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젠트리피케이션

입력 2024.11.27. 14:44 수정 2024.11.27. 17:37

"젠트리피케이션은 진절머리가 난다. 말도 안 되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붙어서 땅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여차하면 마음에 맞는 상인들과 시장을 통째로 옮길 수 있다."

외식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서 작심 발언을 했다.

지난 4월 백 대표와 예산군이 지역 상생 프로젝트로 재개장한 예산시장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예산시장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하루 방문객이 30명도 채 되지 않았던 전통시장이 하루 수천여명이 모여드는 명소가 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올해 들어서만 370만명, 누적 방문객이 740만명에 달할 정도로 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평일에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북적이는 등 전통시장 재개장은 큰 성공을 누렸다.

문제는 예산시장 재개장하기 이전에 평당 100만원이면 살 수 있던 가게가 지금 1천만원이 넘는 등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10평짜리 가게 매매가격이 1억3천만원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동네 주민들 사이에선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을 정도다.

이는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본래 낙후된 지역이 재개발과 상권 확장 등으로 활성화하면서 임대료가 상승해 원주민이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는 것이다. 실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기존 상인들이 장사를 접고 있다.

이들은 임대료가 1년 반 만에 4배 이상 뛰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야말로 폭등이다.

백 대표의 손맛을 물려받은 상인들이 떠나면서 음식 품질이 떨어져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도 줄 잇고 있다.

더 이상 예산시장을 찾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실제 SNS 등 온라인상에서 예산시장을 찾았다가 실망했다는 후기글이 넘치고 있다.

재개장 이전의 예산시장으로 되돌아가는 건 시간문제다.

가뜩이나 힘든 시기다. 고금리와 고물가 등 경기 불황으로 소상공인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어려움 속에 그나마 재개장 기회를 잡은 예산시장과 상인들의 노력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임대료 인상에 혈안이 돼 있는 건물주와 부동산 투기꾼들이 백 대표의 경고를 새겨듣길 바란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적극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김현주 사회에디터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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