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늦은 오후, 전일빌딩에서는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각 부문 수상자들은 물론 슈미트 독일 대사를 비롯한 많은 언론인과 광주 시민들이 참석했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모티브가 된 (고)문재학 군의 어머니가 참석해서 의미를 더했다.
대상 수상작인 '가자로부터 온 목소리(Voices of Gaza)'는 가자지구의 구조원과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알 자지라(Al Jazeera) TV를 통해 보여줬다. 인구 200만명의 가자지구에서 4만명이 죽었으니, 이는 광주의 인구를 기준으로 3만명, 한국 전체로는 100만명이 사망한 것과 같아 그 전쟁의 참상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수상자 4명 중 한 명인 마르완 알 사와프 기자가 이스라엘 폭격을 취재하던 도중 사망하는 등 이미 100명이 넘는 기자가 목숨을 잃었다.
뉴스 부문 수상작인 '가자봉쇄 안에서(Inside the Gaza Siege)'는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군 공습이 시작된 뒤 민간인과 공공시설의 피해, 응급 구조 상황을 다룬 보도다. 영상 기자이자 국제기구 현지 활동가로 활동하는 유세프 함마쉬가 영국 채널4뉴스를 통해 이를 보도했다.
특집 부문에서는 이란의 '히잡착용 반대시위'를 취재한 보도가 수상했다. 이 보도는 투옥과 즉결 처형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위대를 인터뷰하고 촬영하여 영국 ITV 뉴스 10에 보도한 네 명의 기자가 제작한 작품이다. 이들 중 한 명은 자기 이름을 공개하지 못 할 뿐 아니라, 2022년 시작된 이 시위로 2만 명 이상이 체포되고 5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통계는 탄압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이 시상식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은 다음과 같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광주항쟁이 조명을 받은 것은 힌츠페터를 비롯한 용기 있는 언론인 덕분이다. 그로 인해 광주는 외롭지 않았고,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었다. 이제 광주는 세계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
이 발언은 광주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는 군사독재 정권의 폭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그 당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비롯한 많은 기자들이 목숨을 걸고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렸다. 그의 용기 있는 보도로 인해 광주의 외침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고, 이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광주 시민들은 국내외 연대 덕분에 군사독재의 탄압 속에서도 외롭지 않았다. 이러한 경험은 광주가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현재 광주는 이 정신을 계승하며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 이들과 연대하고 있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이러한 광주의 노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상은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전하는 언론인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격려한다.
광주는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외에도 광주인권상, 광주민주포럼, 세계인권도시포럼 등 다양한 국제 행사를 통해 세계와 연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광주가 받은 도움에 대한 보답이자 세계 평화와 인권 증진에 기여하는 중요한 통로다.
광주는 더 적극적으로 '빚 갚는 일'을 지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국내 문제뿐 아니라 국제 문제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 MBC유튜브 조회수가 6천500회를 넘긴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무등일보가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국제 뉴스 보도와 함께 국내의 의미있는 국제행사를 적극적으로 보도해서, 시민들의 시야를 넓혀야 줘야 한다.
시민사회 역시 '무능 정권 퇴진 운동' 등 눈앞의 일 뿐 아니라 미얀마 민주화 운동,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참상 등 국제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광주비엔날레에서 이스라엘 파빌리온이 큰 반대 없이 문을 연 것은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이스라엘관이 문을 열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가자지구 학살에 대한 항의는 물론 이스라엘에 대한 살상 무기 수출 반대 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사회가 움직여야 한다.
지방정부 역시 지역 문제 해결에 투자하면서도 국제 민주와 인권 문제에도 인력과 재정을 투자할 여유를 가져야 한다. 특히 광주의 공공외교는 코이카 지원사업이나 단기간 방문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현지의 시민단체 또는 지방정부와 협력해서 지속적인 사업으로 확대돼야 한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 [독자권익위원 칼럼] 의료인 면허 박탈법은 온당한가 국회는 4월 27일 '의료인면허 박탈법'으로 알려진 의료법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간호사 협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단체와 여당에서 이 법안을 반대하고 여러 대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다수당의 힘으로 법안통과를 관철시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기간이 끝난 이후 5년간,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 이후 유예기간이 끝난 뒤부터 2년간 의사면허가 취소된다.여론이 말하는 의사면허 취소의 이유는 대체로 세가지 정도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한다' 또는 '같은 전문직인 변호사도 유죄판결 시 자격정지되는데 왜 의사는 처벌받지 않는가' '의사들은 자정능력이 없다' 등이다. 높은 윤리성을 가져야할 의사라는 직업이기에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다.첫째, 성범죄자와 강력범죄자 의사들이 버젓이 진료하는가. 그렇지 않다. 의사 성범죄 경우 현행법으로도 면허가 사실상 박탈된다. 아청법에 의해 모든 성범죄에는 최장 10년간 취업제한 명령이 내려진다. 그 기간 동안은 모든 의료기관에 취업이 불가능하고 개업도 할 수 없다. 장기간 징역을 선고 받을 만큼 강력범죄를 저지는 의사는 인신구속 기간 동안 진료를 못하게 되니 이미 성범죄자나 강력범죄자들이 일정기간 진료를 못할 안전장치는 준비돼 있다.중요한 것은 금고형인 경우다. 중범죄가 아닌 부주의만으로도 나올 수 있는 형량이다.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폐원으로 인한 임금체불만으로도 금고형은 가능하다. 또한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집회나 시위를 할 경우 해당될 수 있는 집시법 등으로도 금고형을 받고 면허취소가 될 수 있다.둘째, 변호사 같은 다른 전문직도 범죄시 자격이 정지되는데 의사는 왜 열외인가.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 변호사와 의사는 전문직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하는 일이나 성격이 다르다. 변호사는 법을 다루기에 범죄행위와 직무관련성이 있다. 집시법을 위반한 의사가 법 위반에 대한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집시법 위반 사실과 의사로서의 능력은 상관관계가 없다. 전문직군 간의 국가적, 사회적 피해 정도에 대한 비교 없이 단지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면허, 자격 취소를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변호사가 범죄를 저질러도 자격 자체는 유지된다. 변호사협회의 등록이 취소돼 개업을 못하는 것일 뿐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회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법을 다루는 직업이기에 엄격한 규제를 받는 변호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를 법적으로 같은 취급하는게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보다 세밀하게 범죄를 한정하는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고도 말했다.셋째, 의사들은 자정 능력이 없는가. 실제로 의사들은 비윤리적인 동료 의사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부의 범법 행위로 인해 의사 전체가 비난 받는 것으로 생각해 매우 비판적이다. 일부의 일탈이 전체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 이에 의협에는 전문가 평가제나 중앙윤리위 등 자정작용을 위한 기구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경찰이나 공무원이 의료행위의 윤리성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의사는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의사단체에 조사·징계 권한 뿐 아니라 면허 관리권한을 부여해 자율 정화할 수 있게 한다. 의료인 면허박탈법이 공표된다면 이런 자정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오직 법에 의한 처벌만이 능사가 될 것이다.2024년 어느 날, 이 도시에 단 한명 뿐인 흉부외과 교수가 밤새 수술 후 귀가하는 길에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크게 일으켜 금고의 선고유예형을 선고받는다. 환자들은 주치의를 잃게 된다. 너무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말자. 우리 부모의 주치의일 수도 있다. 김상훈 광주시의사회 법제이사·광주병원 내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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