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일상적 소재 '눈길'
부탄의 민주주의 담은 작품
여성 예술가의 삶 다룬 영화
한국 사회 사각지대 조명도
감각적인 색채와 짙은 감정선으로 새해를 더욱 풍성하게 채워줄 영화들이 찾아와 눈길을 끈다.
광주극장이 공개한 1월 개봉작은 '총을 든 스님', '쇼잉 업', '부모 바보'다.
지난 1일 개봉한 '총을 든 스님'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국제 장편 영화 부문에 출품된 영화다. 2006년 부탄의 국왕이 자진해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민주주의를 도입한 후, 왕정국가 부탄에서 시작된 역사상 첫 번째 선거를 배경으로 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투표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모의 선거가 마련되고, 무기를 수집하는 미국인 관광객 론 콜먼의 소총이 우연히 존경받는 한 스님의 손에 넘어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영화의 감독 파오 초이닝 도르지는 앞서 '교실 안의 야크'(2019)에서 부탄의 자연 경관과 오지 마을 주민들의 순수함을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다뤄 주목을 받았다.
8일 개봉하는 '쇼잉 업'은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며 '퍼스트 카우'를 제작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작품이다. 주인공 리지는 조각가이자 예술 행정 보조원으로 일한다.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며 집주인이자 라이벌인 조와 갈등을 겪고,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는 오빠 숀을 살피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영화 '쇼잉 업'은 지난 2023년 프랑스의 대표 영화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에 10위로 오르기도 했다. 평론가들은 '예술가의 삶'에 대해 단순하면서도 촘촘하게 짜내며 여성 예술가의 인생을 미니멀리즘 스타일로 조명한 점을 높이 사 호평했다. '쇼잉 업'은 지난해 8월 광주시네마테크가 진행한 기획전 '一人一派(일인일파)-자기만의 길을 가다'에서 상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9일 이종수 감독의 '부모 바보'가 관객들을 맞이한다. 지난 2023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관객에게 첫 선을 보인 영화로, KB 뉴 커런츠 관객상을 수상하고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등에 초청된 작품이다. 사회복무요원인 영진과 담당자인 진현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극이다. 영진이 노상에서 노숙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진현이 당분간 영진을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해준다. 한편 힘겹게 살아가는 노인 순례는 수급자로 인정되지 않아 사회복지사인 진현에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영화는 소외된 청년과 노인에 대한 문제를 첨예하면서도 천연덕스럽게 다뤄 '일상 속에서 비일상적인 순간들을 찾아낸다'는 평을 받았다.
관람료와 상영 시간표 등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독자권익위원 칼럼] 의료인 면허 박탈법은 온당한가 국회는 4월 27일 '의료인면허 박탈법'으로 알려진 의료법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간호사 협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단체와 여당에서 이 법안을 반대하고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다수당의 힘으로 법안통과를 관철시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기간이 끝난 이후 5년간,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 이후 유예기간이 끝난 뒤부터 2년간 의사면허가 취소된다.여론이 말하는 의사면허 취소의 이유는 대체로 세가지 정도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한다' 또는 '같은 전문직인 변호사도 유죄판결 시 자격정지되는데 왜 의사는 처벌받지 않는가' '의사들은 자정능력이 없다' 등이다. 높은 윤리성을 가져야할 의사라는 직업이기에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다.첫째, 성범죄자와 강력범죄자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하는가. 그렇지 않다. 의사 성범죄 경우 현행법으로도 면허가 사실상 박탈된다. 아청법에 의해 모든 성범죄에는 최장 10년간 취업제한 명령이 내려진다. 그 기간 동안은 모든 의료기관에 취업이 불가능하고 개업도 할 수 없다. 장기간 징역을 선고 받을 만큼 강력범죄를 저지는 의사는 인신구속 기간 동안 진료를 못하게 되니 이미 성범죄자나 강력범죄자들이 일정기간 진료를 못할 안전장치는 준비돼 있다.중요한 것은 금고형인 경우다. 중범죄가 아닌 부주의만으로도 나올 수 있는 형량이다.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폐원으로 인한 임금체불만으로도 금고형은 가능하다. 또한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집회나 시위를 할 경우 해당될 수 있는 집시법 등으로도 금고형을 받고 면허취소가 될 수 있다.둘째, 변호사 같은 다른 전문직도 범죄시 자격이 정지되는데 의사는 왜 열외인가.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 변호사와 의사는 전문직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하는 일이나 성격이 다르다. 변호사는 법을 다루기에 범죄행위와 직무관련성이 있다. 집시법을 위반한 의사가 법 위반에 대한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집시법 위반 사실과 의사로서의 능력은 상관관계가 없다. 전문직군 간의 국가적, 사회적 피해 정도에 대한 비교 없이 단지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면허, 자격 취소를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변호사가 범죄를 저질러도 자격 자체는 유지된다. 변호사협회의 등록이 취소돼 개업을 못하는 것일 뿐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법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엄격한 규제를 받는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를 법적으로 같은 취급하는게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보다 세밀하게 범죄를 한정하는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고도 말했다.셋째, 의사들은 자정 능력이 없는가. 실제로 의사들은 비윤리적인 동료 의사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부의 범법 행위로 인해 의사 전체가 비난 받는 것으로 생각해 매우 비판적이다. 일부의 일탈이 전체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 이에 의협에는 전문가 평가제나 중앙윤리위 등 자정작용을 위한 기구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경찰이나 공무원이 의료행위의 윤리성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의사는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의사단체에 조사·징계 권한 뿐 아니라 면허 관리권한을 부여해 자율 정화할 수 있게 한다. 의료인 면허박탈법이 공표된다면 이런 자정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오직 법에 의한 처벌만이 능사가 될 것이다.2024년 어느 날, 이 도시에 단 한명 뿐인 흉부외과 교수가 밤새 수술 후 귀가하는 길에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크게 일으켜 금고의 선고유예형을 선고받는다. 환자들은 주치의를 잃게 된다. 너무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말자. 우리 부모의 주치의일 수도 있다. 김상훈 광주시의사회 법제이사·광주병원 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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