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대·호주국립대 등 4개大
'시카다이노베이션' 공동 운영
25년간 350여개 벤처기업 육성
AI곡물 분석·스마트팜 업체 눈길
울렁공대학 '아이엑셀러레이터'
로컬·다양성 방점 소외 타킷 지원
여성·원주민 스타트업 속속 배출
지역 사업가 발굴·

호주 스타트업 성장에는 정부와 대학 간 협업이 한몫하고 있다. 특히 호주 대학들은 창업자 양성과 아이디어 사업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유망 기업을 발굴해 투자와 멘토링을 제공하는 액셀러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100여개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대학과 연계돼 있고, 창업자 5명 중 1명은 대학 연계 액셀러레이터의 지원을 받는다. 정부 정책도 뒷받침이 되고 있다. R&D(연구개발) 투자에 세제 혜택을 늘려 창업 생태계로 자금을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원금과 장학금 제공으로 창업으로 가는 길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딥테크 허브 '시카다 이노베이션즈'
호주 시드니 남쪽 이블레이에 자리한 '시카다 이노베이션즈'(Cicada Innovations)는 딥테크(Deep Tech) 인큐베이팅 센터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 역시 대학들과 연계돼 있다.
시드니대학과 뉴사우스웨일즈대학, 시드니공과대학, 호주국립대 등 4개 대학의 공동 소유다.
'매미'(cicada)를 뜻하는 이름은, 땅속 매미가 성체가 되기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의 자립을 서두르지 않고 돕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은 이곳은 기후변화, 에너지, 우주, 첨단 제조, 헬스케어, 식품, 농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350개 이상의 딥테크 벤처기업이 육성됐으며, 특허도 1천개 이상 취득했다.
그동안 끌어모은 투자금은 20억 호주 달러(1조8천억원)에 달하며 상장기업도 3곳이나 배출했다. 상장기업 2곳은 호주증권거래소에, 나머지 1곳은 런던증권거래소에 각각 상장됐다. 현재는 47개 업체가 입주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브릿 하트넷 대외담당 이사는 "벤처기업 초기 단계부터 상업화까지 관련 산업계 파트너들의 지원과 호주 연방정부 및 주정부들의 협조가 이어진다"며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 사람들이 돕듯이 여정을 공유하며 전방위로 지원을 한다"고 설명했다.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은 분야별, 단계별로 이뤄지며 민간 산업 파트너들은 관심 있는 스타트업 육성에 참여해 그들의 자립을 돕는다. 예를 들어 곡물연구개발공사(GRDC, Grains Research and Development Corporation)는 곡물 관련 초기 기술을 보유한 벤처들을 판별해 지원하고, 호주축산공사(Meat & Livestock Australia, MLA)는 관련 분야 초기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이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시카다 이노베이션즈의 궁극적인 역할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해 연결해 주는 것이다.
실제 시카다 이노베이션즈는 이곳 외에도 시드니 서쪽에 의료 분야 스타트업 허브를, 멜버른에 바이오 메디컬 허브를 각각 구축하고 관련 분야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하트넷 이사는 "3곳을 중심으로 현재 100개 이상 벤처들이 인큐베이션 받고 있다"며 "호주 전역에 인큐베이션 지원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애그리테크 스타트업
시카다 이노베이션즈 입주기업 중 애그리테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으로 곡물·종자 분야 기술을 보유한 '플래티퍼스 비전'(Platypus Vision)이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곡물이나 종자를 카메라와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품질을 판별하는 장비를 개발해 보급하는 업체다.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과 장비를 이용해 곡물의 품종과 상태는 물론 곤충과 잡초까지 식별해 낼 수 있다.
먼저 터치 스크린에 곡물에 대한 정보를 기입한 후 투입구에 넣으면 일정한 간격으로 이동하며 카메라를 통해 상태를 측정한다. AI를 통해 곡물의 상태를 알알이 파악한 후 분석된 결과가 스크린에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곡물의 모든 알갱이의 이미지가 생성되고, AI로 처리돼 각각의 품질이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실제 호주에서 곡물을 수출할 경우 90초에 1.5ℓ 분량씩 시간당 2천t의 곡물을 판별할 수 있다. 각 샘플마다 5분 만에 1만개의 이미지가 생성된다. 이런 방식으로 데이터베이스(DB)에 구축된 이미지가 200만개에 이른다.
세계 어디서든 곡물 수출입 시 각 나라별 품질 보증이나 검역 기준을 적용해 활용할 수 있다.
록 마틴 CEO는 "인간이 할 수 없는 분야를 기계와 기술이 처리하고 있다"며 "수분이나 단백질, 화학적 성분까지 분석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기업인 '인버티그로(Inverti Gro)'는 실내 수직농업 장비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가로 1.5m, 세로 2.3m 크기의 모듈형 농업 시스템인 '인버티큐브'로, 전기만 연결하면 온도 조절 장치와 LED 조명이 작동해 꽃과 허브는 물론 의료용 약초까지 다양한 작물을 어디서든 원하는 방식으로 연중 내내 재배할 수 있다.
