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아열대화··· 천혜향·한라봉·감귤, 바뀐 작물지도

입력 2025.03.11. 08:52 수정 2025.03.11. 13:55
평균 기온 상승 사계절 희미
목포 날씨가 서귀포 날씨로
곡성 강진 진도서 열대과일
동남아 스콜 유사 잦은 소나기

전라남도 북동부에 위치한 곡성군은 22개 시·군 가운데 가장 더운 지역이다. 2만7천여 명의 주민이 소백산맥과 여러 지맥이 겹쳐진 산간과 평야지대에 산다. 2023년 하루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인 열대일 일수가 66일로 전남에서 가장 많았다. 반면 열대야는 하루에 불과했다. 낮·밤의 일교차가 크고 토양이 비옥한데다 일조량이 풍부하다. 아열대 과일 재배의 최적지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천혜향이 첫 출하된 게 지난해 2월이다. 온난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올라간 데다, 재배기술이 좋아진 덕분이다. 수확한 4.5t은 옥과농협에서 전량 수매, 유통됐다. 자연환경의 이점을 살렸다. 과일류는 위도가 올라갈 수록 큰 일교차 등으로 향과 당도가 뛰어나고 과육이 부드럽다. 곡성 천혜향은 당도 15Brix(브릭스), 산도 1% 정도로 새콤달콤하고 특유의 향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4년간 지역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던 곡성군은 반색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새롭게 도입한 만감(滿柑)류 재배가 곡성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새로운 소득작목 도입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지역의 재배농가 역량 강화에 방점을 뒀다. 제주도 만감류 농업 마이스터 초빙과 현장 컨설팅 등을 8차례 했다. 만감류 선진지 견학과 협의회 등도 잇따라 추진, 전문가에게 기술 노하우 등을 전수받았다.

재배 농가는 늘어날 전망이다. 만감류는 나무에서 완전히 익도록 오래 두었다가 따는 감귤의 일종인데, 천혜향과 한라봉·황금향·청견 오렌지 등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2020∼2023년 천혜향과 레드향 등의 만감류 특화단지 2.8㏊를 조성했다. 곡성에선 총 9농가가 만감류를 키우고 있다. 올해도 만감류 0.7ha 단지 조성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들 농가들은 6년째가 되는 올해 수확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아열대화 된 광주·전남

한반도가 더워졌다. 아열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뚜렷했던 4계절의 구분도 희미해지고 있다. 이른바 '한반도 기후의 아열대(subtropical zone)화'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지구 전체의 기온은 평균 0.6도 정도 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1.5도 올라 상승폭이 크다. 기상학계에 따르면 한반도의 경우 기온이 1도 올라갈 때 기후대는 평균 200~250㎞ 정도 북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목포 날씨가 서귀포 날씨로, 전주 날씨가 완도 날씨로 변한다는 거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한반도 기후 변화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광주·전남지역이 대표적이다. 평균기온이 매년 상승하면서 아열대 기후대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남해안을 중심으로 나타났던 아열대 범위가 최근 서·동해안을 따라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아열대화는 2023년부터 본격화됐다. 기상 전문가들은 통상 연 평균기온 15도 이상이면 아열대기후로 분류한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023년 연평균 기온은 15도였다. 아열대에 처음으로 편입된 것이다. 광주·전남에서 역대 가장 더웠던 지난해엔 이 보다 0.9도 높았던 15.9도. 평년 13.9도보다 2도나 높았다. 앞선 2022년 연평균 기온은 14.8도였다. 10년 전인 2012년 13.7도에 비해 1.1도 오른 수치였다.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1992~2001년 13.9도 ▲2002~2011년 14.1도 ▲2012~ 2021년 14.5도 등으로 조사됐다. 전남도 비슷한 기온 분포를 보였다.

지난해 2월 곡성군 겸면 운교리 소재 한 농장에서 천혜향을 수확한 장면. 무등일보 DB

아열대는 또한 11월의 기온이 10도 이상 되느냐에 달려 있다. 기상학자들은 월 평균기온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이면 아열대성 기후로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12월∼3월 평균기온이 10도 이상 넘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 광주 지역 평균기온 11.8도를 시작으로, 지난해 12.1도 등 10도를 넘겼다. ▲1992~2001년 11월 9.2도 ▲2002~2011년 11월 9.8도 ▲2012~ 2021년 11월 9.8도 등으로 나타났다. 전남은 2002년부터 11월 평균기온이 10도를 넘겼다. 22년 11월엔 11.7도를 기록했다.

