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정부는 두 개의 발표를 같은 날 내놓았다. ‘2차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이전 방향’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이다. 지역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앞엣것에 쏠렸다.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고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능이 연관된 기관을 집적 배치한다는 원칙이 제시되면서, 이미 16개 기관이 자리 잡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가 유력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광주특별시로서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같은 날 발표된 두 번째 문서도 우리 지역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109개 공공기관을 감축하기로 했고, 그 안에 여수광양항만공사가 포함됐다. 부산·인천·울산항만공사와 함께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묶여 정책과 기획 기능이 일원화되고, 기존 공사는 지역지사로 전환된다.
여기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짚을 필요가 있다. 기관이 지역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무소는 남고, 정부는 임원을 제외한 직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한다고 밝혔다. 옮겨가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본사라는 지위와 그에 딸린 결정권이다. 어떤 항로를 유치할지, 어디에 투자할지, 배후단지를 어떻게 개발할지를 정하던 자리가 다른 도시로 간다는 뜻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동부권에 본사를 둔 유일한 국가 공공기관이다. 지역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시에 이 발표에는 반대 방향의 기회도 들어 있다. 발전 5개사가 ‘한국발전’이라는 단일 법인으로 통합되는데, 광주특별시는 이미 그 통합 본사를 유치 대상에 올려두었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가 있는 나주에 통합 발전공기업의 본사가 더해진다면, 그것은 여러 기관을 나눠 받는 것보다 훨씬 큰 사건이 된다. 통폐합은 위협인 동시에 새로운 본사가 만들어지는 국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성적표는 무엇으로 매겨야 하는가. 몇 개 기관을 받아왔는가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에 본사를 둔 국가 공공기관의 수와 그 종사자가 얼마나 늘었는가, 즉 순증(純增)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유치 협상과 통폐합 대응이 하나의 테이블 위에 놓인다. 지금은 유치추진단이 서울을 오가는 동안 통폐합 대응은 해당 시·군이 각자 성명을 내는 방식으로 흩어져 있다. 통합 이전과 다르지 않다면 통합의 실익은 어디에 있는가. 받아오는 협상과 지키는 협상, 그리고 새로 생기는 통합 법인의 본사를 가져오는 협상은 같은 창구에서 하나의 논리로 이루어져야 한다.
광주특별시는 이미 유치 대상을 40곳에서 45곳으로 늘렸고, 최근 기업은행까지 건의했다. 그 가운데 농협중앙회와 한국공항공사 등 10여 곳을 핵심·전략 기관으로 추려 놓았다. 목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걸음이 더 필요하다. 지금의 우선순위는 ‘얼마나 갖고 싶은가’의 순서다. 여기에 ‘얼마나 가능한가’의 축을 겹쳐야 한다. 예컨대 IBK기업은행은 현행 중소기업은행법이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회의 법 개정 없이는 이전 자체가 불가능하고, 대구가 이미 유치 1순위로 공식화했으며 국책은행 노조는 지방 이전 저지를 선언한 상태다. 반면 농협·수협중앙회는 조합원 총회에서 1인 1표로 결정되는 구조여서, 법이 아니라 전국 조합원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전혀 다른 성격의 과제다.
난이도와 경로가 다른 일들에 같은 방식의 힘을 쓰면 어느 것도 얻지 못한다. 법 개정이 필요한 기관은 국회 대응으로, 조합원 구조인 기관은 전국 단위 설득으로, 부처 결정만으로 가능한 기관은 소관 부처 협상으로 나누어야 한다. 최종 이전 계획이 확정되는 올해 4분기 이전에 이 전략적 차등을 정리하고 시민에게 설명하는 일이, 목록을 한 곳 더 늘리는 일보다 중요하다.
‘몇 개’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에’다. 정부의 집적 배치 원칙은 구조적으로 나주 집중을 낳는다. 효율의 관점에서는 타당하다. 그러나 지금 광주특별시의 동쪽과 서쪽은 각각 다른 상실감을 안고 있다.
동부권은 유일한 본사 기관이 지사로 전환될 처지에 놓였다. 서부권은 36년을 준비한 국립의대를 1.3점 차로 놓쳤다. 전국 유인 도서의 41%가 밀집한 대표적 의료 취약지에서 나온 결과였고, 대통령이 별도의 지원책 마련을 지시할 만큼 상실감이 컸다. 광주특별시는 후보에서 제외된 지역에 대학병원급 의료 인프라를 포함한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공공기관 배치는 이 균형을 잡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 중 하나다. 에너지·농생명·데이터 분야는 나주 혁신도시로 집적하되, 항만·물류와 소재·화학 관련 기관은 여수·광양의 산업 현장과 묶고, 해양·수산과 공항·항공 관련 기관은 목포와 무안을 중심으로 한 서부권에 배치하며, 반도체·AI 기업지원 기관은 광주에 두는 방식이다. 이런 권역별 기능 분담 원칙을 광주특별시가 먼저 공표해야 한다. 중앙정부에 ‘우선 고려’를 요구하면서 정작 우리 안의 배분 기준이 없다면, 유치의 성공은 곧 내부 갈등의 시작이 될 것이다.
정부는 청사 신축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건물 임차 등을 활용해 내년부터 선도 이전에 착수하며, 멀리서 빨리 옮기는 기관일수록 지원을 두텁게 하겠다고 밝혔다. 즉시 입주할 업무공간과 주거를 갖춰둔 지역이 먼저 선택받는다는 뜻이다. 활용 가능한 건물을 목록화하고 이주 직원 가족의 주거·보육·학교 연계를 협의 가능한 형태로 준비해두는 일은 홍보보다 훨씬 실질적인 전략이다.
한 가지를 덧붙인다.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 30%는 지켜져 왔지만, 의무채용 인원은 2018년 6천여 명에서 2023년 2천4백여 명까지 줄었다가 최근에야 부분적으로 회복됐다. 기관들이 비율은 지키면서 채용 규모 자체를 줄인 결과다. 비율만으로는 청년의 몫을 지킬 수 없다. 이전 협약에 연간 채용 인원의 하한을 함께 담아야 한다.
1차 이전으로 우리 지역에는 16개 기관과 7천8백여 명이 옮겨왔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지방세입은 6천억 원 넘게 늘었고, 지역인재 채용은 4천 명을 넘어섰으며, 혁신도시 입주기업은 1천1백 곳을 웃돈다. 결코 작지 않은 성과다. 다만 이 숫자들은 유치가 확정되던 날이 아니라 그 뒤 20년에 걸쳐 쌓인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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