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라운지] 시민의 하루가 어떻게 바뀌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결정한다

@양동민 호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26.05.21. 13:34
양동민 호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광주·전남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낼수록, 통합 후 내 삶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은 깊어진다. 출퇴근길은 더 편해지는가? 아이를 맘 놓고 맡길 수 있는가? 병원을 찾아 헤매는 시간은 줄어드는가? 더 많은 청년들이 머물 수 있는가? 골목상권은 다시 사람들로 붐비게 되는가?

지금까지의 통합 담론은 주로 공급자 중심이었다. 행정 효율, 조직 개편, 예산 절감, 규모의 경제 같은 표현은 넘쳐나지만, 정작 시민의 생활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아질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빈약하다. 통합의 목표는 더 큰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살기 좋은 권역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광주와 전남은 이미 상당 부분 하나의 생활권이다. 광주에서 일하고 전남에서 사는 사람, 전남에서 생산하고 광주에서 소비하는 사람, 교육·의료·문화 서비스를 위해 두 지역을 오가는 시민은 너무 많다. 문제는 현실의 생활권이 제도와 정책의 생활권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통은 불편하고, 문화는 편중되어 있고, 의료는 불균형하며, 돌봄과 주거의 지역 간 격차는 크다. 시민은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행정은 아직도 따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통합의 방향은 분명하다. 경계를 없애는 수준을 넘어 시민이 체감할 생활 인프라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통의 통합이 우선이다. 통합도시를 말하면서도 여전히 통근과 통학, 병원 방문, 여가생활을 위해 긴 이동시간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 통합은 완성될 수 없다. 광역철도와 간선급행버스체계, 환승체계 일원화, 생활권 중심의 심야·광역 노선 확대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이동의 불편은 단순히 교통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일자리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문화 소비를 위축시키며, 상권의 체류시간을 줄이고, 결국 지역의 활력을 깎아내리는 구조적 문제이다. 통합은 시민의 이동권을 넓히는 방법 모색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청년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청년들의 지역 이탈은 단순히 일자리 부족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자리가 있어도 머물기 힘든 환경이 이를 가속화시킨다. 집값과 월세가 적정하고, 퇴근 후 즐길만한 것들이 있어야 하며, 이 지역은 미래를 설계하기에 충분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청년정책은 단편적인 일자리 지원금 제도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산업정책, 주거정책, 교통정책, 문화정책이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되어야 한다. 통합 광주·전남이 청년에게 제공해야 할 것은 “여기서도 괜찮다”는 소극적 위로가 아니라 “여기가 살기 좋은 곳이다”는 적극적 확신이다.

골목상권 회복도 통합과 떼어놓을 수 없다. 사람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동선과 경험을 따라 움직인다. 머무를 이유가 있어야 찾아오고, 편하게 오갈 수 있어야 소비가 이어진다. 광주의 원도심과 대학가 상권, 전남의 역사·생태·관광 자원이 따로 홍보되고 운영되는 방식으로는 시너지를 만들기 어렵다. 이제는 광주·전남을 하나의 생활·관광·소비권으로 묶는 전략이 필요하다. 주말마다 반복되는 일회성 축제가 아니라 시민과 방문객이 다시 오고 싶어지는 일상의 콘텐츠 확보가 필요하다. 통합은 대규모 개발의 명분이 아니라, 사람을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생활권 기반 설계여야 한다.

공공기관의 통합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관 수를 줄였다고 통합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이 더 쉽게 이용하고, 기업이 더 쉽게 접근하고, 지역 현장이 더 빨리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본부는 전략을 맡고, 현장은 서비스를 책임지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방식은 통합이 아니라 또 다른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 생활권이 넓어지는 만큼 서비스는 가까워져야 한다. 통합의 이름으로 서비스가 더 멀어지는 행정은 경계해야 한다.

결국 통합에 대한 평가는 거창한 수치가 아니라 시민 일상의 변화를 기준으로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출퇴근 시간이 줄었는가. 청년이 머물고 싶은가. 아이 키우기가 나아졌는가. 병원과 돌봄 서비스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 골목상권에 다시 불이 켜졌는가. 이 질문 앞에 분명한 답을 할 수 없다면 어떠한 특별법도, 어떠한 조직 개편도 시민을 설득할 수 없다.

통합의 목적은 큰 도시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더 가까운 생활권, 더 편한 이동, 더 머물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데 있다. 행정구역이 넓어졌다고 해서 지역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시민의 삶이 나아질 때 비로소 통합은 성공한다. 통합의 기준은 조직이 아니라 생활, 규모가 아니라 체감,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운영이어야 한다. 통합의 성패는 결국 시민의 하루에서 결정된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