에어컨디셔너 기술을 적용해 온도를 조절하고, 공기가 유입될 때 필터로 해충까지 잡아낸다. 태양광처럼 빛의 색깔과 조도까지 생육에 맞춰 조절할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작물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호주 대형마트 체인인 '울워스'(WoolWorths)와 협업해 일부 매장에 수직농장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자란 채소를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해 관심을 끌었다.

◆다양성·로컬 집중 '아이액셀러레이트'
호주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1시간30분가량 떨어진 울런공대학교(UOW) 창업지원센터인 '아이액셀러레이트(iAccelerate)'는 호주에서 스타트업 지원센터로는 가장 유서 깊은 곳이다.
2011년 '스타트패드'라는 이름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후 2016년 지금의 '아이액셀러레이트'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인 독립 센터로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52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1천182개의 일자리와 5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했다.
초창기에는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집중적으로 지원했으며 현재는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학생과 기술개발에 참여하는 연구진들까지로 범위를 넓혔다.
입주를 희망하는 스타트업은 먼저 12주 과정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검증받는다. 이어 전문 기업가들의 멘토링을 통해 로드맵을 바탕으로 창업을 지원한다. 또 국제적 투자 등으로 확장하는 것도 돕는다. 현재 입주기업은 57곳이다.
이곳만의 특별한 정체성은 '로컬'과 '다양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지역주민, 사회적 기업, 지역 기업가 등 기존 창업 생태계에서 소외됐던 이들을 주 타깃으로 정하고 있다. 실제 여성창업가 지원에 주력해 입주기업의 평균 48%가 여성 창업자이며 지난해에는 그 비율이 52%에 달했다. 또 최근 2년간 원주민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 6곳을 배출했고, 사회적 기업 프로그램을 통해 17개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지역 기업가 104명 배출했을 정도로 '로컬'에 진심이다. 실제 아이액셀러레이트 스타트업을 통해 울릉공 지역에 50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도 시도한 결과 목표를 달성하며 '로컬의 힘'을 입증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서 드론·어류관리까지 '무한도전'
아이액셀러레이트에는 재생에너지와 드론 제작, 어류관리까지 지속가능한 기술 혁신을 향해 무한도전에 나선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스타트업 '그린 그래비티(Green Gravity)'는 울런공 지역의 폐광산 수직 갱도와 농업 폐기물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저장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 기술은 '중력 에너지 저장'이다. 낮 동안 태양광을 통해 무거운 추를 수직 갱도 위로 끌어올린 후 밤에는 그 추를 떨어뜨리며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한때 광산업이 주를 이뤘던 울런공에 남아 있는 폐광들을 활용해 에너지 저장공간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보통 건물을 위로 높이 지어 활용하는 기존 중력 에너지 저장 방식과 달리 수백에서 수천미터 깊이의 수직갱도를 활용해 친환경적이다.
현재 철제 추를 사용하는 그린 그래비티는 앞으로 도넛 모양의 철제 케이스 안에 농업 폐기물을 채워 추로 활용하는 방식을 구상 중이다. 에너지 저장과 자원 순환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친환경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공동창업자인 타이너 존스 매니저는 "광산이 문을 닫으면 폐광 자체가 쓸모 없어지는 것은 물론 주변 지역까지 황폐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에너지를 저장하는데 있어 과거에 댐은 물이나 토지를 수용해야 했지만, 우리 기술은 기존의 시설들을 새로운 목적으로 재사용하는 것이 혁신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입주기업인 '프리즈마'는 작물건강을 탐지하는 접이식 소형드론을 제작하고 있다. 드론에는 카메라가 여러개 장착돼 있어 자외선, 적외선으로 작물 건강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소프트웨어로 보내면 AI가 분석한다. 이곳에서 개발한 드론은 비행에서 충전까지 자율주행으로 이뤄진다. 풍력과 강수량 확인은 물론 750m 떨어져 있는 차량 번호판 인식도 가능하다. 10㎞까지 비행가능하며 야간에도 움직일 수 있다.
지역의 어업을 돕는 디지털 플랫폼 '피시넷'은 매일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어업량 측정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과 기기를 개발했다.
