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날씨가 서귀포 날씨로
곡성 강진 진도서 열대과일
동남아 스콜 유사 잦은 소나기

전라남도 북동부에 위치한 곡성군은 22개 시·군 가운데 가장 더운 지역이다. 2만7천여 명의 주민이 소백산맥과 여러 지맥이 겹쳐진 산간과 평야지대에 산다. 2023년 하루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인 열대일 일수가 66일로 전남에서 가장 많았다. 반면 열대야는 하루에 불과했다. 낮·밤의 일교차가 크고 토양이 비옥한데다 일조량이 풍부하다. 아열대 과일 재배의 최적지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천혜향이 첫 출하된 게 지난해 2월이다. 온난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올라간 데다, 재배기술이 좋아진 덕분이다. 수확한 4.5t은 옥과농협에서 전량 수매, 유통됐다. 자연환경의 이점을 살렸다. 과일류는 위도가 올라갈 수록 큰 일교차 등으로 향과 당도가 뛰어나고 과육이 부드럽다. 곡성 천혜향은 당도 15Brix(브릭스), 산도 1% 정도로 새콤달콤하고 특유의 향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4년간 지역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던 곡성군은 반색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새롭게 도입한 만감(滿柑)류 재배가 곡성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새로운 소득작목 도입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지역의 재배농가 역량 강화에 방점을 뒀다. 제주도 만감류 농업 마이스터 초빙과 현장 컨설팅 등을 8차례 했다. 만감류 선진지 견학과 협의회 등도 잇따라 추진, 전문가에게 기술 노하우 등을 전수받았다.
재배 농가는 늘어날 전망이다. 만감류는 나무에서 완전히 익도록 오래 두었다가 따는 감귤의 일종인데, 천혜향과 한라봉·황금향·청견 오렌지 등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2020∼2023년 천혜향과 레드향 등의 만감류 특화단지 2.8㏊를 조성했다. 곡성에선 총 9농가가 만감류를 키우고 있다. 올해도 만감류 0.7ha 단지 조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들 농가들은 6년째가 되는 올해 수확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아열대화 된 광주·전남
한반도가 더워졌다. 아열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뚜렷했던 4계절의 구분도 희미해지고 있다. 이른바 '한반도 기후의 아열대(subtropical zone)화'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지구 전체의 기온은 평균 0.6도 정도 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1.5도 올라 상승폭이 크다. 기상학계에 따르면 한반도의 경우 기온이 1도 올라갈 때 기후대는 평균 200~250㎞ 정도 북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목포 날씨가 서귀포 날씨로, 전주 날씨가 완도 날씨로 변한다는 거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한반도 기후 변화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광주·전남지역이 대표적이다. 평균기온이 매년 상승하면서 아열대 기후대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남해안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아열대 범위가 최근 서·동해안을 따라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아열대화는 2023년부터 본격화됐다. 기상 전문가들은 통상 연 평균기온 15도 이상이면 아열대기후로 분류한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023년 연평균 기온은 15도였다. 아열대에 처음으로 편입된 것이다. 광주·전남에서 역대 가장 더웠던 지난해엔 이 보다 0.9도 높았던 15.9도. 평년 13.9도보다 2도나 높았다. 앞선 2022년 연평균 기온은 14.8도였다. 10년 전인 2012년 13.7도에 비해 1.1도 오른 수치였다.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1992~2001년 13.9도 ▲2002~2011년 14.1도 ▲2012~ 2021년 14.5도 등으로 조사됐다. 전남도 비슷한 기온 분포를 보였다.

아열대는 또한 11월의 기온이 10도 이상 되느냐에 달려 있다. 기상학자들은 월 평균기온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이면 아열대성 기후로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12월∼3월 평균기온이 10도 이상 넘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 광주 지역 평균기온 11.8도를 시작으로, 지난해 12.1도 등 10도를 넘겼다. ▲1992~2001년 11월 9.2도 ▲2002~2011년 11월 9.8도 ▲2012~ 2021년 11월 9.8도 등으로 나타났다. 전남은 2002년부터 11월 평균기온이 10도를 넘겼다. 22년 11월엔 11.7도를 기록했다.
