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부진 과일·채소 값 껑충
수온상승 고등어·멸치 감소
식재료비 인상 서민 가계부담
외식물가 급상승 음식점 직격
광주시 서구 풍암동에 사무실이 있는 김모(50대)씨는 고민거리가 하나 사라졌다고 했다. 두달여 전, 빌딩 건물에 구내식당이 들어서면서다. 출근할 때부터 점심 메뉴는 은근한 스트레스였다.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없는데다 외식 물가마저 오르며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 심화된 탓이다. 김씨는 "점심 밥 사 먹고, 커피까지 마시면 (개인 당) 2만원 이상 쓰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매일 장을 본 뒤 음식을 만들다 보니 식권 한 장 가격은 9천원. 최근 급등한 식재료값 반영에 부담은 있지만, 남은 반찬들은 싸 갈 수도 있어 직원들 반응은 좋다.
밥값 폭등에 직장인들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지 오래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3년째 3%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1만원으론 먹을 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간편하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밀가루 음식도 마찬가지다. 원재료 수급 불안정 탓에 가격이 급등했다. 이른바 '누들플레이션(면과 인플레이션)'이다. 폭염과 가뭄·홍수 등으로 인한 이상 기후와 지정학적 불안 영향에서 기인했다.
광주지역 칼국수·짜장면 한 그릇은 9천100원과 6천900원(지난 1월 기준).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광주의 칼국수·짜장면 평균 가격이 지난해 1월, 8천200원·6천800원에서 각각 900원과 100원씩 올랐다. 다른 음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광주의 냉면 평균 가격은 지난해 9천600원에서 올해 9천900원으로 인상됐다. 국민 먹거리인 '김밥과 라면' 조합은 1만원 시대가 이미 열렸다.
지난해 '금(金) 배추·오이·고추' 후과도 현실화됐다. 7천800원·9천900원이었던 김치찌개 백반과 비빔밥 가격은 8천200원·1만500원으로 각각 올랐다. 또한 삼겹살 1만5천911원, 삼계탕 1만6천400원 등 직장인들의 회식과 보양식을 대표하는 외식 메뉴도 1만원대를 훌쩍 넘겼다. 이들 가격은 광주 평균인 만큼 유명한 식당은 더 비싸다.

기후 위기의 그림자다. 과일값 폭등(2023년)과 대파·시금치 파동(2024년) 등은 예고편이었다. 이상 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 탓에 원재료 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광주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2월말 기준, 양동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배추 한 포기는 7천원으로 지난해 4천220원에 비해 66% 올랐다. 무(1개)는 2천원에서 3천원으로, 당근(1㎏)은 5천330원으로 전년에 비해 33.3% 인상됐다.
더워진 바다도 서민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상기온 여파로 바닷물이 따뜻해져 어획량이 줄어들면서다. 오징어·고등어·멸치 등이 대표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어업생산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어업 생산량은 361만t으로 전년 대비 2.2% 줄었다. 연근해 어획량은 84만1천t으로 11.6% 감소하며, 1971년(76만4천t)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피시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4일 광주지역 오징어 1마리 소매 가격은 8천963원으로, 평년에 비해 14.1% 뛰었다. 고등어 가격도 7천815원으로, 평년(3천757원)과 비교했을 때 108% 올랐다. 최근엔 멸치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다.

음식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기후위기에 따른 식재료비 상승 탓에 경영난이 가중되면서다.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식재료다. 2022년 기준, 42.4%에 달했다. 그 이후에도 식재료 물가는 급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소비자 물가가 3.6% 오른 반면 농산물(곡물·채소·과일 등) 물가는 6.0% 뛰었다. 지난해에도 소비자 물가가 2.3% 오르는 동안 농산물은 10.4%나 폭등했다.
문을 닫는 가게가 늘고 있다. 음식점들은 경기 침체에 식료품 가격 상승 등으로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고 호소한다. 실제 지난해 광주의 일반음식점 폐업률은 10.6%로, 전국 평균(10.4%)을 넘어섰다. 외식업중앙회 광주시지회 측은 "광주지역 일반음식점이 1만8천여 곳인데, 20% 가량이 잠재적 휴·폐업 상황인 것"으로 분석했다.

