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50일··· 말라 죽었다" 이상기후에 흔들리는 무등산수박

입력 2025.05.07. 10:23 수정 2025.05.07. 10:32
장마 50일 이후 이어지는 폭염
2020년엔 고사로 생산량 '반타작'
전국 농특산물 주산지 북상 중
경북 사과는 강원·제주 감귤은 전남
작목 전환·시설 투자 '불가피'
지난 28일 문광배 무등산수박 영농조합 총무가 연작 장해를 예방하는 휴믹산을 보여주고 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이상기후 탓에 5년 전부터 무척 힘드네요. 올해 무등산수박이 잘 자라느냐 여부는 하늘에 달렸다고 봐야죠."

지난달 28일 오전 광주시 북구 금곡동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문광배 무등산수박영농조합법인 총무는 한숨을 내쉬었다. 농가 고령화로 갈수록 재배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무등산수박은 무등산 자락 해발 300~500m 고지에서 재배한다. 5월 초 파종한 뒤 포기당 한 개의 열매만 남기고 모두 솎아내 크게 키운다. 수확은 추석을 앞두고 8월 말부터 이뤄진다. 그는 2대째 무등산수박 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다. 문씨의 아버지는 800고지에서 재배했으나, 300고지로 내려왔다. 접근성 등의 이유에서다.

무등산수박은 조선 선조 때 무등산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부터 무등비과(무등산의 신비로운 과일)로 불리며 귀한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재배지가 무등산 자락의 비탈면으로 한정된 데다 농약을 치지 않는 등 재배 방식이 까다로워 70년 대 초반 한 때 자취가 끊겼다가 주민들의 노력으로 되살아났다. 거의 재래식 방식 그대로 키운다. 토종 무등산수박을 지켜내기 위해서다.

문씨는 현재 하우스 4개동(900여평)에서 수박을 수확하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무등산수박은 200개에서 250개 사이로 지난해 총생산량(2천여개)의 10%를 조금 넘어서는 정도다.

그는 이날 파종에 앞서 밭에 유기 토양개량제 경운을 방금 끝냈다. 토양개량제를 흙에 섞으면 끈적해진 흙을 포슬포슬하게 만들어 배수 등이 원활해진다. 연작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무등산수박은 한차례 경작한 뒤에는 3년이 지나 땅심이 회복돼야 다시 재배할 수 있지만 국립공원 내에 있다보니 경작지 확보가 쉽지 않은 탓이다.

기후변화는 무등산수박 생산에 직격탄이었다. 지난 2020년부터다. 30일 정도이던 장마 기간이 50~60일 정도로 2배 가량 길어졌다. 설상가상, 산 중임에도 밤에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박 농사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실제 장마가 길었던 2020년에는 생산량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또한 열대야 등이 지속되면서 이 같은 기후 피로도가 누적된 2022년에는 직전 생산량의 '반타작'을 기록하기도 했다.

문씨는 "예전에는 장마기간이라고 해도 비가 3~4일 오면, 나머지 요일은 해가 떠서 작물이 적응을 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해가 뜨지 않고 장마가 긴 시간 이어진다"며 "2020년에는 장마가 50일 동안 이어졌는데, 장마 끝엔 해가 뜨자마자 기온이 35도 넘게 올라가면서 하우스 내부 온도가 60도까지 상승해 수박이 말라 죽었다"고 털어놨다.

광주의 유일한 특산품이자 400여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무등산수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후에 따른 무등산수박 재배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광주시와 북구, 광주농업기술센터 등 관계 기관은 이 같은 심각성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실제 무등산수박 산지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강원도·전남 일부 지역에서 시험재배를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이들 기관과 무등산수박 농가는 지난해부터 TF팀을 결성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 이를 토대로 올해부터는 해결책을 직접 농가에 적용키로 했다. 연작 피해를 최소화하는 유기 토양개량제 지원은 이미 도입됐다. 여름이 되기 전에는 강한 햇볕에 하우스 내부 온도가 오르지 않도록 하는 차열막을 설치할 예정이다. 또 1997년과 2019년에 실패한 무등산수박 종자 개량 연구도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변화하는 기후 환경에 무등산수박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같은 변화는 무등산수박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로 과일·채소 등의 주산지는 북상 중이다. 전국 각지가 기후변화와 이상기후로 인해 지역 대표 특산물 뿐만 아니라 농업에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사과하면 경북'이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 사과는 서늘한 기온에서 자라는 호냉성 작물로 경북에서 강원도로 재배지가 옮겨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사과 주요 생산지로 통하던 대구·경북 지역 사과 재배 면적은 1993년 3만6천여㏊에서 2023년 2만여㏊로 30년 사이 약 44% 줄었다. 반면, 강원도 사과 재배 면적은 1993년 483㏊에서 2023년 1천679㏊로 30년 사이 24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제주의 특산물인 감귤은 전남 해남과 경남 남해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대표적 아열대 작물 애플망고는 전남 영광 등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작목 전환 또는 시설 재투자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돌발 상황을 대비해 시설과 시스템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무등산수박 농가를 담당하고 있는 정현정 북구 주무관은 "무등산수박 뿐만 아니라 다른 작목들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아 작물의 강도 약화, 품질 저하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기후 예측이 불가능해 시시각각 관측되는 현상으로 대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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