동남아의 스콜과 유사한 강한 소나기도 자주 내렸다. 스콜은 낮 동안 강한 일사로 지표의 수분이 증발해 오후쯤 일시에 퍼붓는 강수 현상이다.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다가 대기 중 수분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순간 폭발하는 것이다. 광주·전남에선 극한호우가 쏟아졌다. 집중폭우도 부족한 듯 2022년 '극한'이 공식 용어로 채택됐다. 시간당 50㎜, 3시간 누적 90㎜ 이상 집중호우를 일컫는다. 지난해 추석 연휴 직후인 9월 중순, 전남 남부 해안에 500㎜ 가까운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사계절의 기간도 변화가 심했다. 여름이 길어지는 대신 겨울이 짧아지는 것이다. 광주·전남 여름은 계속 늘었다. 1991∼2020년 30년간 평균은 총 118일이었다. 6월 2일 시작해 9월 27일 끝났다. 1981∼2010년(114일)에 비해 4일 늘었다. 특히 지난해 여름철 고온은 이례적으로 9월까지 이어졌다. 9월 평균기온이 26.4도, 평년보다 무려 4.4도나 높았다. 연간 열대야일수는 37.8일, 폭염일수는 33.1일을 기록, 역대 가장 많았다. 이는 평년보다 3∼4배 높은 수치였다.

반면 겨울은 짧아졌다. 1991∼2020년 30년 간 평균 일수는 총 82일이었다. 12월 7일부터 2월 26일까지였다. 앞선 1981∼2010년 86일에 비해 4일 줄었다. 권원태 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원장은 "21세기 말에는 광주·전남 등 남부지역은 아예 겨울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겨울철이 줄어들고 따듯해지는 추세가 가속화해서 11월의 평균기온이 10도 이상으로 고착화 되면, 그 만큼 아열대성 기후로 빨리 전환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아열대 기후로의 전환을 뜻한다. 기상청은 21세기 후반(2081~2100년)에 우리나라 전역이 아열대기후로 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열대기후가 되면 한 해 강수량이 2천㎜ 가량으로 늘어난다. 이젠 이상기후는 상수가 됐다. 지난해와 같은 기후플레이션이 일상을 더 깊게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에 대한 대책을 주문한다. 2050년엔 폭염으로 연 25만명이 사망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여름 40도의 폭염을 전망했던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여름이 4월부터 11월까지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올해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온난화 현상으로 해수 온도가 매우 많이 높아졌고, 그 영향이 또렷하게 더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열대과일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애플망고는 풍부함 과즙과 달콤함으로 디저트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영광군 염산면 망고야농장에서 박민호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이 애플망고를 수확하고 있다. 무등일보 DB

◆ 북상하는 아열대 과일 재배

기후가 바뀌면 땅에서 나는 농작물도 변화한다. 감귤·바나나·망고·파파야 등 아열대 과일 재배지는 제주도나 남해안으로 한정되지 않고 강원도·경기도 일부 지역까지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온난화에 따라 작물 재배지역이 북상하면서다.

전남은 맞춤형 환경을 자랑한다. 많은 일조량과 난방비 절감 등은 아열대 과일 생산에 효과적이다. 이처럼 더워진 날씨는 광주·전남의 농업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천996.4㏊(3천452 농가)에서 아열대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2년 전 988.1㏊(2천479농가)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황금향이나 한라봉처럼 제주에서만 나던 고수익 만감류는 전남으로 재배지가 넓어진지 오래다. 강진군에선 레드향·황금향·천혜향 등을 통합한 공동 브랜드 '탐진향'을 출하했다. 2014년부터 시도해 현재는 13농가에서 4.2ha 규모로 재배 중이다. 앞서 진도군은 2008년부터 레드향과 한라봉 재배를 시작했다.

재배 품목도 다양해 지고 있다. 만감류에서 바나나·구아바·파인애플·망고·용과·비파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전남도는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최근 3년간 질 좋은 과일 생산에 250억원을 투입한 것이다. 바나나(화순), 애플망고(장흥·영광), 파파야(곡성) 등이다. 지난해부터는 체리·블루베리·만감류 등 시설과수 재배 희망 농가에 고품질 과수 생산을 위한 시설 장비와 농기계 지원사업 등을 추가했다.

