 = 보통 구이를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 전어나 양미리처럼 뼈째 구워 먹어 보지는 못했지만, 먹어 보고 싶기는 하다. 물론 뼈가 잘 안 느껴진다는 전제하에. 하지만 나는 회로 먹는 걸 좋아하니까 그대로 먹어야 더 맛있다고 생각한다. 뼈까지 잘잘히 썰어진 세꼬시를 젓가락으로 듬성 집어서(이때 포인트는 초장에 몇 가닥 남길 각오를 하고 듬뿍 집어야 한다) 기름장에 한 번 찍고 초장에 한 번 담가 준다. 그리고 초장에 빠져 미처 함께하지 못한 전어들을 먹어 주면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다.
▲고 = 구이, 회무침, 탕? 전어 안 좋아해서 잘 모르겠다. 뭐든 불닭볶음면에 먹으면 맛있겠다.
▲상 = 그냥 먹어도 맛있고 쌈으로 싸서 먹어도 맛있어서, 취향에 맞게 먹는 게 제일 베스트다. 근데 쌈을 잘 안 싸 먹는 사람도 한 번쯤 싸 먹어 보면 맛있다.
- 전어와 궁합 좋은 술은 소주 or 막걸리? (다른 조합 추천 가능)
▲상 = 당연히 참이슬이지만, 회는 또 청하랑 같이 먹어도 깔끔하니 맛있다. 웬만한 회랑 청하는 조합이 참 좋음.
▲고 = 전어가 고소한 맛이 있으니 톡 쏘는 알코올이 금상첨화겠다.
▲비 = 전어는 '모스카토 다스티'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약간 비릿하고 기름기 가득한 느낌을 스파클링과 향긋한 머스캣 향이 씻겨 주어 무한정 먹을 수 있게 만든다. 보통은 소주랑 많이들 드시는데, 개인적으로 소주는 알코올 향이 너무 세서 전어의 맛을 헤친다고 생각한다. 은은한 향이 나는 주종이 좋다고 본다. 대형마트에서 가성비로 파니 접근하기도 쉽다.
▲맛 = 전어 자체를 안 먹어 봐서 잘 모르겠지만, 다른 생선을 떠올려 보면 아무래도 소맥이 잘 어울릴 것 같다. 생선의 기름지고 은근히 비린 맛을 소맥으로 싹 씻어 내려 줘서 리프레시될 것 같은 느낌?
- 가을의 상징이라는 전어는 옛말이다. MZ가 생각하는 가을 대표 음식은?
▲고 = 카페 스ㅇㅇㅇ에서 파는 블글라(블랙 글레이즈드 라떼)다. 이 음료는 가을에만 나오는 시즌 음료라 매년 가을만 기다리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너무 맛있으니까 다들 드셔 보세요. 가을 하면 또 날씨가 기가 막히니까 야장을 미친 듯이 찾아다니는데, 광주에는 야장이 별로 없어서 전남까지 확대해서 순회를 다닌다. 야장 치킨, 골뱅이탕, 삼겹살 등등… 가을 음식보다는 선선한 가을 날씨에 맞게 밖에서 먹는 노상 느낌의 음식들을 선호한다.
▲맛 = 가을 음식이라고 하면 당연히 구황작물 아닐까 싶다. 고구마, 밤 말이다. 요즘 말로는 구황작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할미 입맛'이라고도 하는데, 요즘은 MZ들을 겨냥해서 다양한 구황작물 콜라보레이션 간식들이 많이 나온다! SNS에서도 구황작물 콜라보 신메뉴가 뜰 때마다 핫한 걸 보면 MZ의 대표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상 = 가을 전어가 유명하긴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계절에 맞는 음식이 딱히 없는 것 같다. 수박도 여름의 대표적인 과일이었지만 요즘에는 계절 안 타고 먹는 시대니까. 그 시기에 핫한 음식이 짱이다.
▲비 = 가을 대표 음식은 누가 뭐라 해도 추어탕 아닐까. 이름부터가 '추(秋)'를 보여 주지 않나. 찬 바람 불 때 추어탕 한 숟갈이면 발끝부터 열기가 솟아오르는 걸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추어튀김까지 먹어 주면 월동 준비까지 마무리. 나는 가을이 다가오면 추어탕의 고장인 남원이나 담양을 꼭 들른다.
- '가을 전어 굽는 냄새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본인이라면 어떤 음식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돌아가는 발걸음이 급해지나?
▲비 = 퇴근길 엘리베이터에 치킨 냄새가 가득하면, 배부르게 점심을 먹었는데도 갑자기 허기짐을 느낄 수 있다. 솔직히 그 어느 누가 치킨 냄새보다 전어 냄새를 좋아하겠는가?
후라이드의 기름 냄새는 그렇게 자극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은은히 코끝을 향해 전진해 뱃속까지 파고드니, 냄새만으로 허기를 느끼게 한다. 오늘도 배달 앱을 켜서 어디 치킨이 할인하는지 찾아본다.
▲고 = 사실 전어 굽는 냄새를 안 맡아 봤다. 대신 엽떡, 뿌링클, 고구마피자, 불닭… 온갖 매운 음식이라면 다 좋다. 자취를 한다면 혼자 시켜 먹겠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저런 음식들은 보기 힘들다… (슬픔)
냄새 맡으면 먹고 싶어지는 음식은 치킨, 라면, 김치찌개를 뽑겠다.
▲맛 = 퇴근할 때 시켜 놓는 치킨이나 마라탕이 내 발걸음을 급하게 만든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아는 냄새도 무섭기 마련이다. 엘리베이터에서부터 나는 냄새는… 진짜 발을 동동 구르게 한다. 물가가 너무 올라서 자주 먹지 못해 슬프지만, 퇴근길을 제일 설레게 만드는 건 아무래도 마라탕이랑 치킨이다!
▲상 = 전어 굽는 냄새는 안 맡아 봐서 모르겠다. 한식파라서 집에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같은 한식이 기다리고 있다면 빨리 가서 먹고 싶긴 하다.
정리=강수아기자 rkdtndk711@md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