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주 여성 이야기 담은 '목소리들'
CGV광주상무·금남로 등서 다큐 상영

1948년 봄, 제주의 한마을에서는 젊은 여자들이 한꺼번에 끌려가 며칠 후 모두 사살됐다. 한 소녀는 면전에서 할머니가 칼에 찔려 죽는 것을 목격하고, 또 다른 소녀는 젊은 임신부가 부푼 배를 창칼에 찔려 죽임을 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70년간 목소리를 삼켜낸 이들의 이야기는 필름에 담겨 비로소 우리들에게 닿는다.
영화를 통해 제주 4·3사건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4·3기억영화제 추진위원회는 내달 3일 각 지역의 관객추진단과 함께 '4·3기억영화제'를 개최한다. 전국 동시 영화제로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다큐멘터리 '목소리들'을 상영하며,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오후 7시30분 CGV 광주상무, CGV 광주금남로, CGV 광양 엘에프스퀘어, CGV 해남시네마, CGV 여수웅천, CGV 순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화 '목소리들'은 제주 4·3연구자의 걸음을 따라 봉인됐던 제주 여성들의 목소리를 끌어올린다. 영화는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침묵해야만 했던 네 제주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은순씨는 '토산리 달빛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로, 언니와 함께 토벌대에 잡혀갔다가 며칠 만에 혼자 살아 돌아왔다. 김용열씨는 여성 학살 사건인 '비학동산 임산부 살해 사건'의 목격자이며, 고정자씨는 도피자 가족으로 몰려 할아버지와 언니가 학살된 가운데 어른 한 명 없이 외로이 살았다. 홍순공씨는 무장대의 '세화리 습격사건' 때 큰고모할머니가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했고, 본인은 철창으로 몸 일곱 군데를 찔려 후유 장애인이 됐다. 4·3연구자로 진상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조정희 연구자가 이들의 이야기를 깊이 새겨듣는다.
지혜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번 영화는 지난해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2024 EBS 국제다큐영화제 글로벌 초이스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를 집필한 박해영 작가는 이 영화에 대해 "내가 몰랐던 4·3의 목소리를 듣게 해줘서 너무 고마운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영화 '목소리들' 예매는 오마이씨네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며, 티켓 가격은 7천원에서 1만원이다.
한편 영화는 '100개의 극장 프로젝트'를 통해 상영된다. 배급사 미디어나무가 진행하는 '100개의 극장 프로젝트'는 영화 배급을 극장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관객이 직접 상영회를 열고 확산시키는 참여형 배급 전략이다. 관객이 단순 소비자에서 문화적 행동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 앞서 영화 '수라', '괜찮아, 앨리스' 등의 독립영화들이 이 프로젝트로 전국의 관객들을 만난 바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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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의료인 면허 박탈법은 온당한가 국회는 4월 27일 '의료인면허 박탈법'으로 알려진 의료법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간호사 협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단체와 여당에서 이 법안을 반대하고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다수당의 힘으로 법안통과를 관철시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기간이 끝난 이후 5년간,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 이후 유예기간이 끝난 뒤부터 2년간 의사면허가 취소된다.여론이 말하는 의사면허 취소의 이유는 대체로 세가지 정도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한다' 또는 '같은 전문직인 변호사도 유죄판결 시 자격정지되는데 왜 의사는 처벌받지 않는가' '의사들은 자정능력이 없다' 등이다. 높은 윤리성을 가져야할 의사라는 직업이기에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다.첫째, 성범죄자와 강력범죄자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하는가. 그렇지 않다. 의사 성범죄 경우 현행법으로도 면허가 사실상 박탈된다. 아청법에 의해 모든 성범죄에는 최장 10년간 취업제한 명령이 내려진다. 그 기간 동안은 모든 의료기관에 취업이 불가능하고 개업도 할 수 없다. 장기간 징역을 선고 받을 만큼 강력범죄를 저지는 의사는 인신구속 기간 동안 진료를 못하게 되니 이미 성범죄자나 강력범죄자들이 일정기간 진료를 못할 안전장치는 준비돼 있다.중요한 것은 금고형인 경우다. 중범죄가 아닌 부주의만으로도 나올 수 있는 형량이다.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폐원으로 인한 임금체불만으로도 금고형은 가능하다. 또한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집회나 시위를 할 경우 해당될 수 있는 집시법 등으로도 금고형을 받고 면허취소가 될 수 있다.둘째, 변호사 같은 다른 전문직도 범죄시 자격이 정지되는데 의사는 왜 열외인가.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 변호사와 의사는 전문직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하는 일이나 성격이 다르다. 변호사는 법을 다루기에 범죄행위와 직무관련성이 있다. 집시법을 위반한 의사가 법 위반에 대한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집시법 위반 사실과 의사로서의 능력은 상관관계가 없다. 전문직군 간의 국가적, 사회적 피해 정도에 대한 비교 없이 단지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면허, 자격 취소를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변호사가 범죄를 저질러도 자격 자체는 유지된다. 변호사협회의 등록이 취소돼 개업을 못하는 것일 뿐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법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엄격한 규제를 받는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를 법적으로 같은 취급하는게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보다 세밀하게 범죄를 한정하는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고도 말했다.셋째, 의사들은 자정 능력이 없는가. 실제로 의사들은 비윤리적인 동료 의사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부의 범법 행위로 인해 의사 전체가 비난 받는 것으로 생각해 매우 비판적이다. 일부의 일탈이 전체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 이에 의협에는 전문가 평가제나 중앙윤리위 등 자정작용을 위한 기구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경찰이나 공무원이 의료행위의 윤리성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의사는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의사단체에 조사·징계 권한 뿐 아니라 면허 관리권한을 부여해 자율 정화할 수 있게 한다. 의료인 면허박탈법이 공표된다면 이런 자정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오직 법에 의한 처벌만이 능사가 될 것이다.2024년 어느 날, 이 도시에 단 한명 뿐인 흉부외과 교수가 밤새 수술 후 귀가하는 길에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크게 일으켜 금고의 선고유예형을 선고받는다. 환자들은 주치의를 잃게 된다. 너무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말자. 우리 부모의 주치의일 수도 있다. 김상훈 광주시의사회 법제이사·광주병원 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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