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라운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거대 담론과 정치적 셈법 넘어 '시민의 일상'을 짓다

@홍성운 광주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 입력 2026.06.18. 15:03
홍성운 광주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

“통합되면 광주로 모든 게 빨려 들어가는 건 아닐까요? 매일 타는 출퇴근 버스비는 하나로 묶이는지, 당장 시청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데 대체 어떻게 좋아진다는 거죠?”

지방선거를 치르던 어느 시민의 인터뷰였다. 어쩌면 투표장에 들어서면서, 마치고 나오면서 전남도민과 광주시민들이 여과 없이 고스란히 느끼던 이 지역 모든 주민의 공통된 목소리였는지 모른다. 선거가 마무리되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이 본격화하는 시점, 현장에서 마주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벅찬 기대보다 짙은 우려가 배어 있다.

40년 만의 재결합이라는 거창한 비전과 4년간 20조 원 규모의 특별재정 투입, 그리고 메가시티 조성이라는 청사진은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선거까지 치르고 큰 산을 넘은 지금, 정작 시민들이 묻고 있는 것은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나의 일상과 지역의 생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가’이다.

현재 통합의 민낯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부딪침이라는 건 알지만, 정작 안타까운 것은 절차적 정당성의 훼손이다. 선거 일정에 쫓겨 충분한 공론화 없이 진행된 ‘졸속 통합’은 차치하더라도, 출범을 앞둔 초대 통합의회 구성을 둘러싼 거대 여당의 일방적인 독주 논란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소수 야당과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배제된 “민주주의의 실종” 프레임은 새 행정부의 짐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선거 기간 동안 표심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수면 아래로 덮어두었던 ‘통합 특별시청(주 청사) 입지 선정’이라는 거대한 뇌관이 결국 터졌다. 광주권, 서부권, 동부권 간의 지역 이기주의와 세력 다툼이 본격화하면서, 통합이라는 무대가 제로섬 게임의 전쟁터로 변질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지지하는 당을 떠나서, 흔히 선거를 치르는 동안 지역민들이 가장 많이 듣게 되고 부르게 되는 단어가 있다. ‘우리’, ‘우리 지역’ 수많은 TV 토론회, 길을 가다 멈춰 서게 되는 후보들의 당찬 연설문 속에 수백 번 불리는 그 단어.

‘우리’ 그 두 글자로 많은 지역민은 너나없이 희망을 품고, 슬픔을 함께 어루만지기도 한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우리 지역’의 이름으론 저마다의 마음 한편에 응원과 격려를 담은 작은 방 한 칸을 내어주었다. 어쩌면 지금, 지역민들이 혼란스러운 것은 ‘우리’ 안에서 내 일상이 다시 행복할 수 있을지,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지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해법은 뭘까.

이러한 혼란을 없애는 첫 번째, 낡고 낡은 주도권 다툼을 멈추고 ‘시민 중심’의 행정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당장 다수당의 밀실 협의를 벗어나, 소수 야당과 각계 시·도민 대표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범시도민 협치 기구’를 재구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폭발 직전인 주 청사 위치 결정 역시 정치적 압력을 배제한 ‘독립적 공론화 위원회’에 맡겨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탈락 지역에는 특정 행정기관이나 산하기관을 대거 이전하는 등 확실한 기능적 보상책을 함께 마련하여 상실감을 달래야 한다.

동시에 행정과 경제가 광주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는 전남 지역의 ‘광주 집중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대도시형 기초자치단체와 농어촌 중심의 군 지역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자치 모델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며, 특히 독자적인 생활권을 형성한 동부권 등에는 별도의 발전 전략과 재정 지원 체계를 마련해 실질적인 균형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결국 통합의 성패는 인구 소멸 극복과 체감형 생활 인프라 구축에 달려 있다. 지역민들은 정치인들의 기구 개편 소식보다 ”내 버스비가 줄어드는가“, ”우리 동네에 큰 병원이 생기는가“에 대한 답을 원한다.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을 통한 필수 공공의료망 확충, 청년 유출을 막을 실속형 양질의 일자리 창출, 소외 없는 복지·문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그중에서도 지역민들이 통합의 혜택을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1호 정책은 ‘광역 교통 단일 요금제 및 통합환승체계’ 구축이다. 현재 광주(준공영제)와 전남(민영·공영제)의 상이한 버스 운영 체계와 막대한 환승 손실 보전금의 분담 비율을 두고 갈등이 거세다. 지자체 간의 셈법으로 겉돌고 있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통합 메가 교통공사’를 조속히 신설하여 운영을 일원화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가 약속한 20조 원 특별재정의 일부를 ‘교통상생기금’으로 전환하여 전남 시·군의 재정 부담을 덜고, 3단계에 걸친 순차적 도입으로 행정 구역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전남과 광주의 통합은 40년 만의 역사적 재결합이라는 거대한 하드웨어적 결합이다. 아무리 제도가 훌륭하다고 한들, 그 구성원 간의 신뢰와 유대감을 어떻게 쌓을 것인지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공감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통합특별시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화려한 메가시티의 수사나 특정 세력의 권력 독점에 있지 않다. 편리한 교통을 통한 접근성 확보, 고향에 돌아오는 지역 청년들, 어느 지역에 살든 소외당하지 않고 안전을 보장받는 ‘우리의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다. 정치적 이해타산은 제쳐두고, 시민의 마음을 먼저 통합하는 따뜻한 행정과 포용의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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