동남아의 스콜과 유사한 강한 소나기도 자주 내렸다. 스콜은 낮 동안 강한 일사로 지표의 수분이 증발해 오후쯤 일시에 퍼붓는 강수 현상이다.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다가 대기 중 수분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순간 폭발하는 것이다. 광주·전남에선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집중폭우도 부족한 듯 2022년 '극한'이 공식 용어로 채택됐다. 시간당 50㎜, 3시간 누적 90㎜ 이상 집중호우를 일컫는다. 지난해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중순, 전남 남부 해안에 500㎜ 가까운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사계절의 기간도 변화가 심했다. 여름이 길어지는 대신 겨울이 짧아지는 것이다. 광주·전남 여름은 계속 늘었다. 1991∼2020년 30년간 평균은 총 118일이었다. 6월 2일 시작해 9월 27일 끝났다. 1981∼2010년(114일)에 비해 4일 늘었다. 특히 지난해 여름철 고온은 이례적으로 9월까지 이어졌다. 9월 평균기온이 26.4도, 평년보다 무려 4.4도나 높았다. 연간 열대야일수는 37.8일, 폭염일수는 33.1일을 기록, 역대 가장 많았다. 이는 평년보다 3∼4배 높은 수치였다.
반면 겨울은 짧아졌다. 1991∼2020년 30년 간 평균 일수는 총 82일이었다. 12월 7일부터 2월 26일까지였다. 앞선 1981∼2010년 86일에 비해 4일 줄었다. 권원태 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원장은 "21세기 말에는 광주·전남 등 남부지역은 아예 겨울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겨울철이 줄어들고 따듯해지는 추세가 가속화해서 11월의 평균기온이 10도 이상으로 고착화 되면, 그 만큼 아열대성 기후로 빨리 전환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아열대 기후로의 전환을 뜻한다. 기상청은 21세기 후반(2081~2100년)에 우리나라 전역이 아열대기후로 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열대기후가 되면 한 해 강수량이 2천㎜ 가량으로 늘어난다. 이젠 이상기후는 상수가 됐다. 지난해와 같은 기후플레이션이 일상을 더 깊게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에 대한 대책을 주문한다. 2050년엔 폭염으로 연 25만명이 사망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여름 40도의 폭염을 전망했던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여름이 4월부터 11월까지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올해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온난화 현상으로 해수 온도가 매우 많이 높아졌고, 그 영향이 또렷하게 더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북상하는 아열대 과일 재배
기후가 바뀌면 땅에서 나는 농작물도 변화한다. 감귤·바나나·망고·파파야 등 아열대 과일 재배지는 제주도나 남해안으로 한정되지 않고 강원도·경기도 일부 지역까지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온난화에 따라 작물 재배지역이 북상하면서다.
전남은 맞춤형 환경을 자랑한다. 많은 일조량과 난방비 절감 등은 아열대 과일 생산에 효과적이다. 이처럼 더워진 날씨는 광주·전남의 농업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천996.4㏊(3천452 농가)에서 아열대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2년 전 988.1㏊(2천479농가)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황금향이나 한라봉처럼 제주에서만 나던 고수익 만감류는 전남으로 재배지가 넓어진지 오래다. 강진군에선 레드향·황금향·천혜향 등을 통합한 공동 브랜드 '탐진향'을 출하했다. 2014년부터 시도해 현재는 13농가에서 4.2ha 규모로 재배 중이다. 앞서 진도군은 2008년부터 레드향과 한라봉 재배를 시작했다.
