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농산어촌 지역은 지금 인구 구조의 거대한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가 65세 이상 인구 비율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군의 경우 그 비율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25%를 돌파하며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군 지역 노인 가구 중 독거노인 비율은 전체의 30~4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급변 속에서 사회 모든 시스템은 빠르게 디지털화·비대면화되고 있다. 복지로, 정부24 등 온라인 기반의 지능형 행정 시스템이 대세가 되었지만, 정작 도움이 절실한 농산어촌 어르신들에게는 복잡한 스마트폰 터치와 인증 절차가 ‘디지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실시한 지역사회보장조사에 따르면 노인층의 복지 정책 및 서비스 ‘인지율’은 높게 나타나지만, 실제 혜택을 누리는 ‘이용률’은 현저히 낮다. 즉, 좋은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신청 방법과 절차의 어려움 때문에 복지 혜택에서 소외되는 ‘신청주의 행정’의 한계가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전달체계의 병목 현상을 극복하고 주민 곁으로 직접 찾아가는 ‘아웃리치(Outreach, 현장 지원)’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선진 해외 국가들은 일찍이 마을 단위 활동가 제도를 정착시켜 왔다.
일본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민생위원(民生委員)’과 ‘지역복지 현장 코디네이터’가 마을 단위에서 어르신의 안부를 살피고 행정과의 다리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커뮤니티 내비게이터(Community Navigator)’ 및 ‘커뮤니티 링커(Community Link Worker)’를 통해 복잡한 복지제도를 이웃 어르신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커뮤니티 건강 현장요원(CHW)’과 ‘커뮤니티 오거나이저(Community Organizer)’가 주민과 행정을 잇는 든든한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현장 맞춤형 복지를 펼치는 지자체들이 늘어나며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구례군에서는 ‘어르신 생활을 돕는 마을활동가’를 선발·배치하여 경로당 순회 상담, 복지서비스 신청 안내, 디지털 행정지원, 취약 노인 상시 모니터링 및 지역 자원 연계를 전담하며 어르신들의 든든한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강진군 역시 ‘마을돌봄활동가’를 양성해 경로당 거점 모니터링, 욕구 조사, 병원 동행 보조, 응급 상황 지원 등 비의료적 일상생활 지원을 촘촘히 펼치는 중이다. 충북 진천군은 은퇴 주민과 지역민을 ‘통합돌봄 서포터즈 및 마을돌보미’로 선발해 독거 어르신의 안부 확인과 복지 신청 절차를 적극 돕고 있으며, 강원 춘천시는 ‘온마을돌보미 및 마을돌봄 서포터즈’를 케어안심주택 및 마을 거점에 배치해 행정·의료·복지 서비스를 밀착 안내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활약하는 마을활동가는 단순한 안부 확인을 넘어 어르신의 디지털 행정 불편을 해소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 행정과 연결하는 핵심 매개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핵심 인적 자원으로 주목받는 이들이 바로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다. 은퇴를 맞이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축적된 행정 경험과 디지털 역량, 매끄러운 소통 능력을 두루 겸비하고 있다. 이들을 마을활동가로 채용하고 적극 육성하는 것은 노년층에게 가치 있는 지역사회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농산어촌 어르신들의 복지 접근성을 한 차원 높이는 훌륭한 상생 모델이 된다.
향후 마을활동가는 복지 서비스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지역 어르신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주창자(Advocate)’이자 마을 공동체를 다시 활성화하는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웃이 이웃을 돌보고, 숙련된 베이비부머 세대가 어르신과 행정 사이의 따뜻한 연결고리가 되어줄 때 농산어촌 지역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공동체로 Re-born 할 수 있다. 마을활동가가 만들어 가는 따뜻한 관심과 촘촘한 행정 지원이야말로 초고령사회 농산어촌의 내일을 환하게 밝히는 빛나는 희망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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