레베카 듈디그 아이액셀러레이트 디렉터는 "석·박사 과정 연구자나 학계 전문가들이 고심해서 연구한 자료들이 보다 세상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창업과 일자리 창출까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울런공=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25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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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화이트 標 '풋 유어 폰 다운'···사운드 근육이 증명한 록의 물성
[서울=뉴시스] 잭 화이트. (사진 = David James Swanson 제공) 2026.08.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검정 재킷과 바지, 티셔츠에 대비되는 흰색 구두.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 무대에 오른 잭 화이트의 시각적 테마는 그의 이름처럼 '화이트'가 도드라지는 구성이었다. 단독 공연으로는 4년 만에(페스티벌 포함하면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의 손에는 건곤감리와 태극 문양이 박힌 흰색 보디의 기타가 들려 있었다. 이날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밴드 '오이스터즈'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태극기 기타를 메고, 그는 첫 두 곡 '댓츠 하우 아임 필링(That's How I'm Feeling)'과 '블랙 매스(Black Math)'를 맹렬하게 내달렸다. 한국 관객을 향한 애정 어린 첫인상이자 선언이었다. 이어 공연은 개러지 록의 끓어오르는 절정으로 치달았다.이날 공연의 결정적 핵심은 열기에 달아오른 화이트가 공연 중반 재킷을 벗어던진 순간에 있었다. 기타 넥을 쥔 그의 팽팽한 전완근은 단순한 해부학적 특징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날 그가 1200명의 관객에게 쏟아낸 사운드의 근육질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메타포였다. 시각과 청각이 묘하게 병치되는 이 쾌감은 소리의 물성, 즉 형체 없는 소리가 어떻게 무대 위에서 물리적인 타격감을 지닌 육체로 변모하는지를 심화시켜 보여주는 미학적 현장이었다. 오랜 동료인 패트릭 킬러(드럼), 도미닉 데이비스(베이스), 바비 에밋(키보드)이 구축한 육중한 블루스 록 파운데이션 위로 디스토션 기타의 거친 마찰음이 얹혀졌다. 무거운 사운드의 폭격 속에서도 화이트는 끊임없이 리듬에 발을 맞추며 경쾌한 스텝을 잃지 않았다.그의 퍼스널 컬러와도 같은 파란색 조명이 무대를 지배했다. 그 푸른빛 아래서 밀도 높고 선명하게 뿜어져 나오는 사운드는 관객으로 하여금 소리의 바다로 기분 좋은 잠영을 하는 듯한 감각을 안겼다. 이 들끓는 사운드가 100분 동안 선명한 날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엔지니어의 섬세함이 존재했다. 엔지니어는 곡 사이마다 쉴 새 없이 기타를 교체하고 장비를 조율하며 소리의 질을 최상급으로 통제했다. 무결점의 세팅 덕분에 화이트는 불필요한 멘트 없이 오직 연주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서울=뉴시스] 잭 화이트. (사진 = David James Swanson 제공) 2026.08.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매일 밤 세트리스트가 바뀌는 그의 공연 철학답게, 이날 역시 사전에 고정된 레퍼토리는 없었다. 곡 단위로 흐름을 끊지 않고 블루스 록, 개러지, 로큰롤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곡을 변주하고 변이시키는 모습은 록 음악에 재즈의 즉흥성을 이식한 듯했다. 화이트 스트라입스 시절의 명곡 '호텔 요르바(Hotel Yorba)'는 원곡보다 훨씬 묵직하고 로킹한 질감으로 재탄생하며 공간을 압도했다.이 모든 음악적 상호작용의 정점을 찍은 것은 화이트의 트레이드마크인 '폰 프리(Phone-free)' 정책이었다. 공연장 내 휴대전화 사용을 통제해 시각적 기록이라는 현대인의 매개된 경험을 거세하자, 21세기에 찾아보기 힘든 '순수하게 음악만을 즐기는' 해방구가 열렸다. 아주 극소수만이 남몰래 렌즈를 들이밀었을 뿐, 대다수의 관객은 텅 빈 손으로 눈앞에서 명멸하는 조명과 돌발적인 편곡의 비틀기에 온전히 감각을 내맡겼다. 날 것의 에너지를 받아내는 데 렌즈의 필터는 사치였다. 화이트 표(標) '풋 유어 폰 다운(PUT YOUR PHONE DOWN)'인 셈이다.[서울=뉴시스] 잭 화이트. (사진 = David James Swanson 제공) 2026.08.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여섯 곡에 이르는 앙코르의 마침표는 모두의 예상대로 '세븐 네이션 아미(Seven Nation Army)'가 찍었다.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쏟아낸 "오오오오오"라는 주술적인 떼창은 앙코르를 부르는 주문이자, 무대와 객석을 연결하는 거대한 제의였다. 직관으로 마주한 이 곡은 모든 이를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노래의 숭고함, 혹은 이 순간만큼은 기꺼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당위성의 고상함을 입증했다. 지난달 20일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 쇼에서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로 연주된 이 곡은 이미 미국인들의 앤섬(Anthem)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의 밤은 이 단순하고도 육중한 기타 리프가 세상 모든 록 마니아들을 결속시키는 만국 공통의 앤섬임을 다시 한번 물리적으로 증명해 냈다.◎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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