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개헌 때부터 제기돼
2017년 文정부서 본격화
"기억 않으면 계엄 반복"
국민 저항권 헌법에 뿌리

■ 두 번의 계엄 마주한 광주 청년, 오늘의 민주주의를 묻다
1부. 광주 2030, OO을 말하다
1. 5·18과 비상계엄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1948년 7월12일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의 한 대목이다. 헌법은 전문과 130개 조문, 부칙으로 구성된다. 이 중 전문은 국가가 지향하는 이념과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헌법의 헌법'으로 불린다. '광주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단순한 문구 삽입을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어디에 두느냐는 물음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5월 정신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3 비상계엄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80년 5월이 대한민국을 구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치적 레토릭이 아닌 실현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등일보가 광주·전남 지역 청년 10명과 힘께 한 심층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난다. 5·18 45주년을 맞아 진행한 이번 인터뷰에서 광주·전남 2030세대들은 "5·18은 특정 지역의 항쟁이 아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고 한목소리로 답했다. 박근우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 대학생위원장은 "현행 헌법에는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문구가 있다"며 "여기에 5·18이 포함된다면 국민의 저항권이 헌법적으로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18과 12·3 비상계엄 모두 국가 권력에 맞선 시민 저항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닮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헌법 속에 공식화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가빈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은 "헌법 전문에 담는다는 것은 국민의 희생을 국가가 공식 인정하고, 권력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다짐"이라며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할 교육적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청년들은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단순한 역사 기념을 넘어, 국가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한 시대적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박진우 개혁신당 광주 동남을 당협위원장은 "5·18을 제대로 기억하지 않으면, 2024년 같은 일(12·3 비상계엄)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걸 절감했다"며 "오월정신은 민주주의의 뿌리이자,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기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논의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9차 개헌 국면에서부터 제기됐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본격화됐다. 그는 취임 직후 첫 5·18 기념식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이듬해인 2018년 3월 청와대가 공개한 개헌안 전문에는 5·18과 함께 부마항쟁, 6·10 항쟁의 계승이 명시되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