유지호기자 hwaone@mdilbo.com

# 연관뉴스
메타버스
"메타버스 온라인 전시 콘테스트에 도전하세요"
전남문화재단은 오는 8월 8일까지 도내 예술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전시 콘테스트를 개최, 우수한 전시를 선정해 실제 전시를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이번 콘테스트는 지난해 12월 문화재단이 구축한 3D 디지털 트윈 방식의 '남도 메타버스 미술관'을 보다 많은 예술인이 관심을 갖고 자기 홍보를 위한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기획됐다.콘테스트 참가 자격은 도내 문화예술단체이거나 전남에 거주 중인 예술인, 3인 이상의 예술인 그룹이며 참여를 원하는 예술인은 '남도 메타버스 미술관'에 회원 가입해 온라인 전시관을 임대받아 미술작품을 업로드하면 된다.심사기준은 관객평가 70%·전문가 평가 30%로, 가장 배점이 높은 관객평가는 온라인 전시 조회 수와 방명록 횟수로 집계된다.때문에 온라인 전시를 주변에 널리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온라인 전시관을 구성한 예술인을 선정해 온라인 전시가 실제 전시로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자세한 내용은 남도사이버갤러리와 전남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김선출 전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온라인 전시 콘테스트는 메타버스 가상 온라인 전시 프로그램을 보다 많은 작가가 활용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사업이다"며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도내 미술작가들이 시공간 제약이 없이 자신의 작품을 아카이빙하고 홍보해 작가로서 인지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지방소멸
[카드뉴스] 동명동 핫플레이스, 보해소주 팝업스토어
광주에 젊은 활기가 가득한 곳 일명 '광주의 동리단길' 동명동에서 보해양조가 보해소주 스몰 액션 스토어(팝업스토어)를 지난달 12일에 시작했다. 스몰 액션 스토어는 MZ세대와 친환경·자연환경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겨냥한 힙한 팝업스토어다. 팝업스토어는 바다를 보호하는 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기획된 것으로 보해소주 스몰 액션(SMALL ACTION) 캠페인의 첫걸음이다. 보해소주 스몰 액션 캠페인은 스몰 액션 캠페인이라는 이름과 같이 '작은 실천으로 환경을 지키자'는 취지로 플로깅 활동을 진행한다. 플로깅(plogging)이란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말한다.?스몰 액션 캠페인은?보해가 가지고 있는 '바다의 보물'이라는 뜻을 담은 사명처럼, 쓰레기를 줍고 줄이는 작은 행동이 모여 보물 같은 바다를 소중히 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캠페인을 준비했다.보해양조는 캠페인을?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2030세대가 가득하고 광주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동명동을 선택했다. 플로깅 활동을 참여하게 되면 생분해성 수지 위생장갑, 비닐봉지, 대나무 집게로 구성된 친환경 플로깅 체험 키트를 받아 동명동 일대에서 플로깅할 수 있다. 이후 가져온 쓰레기 분류를 마치면 소금 아이스크림으로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또한?SNS?업로드와 설문 참여 시 보해소주 굿즈를 추가로 증정한다. 참가자들은 플로깅에 동참하면서 육지의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결국 소중한 바다를 지키는 첫걸음이란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벤트를 만들었다.수거된 쓰레기는 작가들과 협업을 거쳐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해 팝업스토어 곳곳에 설치될 예정이다. 방문객들은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 '쓰레기에서 보물로(From Trash To Treasure)' 거듭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보해소주 스몰 액션 스토어'는 7월?12일까지 총 두 달간 운영되며 휴무일 없이 오후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방문 가능하다. 방문객들을 위해 플로깅 체험 외에도 친환경 에코백, 양말, 보해소주가 더해진 프리미엄 플로깅 키트 등 다양한 굿즈 판매도 함께 진행된다.보해소주에서 해양보호 캠페인으로 이어진 나비효과보해소주는 기존 소주와 다르게 소금을 넣었다는 가장 큰 차별점이 있다. 보해소주는 세계 3대 소금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핑크소금, 안데스산맥 호수 소금, 신안 토판염을 사용하여 소주 특유의 쓴맛과 강한 알콜향을 잡는 솔트레시피를 통해 기존 소주의 '과당'으로 맛과 향을 가리는 제조방식을 깬것이다. 2021년 출시 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보해소주'가 역대 신제품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이며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보해양조는 보해소주에 사용되는 소금이 결국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건강한 바다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해양 환경 보호 캠페인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보해양조는 어떤 기업인가?보해양조는 목포에 본사를 둔 광주전남 대표 주류전문 기업이다.?보해소주 말고도 잎새주, 복받은 부라더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보해소주 팝업스토어 어디서 할까?보해양조와 아우르(OWLR)가 콜라보한 보해소주 스몰 액션 팝업스토어는 광주 동명동 아우르 팝업존(별채)에서 진행 중이다. 아우르는 지난달 오픈한 ㈜광지주의 첫 브랜드다. 전남 특산물을 활용한 다이닝 바, 그로서리 마켓 등 전남 로컬푸드를 알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보해양조 행보지난달 12일 문을 연 광주 동명동 팝업스토어를 통해 그 시작을 알렸으며, 이어서 25일 목포 보해소주 플로깅 센터 & 스몰 액션 스토어를 오픈했다. '보해소주 플로깅 센터'는 목포 여객터미널과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보해는 여객터미널 이용객들이 배를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서 플로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플로깅 센터를 열게 됐다. 섬에 들어가는 관광객들도 플로깅 키트를 받아 관광을 하며 플로깅에도 동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참가자들 중 플로깅하고 있는 사진에 해시태그 'pickup_bohae'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플로깅과 관련된 굿즈를 제공한다.?플로깅 센터와 스몰 액션 스토어는 올해 12월 31일까지 운영되며 휴무일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방문 가능하다.문예송기자 rr3363@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