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은 진절머리가 난다. 말도 안 되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붙어서 땅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여차하면 마음에 맞는 상인들과 시장을 통째로 옮길 수 있다."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서 작심 발언을 했다.
지난 4월 백 대표와 예산군이 지역 상생 프로젝트로 재개장한 예산시장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예산시장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하루 방문객이 30명도 채 되지 않았던 전통시장이 하루 수천여명이 모여드는 명소가 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올해 들어서만 370만명, 누적 방문객이 740만명에 달할 정도로 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평일에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북적이는 등 전통시장 재개장은 큰 성공을 누렸다.
문제는 예산시장 재개장하기 이전에 평당 100만원이면 살 수 있던 가게가 지금 1천만원이 넘는 등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10평짜리 가게 매매가격이 1억3천만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동네 주민들 사이에선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을 정도다.
이는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본래 낙후된 지역이 재개발과 상권 확장 등으로 활성화하면서 임대료가 상승해 원주민이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는 것이다. 실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기존 상인들이 장사를 접고 있다.
이들은 임대료가 1년 반 만에 4배 이상 뛰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야말로 폭등이다.
백 대표의 손맛을 물려받은 상인들이 떠나면서 음식 품질이 떨어져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도 줄 잇고 있다.
더 이상 예산시장을 찾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실제 SNS 등 온라인상에서 예산시장을 찾았다가 실망했다는 후기글이 넘치고 있다.
재개장 이전의 예산시장으로 되돌아가는 건 시간문제다.
가뜩이나 힘든 시기다. 고금리와 고물가 등 경기 불황으로 소상공인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어려움 속에 그나마 재개장 기회를 잡은 예산시장과 상인들의 노력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임대료 인상에 혈안이 돼 있는 건물주와 부동산 투기꾼들이 백 대표의 경고를 새겨듣길 바란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적극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
- [독자권익위원 칼럼] 의료인 면허 박탈법은 온당한가 국회는 4월 27일 '의료인면허 박탈법'으로 알려진 의료법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간호사 협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단체와 여당에서 이 법안을 반대하고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다수당의 힘으로 법안통과를 관철시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기간이 끝난 이후 5년간,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 이후 유예기간이 끝난 뒤부터 2년간 의사면허가 취소된다.여론이 말하는 의사면허 취소의 이유는 대체로 세가지 정도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한다' 또는 '같은 전문직인 변호사도 유죄판결 시 자격정지되는데 왜 의사는 처벌받지 않는가' '의사들은 자정능력이 없다' 등이다. 높은 윤리성을 가져야할 의사라는 직업이기에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다.첫째, 성범죄자와 강력범죄자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하는가. 그렇지 않다. 의사 성범죄 경우 현행법으로도 면허가 사실상 박탈된다. 아청법에 의해 모든 성범죄에는 최장 10년간 취업제한 명령이 내려진다. 그 기간 동안은 모든 의료기관에 취업이 불가능하고 개업도 할 수 없다. 장기간 징역을 선고 받을 만큼 강력범죄를 저지는 의사는 인신구속 기간 동안 진료를 못하게 되니 이미 성범죄자나 강력범죄자들이 일정기간 진료를 못할 안전장치는 준비돼 있다.중요한 것은 금고형인 경우다. 중범죄가 아닌 부주의만으로도 나올 수 있는 형량이다.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폐원으로 인한 임금체불만으로도 금고형은 가능하다. 또한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집회나 시위를 할 경우 해당될 수 있는 집시법 등으로도 금고형을 받고 면허취소가 될 수 있다.둘째, 변호사 같은 다른 전문직도 범죄시 자격이 정지되는데 의사는 왜 열외인가.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 변호사와 의사는 전문직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하는 일이나 성격이 다르다. 변호사는 법을 다루기에 범죄행위와 직무관련성이 있다. 집시법을 위반한 의사가 법 위반에 대한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집시법 위반 사실과 의사로서의 능력은 상관관계가 없다. 전문직군 간의 국가적, 사회적 피해 정도에 대한 비교 없이 단지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면허, 자격 취소를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변호사가 범죄를 저질러도 자격 자체는 유지된다. 변호사협회의 등록이 취소돼 개업을 못하는 것일 뿐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법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엄격한 규제를 받는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를 법적으로 같은 취급하는게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보다 세밀하게 범죄를 한정하는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고도 말했다.셋째, 의사들은 자정 능력이 없는가. 실제로 의사들은 비윤리적인 동료 의사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부의 범법 행위로 인해 의사 전체가 비난 받는 것으로 생각해 매우 비판적이다. 일부의 일탈이 전체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 이에 의협에는 전문가 평가제나 중앙윤리위 등 자정작용을 위한 기구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경찰이나 공무원이 의료행위의 윤리성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의사는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의사단체에 조사·징계 권한 뿐 아니라 면허 관리권한을 부여해 자율 정화할 수 있게 한다. 의료인 면허박탈법이 공표된다면 이런 자정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오직 법에 의한 처벌만이 능사가 될 것이다.2024년 어느 날, 이 도시에 단 한명 뿐인 흉부외과 교수가 밤새 수술 후 귀가하는 길에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크게 일으켜 금고의 선고유예형을 선고받는다. 환자들은 주치의를 잃게 된다. 너무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말자. 우리 부모의 주치의일 수도 있다. 김상훈 광주시의사회 법제이사·광주병원 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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