재배 품목도 다양해 지고 있다. 만감류에서 바나나·구아바·파인애플·망고·용과·비파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전남도는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 3년간 질 좋은 과일 생산에 250억원을 투입한 것이다. 바나나(화순), 애플망고(장흥·영광), 파파야(곡성) 등이다. 지난해부터는 체리·블루베리·만감류 등 시설과수 재배 희망 농가에 고품질 과수 생산을 위한 시설 장비와 농기계 지원사업 등을 추가했다.
유지호기자 hwaon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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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의료인 면허 박탈법은 온당한가 국회는 4월 27일 '의료인면허 박탈법'으로 알려진 의료법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간호사 협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단체와 여당에서 이 법안을 반대하고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다수당의 힘으로 법안통과를 관철시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기간이 끝난 이후 5년간,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 이후 유예기간이 끝난 뒤부터 2년간 의사면허가 취소된다.여론이 말하는 의사면허 취소의 이유는 대체로 세가지 정도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한다' 또는 '같은 전문직인 변호사도 유죄판결 시 자격정지되는데 왜 의사는 처벌받지 않는가' '의사들은 자정능력이 없다' 등이다. 높은 윤리성을 가져야할 의사라는 직업이기에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다.첫째, 성범죄자와 강력범죄자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하는가. 그렇지 않다. 의사 성범죄 경우 현행법으로도 면허가 사실상 박탈된다. 아청법에 의해 모든 성범죄에는 최장 10년간 취업제한 명령이 내려진다. 그 기간 동안은 모든 의료기관에 취업이 불가능하고 개업도 할 수 없다. 장기간 징역을 선고 받을 만큼 강력범죄를 저지는 의사는 인신구속 기간 동안 진료를 못하게 되니 이미 성범죄자나 강력범죄자들이 일정기간 진료를 못할 안전장치는 준비돼 있다.중요한 것은 금고형인 경우다. 중범죄가 아닌 부주의만으로도 나올 수 있는 형량이다.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폐원으로 인한 임금체불만으로도 금고형은 가능하다. 또한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집회나 시위를 할 경우 해당될 수 있는 집시법 등으로도 금고형을 받고 면허취소가 될 수 있다.둘째, 변호사 같은 다른 전문직도 범죄시 자격이 정지되는데 의사는 왜 열외인가.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 변호사와 의사는 전문직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하는 일이나 성격이 다르다. 변호사는 법을 다루기에 범죄행위와 직무관련성이 있다. 집시법을 위반한 의사가 법 위반에 대한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집시법 위반 사실과 의사로서의 능력은 상관관계가 없다. 전문직군 간의 국가적, 사회적 피해 정도에 대한 비교 없이 단지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면허, 자격 취소를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변호사가 범죄를 저질러도 자격 자체는 유지된다. 변호사협회의 등록이 취소돼 개업을 못하는 것일 뿐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법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엄격한 규제를 받는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를 법적으로 같은 취급하는게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보다 세밀하게 범죄를 한정하는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고도 말했다.셋째, 의사들은 자정 능력이 없는가. 실제로 의사들은 비윤리적인 동료 의사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부의 범법 행위로 인해 의사 전체가 비난 받는 것으로 생각해 매우 비판적이다. 일부의 일탈이 전체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 이에 의협에는 전문가 평가제나 중앙윤리위 등 자정작용을 위한 기구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경찰이나 공무원이 의료행위의 윤리성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의사는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의사단체에 조사·징계 권한 뿐 아니라 면허 관리권한을 부여해 자율 정화할 수 있게 한다. 의료인 면허박탈법이 공표된다면 이런 자정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오직 법에 의한 처벌만이 능사가 될 것이다.2024년 어느 날, 이 도시에 단 한명 뿐인 흉부외과 교수가 밤새 수술 후 귀가하는 길에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크게 일으켜 금고의 선고유예형을 선고받는다. 환자들은 주치의를 잃게 된다. 너무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말자. 우리 부모의 주치의일 수도 있다. 김상훈 광주시의사회 법제이사·광주병원 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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