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라운지] 무투표 당선 가시화 80명, 전남광주특별시 민주주의의 경고음

@김영삼 광주전남김대중재단 사무처장 입력 2026.05.28. 14:26
김영삼 광주전남김대중재단 사무처장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 후보 등록 결과는 광주·전남 정치의 익숙하지만 불편한 현실을 다시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의 우위는 여전히 압도적이고, 상당수 선거구에서는 본선 경쟁보다 공천 결과가 사실상 당선을 결정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에서 무투표 당선이 가시화된 후보가 80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지역 민주주의에 주는 경고가 가볍지 않다. 이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 없는 선거가 늘어날수록 시민의 선택권은 줄어들고, 지역 정치는 시민보다 공천 권력에 더 민감해진다. 이번 선거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치러진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크다. 출발점부터 공천 독점과 무투표 당선 구조가 두드러진다면, 통합특별시는 시민주권의 새 출발이 아니라 더 거대한 일당 독점 구조의 연장이 될 수 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광주·전남에서는 63명이 무투표로 당선됐다. 2026년 후보 등록 결과는 그 우려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 전체 후보 등록자는 781명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무투표 당선이 가시화된 후보는 80명이다. 더 주목할 대목은 이들 가운데 79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이 강한 지역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구조가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물론 민주당에 대한 광주·전남 유권자의 지지는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다. 군사독재와 권위주의에 맞선 지역의 기억,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열망, 보수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 기반을 형성해 왔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지지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경쟁, 견제, 책임, 대안이 함께 작동할 때 건강해진다. 특정 정당의 우위가 장기화되고 공천이 당선을 결정하는 단계에 이르면 정치는 시민을 향한 경쟁보다 내부 권력 경쟁에 몰두하게 된다.

공천 과정의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역 선거구 단위에서는 수백 명에서 천 명 안팎의 조직화된 권리당원이 단체장과 지방의원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원 참여는 정당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조직된 소수의 선택이 일반 시민의 선택권을 압도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후보자는 정책 경쟁보다 권리당원 명부 확보와 조직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고, 시민은 이미 결정된 후보를 추인하는 관객으로 밀려날 수 있다.

여성 가점과 정치 신인 가점도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더 투명하고 일관되게 운영되어야 한다. 이 제도들은 다양한 인물이 정치에 진입하도록 돕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제도 환경은 달라졌다. 여성의 정치 참여는 과거보다 확대됐고, 각 정당 안에서도 여성 후보의 역량과 경쟁력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여기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광주 일부 광역의원 선거구에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서 다양한 후보가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도 일부 넓어졌다. 이런 흐름이 확대된다면 여성과 정치 신인의 참여 확대는 특정 지역을 별도로 지정하는 방식보다 공정한 경선 구조와 투명한 평가 기준을 통해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주에서 논란이 되어온 ‘여성 전략특구’ 역시 지금도 필요한 제도인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여성 정치 참여 확대라는 취지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미 여성 가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전략 특구가 중첩된다면 출발선의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여성 참여 확대의 후퇴가 아니라 제도의 재설계다. 규칙은 사전에 공개되어야 하고, 경선 이후 순위 조정이나 전략 지역 지정이 사후적으로 결합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시민사회의 역할을 다시 물어야 한다. 일본의 NPO가 지역 복지, 돌봄, 환경, 마을만들기 등 생활 현장의 공익서비스를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면, 한국의 NGO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권력 감시, 부패 고발, 제도 개혁, 인권 보호, 환경운동, 소비자 권익, 사회적 약자 대변의 현장에서 성장했다. 한국 NGO의 정치성은 특정 정당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권력을 감시하고 민주주의의 결핍을 메우는 공공적 정치성이었다. 한국 시민사회가 선거와 공천 문제를 말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을 깨는 일이 아니라 시민주권을 지키는 일이다. 따라서 광주·전남 시민사회는 더 무거운 책임 앞에 서 있다. 시민단체가 정치를 외면해서도 안 되지만, 특정 정당의 하부조직처럼 움직여서도 안 된다. 단체의 조직적 중립성과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구분하면서, 공공적 기준으로 권력을 평가하고 감시해야 한다. 현실적 대안도 필요하다. 민주당은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하고, 시민사회는 상설 공천감시기구와 시민평가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 때만 성명을 내는 방식으로는 독점 구조를 흔들기 어렵다. 4년 내내 지방의원과 단체장의 의정활동, 예산 사용, 이해충돌, 생활 정책 성과를 기록하고 공개해야 한다. 나아가 시민 공천과 시민후보 운동, 중대선거구제 확대, 기초의회 비례성 강화, 무투표 당선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공천 과정 외부 검증 장치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이번 선거의 큰 흐름은 상당 부분 예측 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금 시민에게 남은 과제는 이 현실을 한탄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민주당 독점 구조에 문제의식을 느끼면서도 보수정당 선택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유권자라면, 진보정당과 소수정당에 대한 전략적 선택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민주당을 부정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이 시민 앞에 더 책임 있게 서도록 만드는 민주주의의 압력이다. 지방의회 안에 다른 목소리가 존재해야 집행부를 감시할 수 있고 정책 경쟁도 살아난다. 한 정당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내부 견제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시민주권은 선거일 하루 행사되는 권리가 아니다. 공천의 문이 닫힌 뒤에도 시민의 선택은 남아 있다. “누가 공천을 받았는가”만 볼 것이 아니라 “누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가”, “누가 시민의 삶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진정한 시민주권 도시로 출발하려면, 첫 선거부터 의회 안에 견제와 다양성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 바로 그 선택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민주주의는 다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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