나비효과는 심각하다. 한국은행의 분석 결과다. 국내 물가 상승분의 10% 가량이 고온 등 이상기후에 원인이 있다. 불안전성이 커진 식료품 등의 가격이 3개월여 뒤 소비자 물가를 0.03%p 끌어올렸다. 물가가 올라 지갑이 얇아지면 경기를 위축시키며 산업생산도 갉아먹는다. 농작물 작황 부진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고 폭염으로 인한 노동성 저하 등 악영향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엔 발등에 불이다. 광주는 이상기후지수(CRI)가 전국 상위권으로 경제기반 자체가 취약하다. 농림어업을 기반으로 하는 전남의 타격도 크다.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적 대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유지호기자 hwaon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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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의료인 면허 박탈법은 온당한가 국회는 4월 27일 '의료인면허 박탈법'으로 알려진 의료법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간호사 협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단체와 여당에서 이 법안을 반대하고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다수당의 힘으로 법안통과를 관철시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기간이 끝난 이후 5년간,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 이후 유예기간이 끝난 뒤부터 2년간 의사면허가 취소된다.여론이 말하는 의사면허 취소의 이유는 대체로 세가지 정도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한다' 또는 '같은 전문직인 변호사도 유죄판결 시 자격정지되는데 왜 의사는 처벌받지 않는가' '의사들은 자정능력이 없다' 등이다. 높은 윤리성을 가져야할 의사라는 직업이기에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다.첫째, 성범죄자와 강력범죄자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하는가. 그렇지 않다. 의사 성범죄 경우 현행법으로도 면허가 사실상 박탈된다. 아청법에 의해 모든 성범죄에는 최장 10년간 취업제한 명령이 내려진다. 그 기간 동안은 모든 의료기관에 취업이 불가능하고 개업도 할 수 없다. 장기간 징역을 선고 받을 만큼 강력범죄를 저지는 의사는 인신구속 기간 동안 진료를 못하게 되니 이미 성범죄자나 강력범죄자들이 일정기간 진료를 못할 안전장치는 준비돼 있다.중요한 것은 금고형인 경우다. 중범죄가 아닌 부주의만으로도 나올 수 있는 형량이다.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폐원으로 인한 임금체불만으로도 금고형은 가능하다. 또한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집회나 시위를 할 경우 해당될 수 있는 집시법 등으로도 금고형을 받고 면허취소가 될 수 있다.둘째, 변호사 같은 다른 전문직도 범죄시 자격이 정지되는데 의사는 왜 열외인가.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 변호사와 의사는 전문직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하는 일이나 성격이 다르다. 변호사는 법을 다루기에 범죄행위와 직무관련성이 있다. 집시법을 위반한 의사가 법 위반에 대한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집시법 위반 사실과 의사로서의 능력은 상관관계가 없다. 전문직군 간의 국가적, 사회적 피해 정도에 대한 비교 없이 단지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면허, 자격 취소를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변호사가 범죄를 저질러도 자격 자체는 유지된다. 변호사협회의 등록이 취소돼 개업을 못하는 것일 뿐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법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엄격한 규제를 받는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를 법적으로 같은 취급하는게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보다 세밀하게 범죄를 한정하는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고도 말했다.셋째, 의사들은 자정 능력이 없는가. 실제로 의사들은 비윤리적인 동료 의사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부의 범법 행위로 인해 의사 전체가 비난 받는 것으로 생각해 매우 비판적이다. 일부의 일탈이 전체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 이에 의협에는 전문가 평가제나 중앙윤리위 등 자정작용을 위한 기구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경찰이나 공무원이 의료행위의 윤리성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의사는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의사단체에 조사·징계 권한 뿐 아니라 면허 관리권한을 부여해 자율 정화할 수 있게 한다. 의료인 면허박탈법이 공표된다면 이런 자정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오직 법에 의한 처벌만이 능사가 될 것이다.2024년 어느 날, 이 도시에 단 한명 뿐인 흉부외과 교수가 밤새 수술 후 귀가하는 길에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크게 일으켜 금고의 선고유예형을 선고받는다. 환자들은 주치의를 잃게 된다. 너무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말자. 우리 부모의 주치의일 수도 있다. 김상훈 광주시의사회 법제이사·광주병원 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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