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라운지] 수도권 일극체제 깰 거대 엔진 '초광역 산업동맹'을 켜라

@변장섭 전남대학교 지역개발연구소 부소장 입력 2026.04.16. 18:22
변장섭 전남대학교 지역개발연구소 부소장

2026년 전남광주특별시의 출범은 단순히 두 지방정부를 물리적으로 합치는 행정적 절차가 아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수도권 일극 체제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지역의 경제 생태계를 보호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동맹’이다. 그동안 광주와 전남은 지리적으로 한 몸이면서도 행정 경계에 막혀 파편화된 산업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칸막이 행정으로 인한 중복 투자를 과감히 정리하고, 두 지역의 자산이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산업적 승수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행정 통합의 명분이 주민의 편의라면, 그 실천적 동력은 결국 우리 지역의 먹거리를 만드는 산업의 융합에서 나온다.

통합특별시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현재 양 시·도가 가진 실질적인 산업 역량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직시해야 한다. 광주는 모빌리티와 가전을 축으로 한 첨단 제조 기지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광주의 제조업 생산액은 연간 약 32조 원 규모이며, 그중 자동차 산업이 약 13.5조 원(약 42%)을 차지하는 핵심 동력이다. 제조업 종사자 수는 약 6만 5천 명에 달하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식서비스업 고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6 광주 지역산업진흥계획」은 이러한 제조 기반 위에 AI 기술을 입혀 산업 전반을 고도화하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모빌리티, 가전, 광산업 등 기존 주력 산업에 AI를 접목하여 고부가가치화를 꾀하는 ‘AX(AI 전환) 실증’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남은 중화학 공업의 저력과 그린 에너지의 잠재력이 큰 곳이다. 전남의 제조업 생산액은 약 110조 원으로 광주의 3배가 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여수 석유화학단지(약 45조 원), 광양 철강산업(약 30조 원), 영암·목포 조선업(약 10조 원) 등 국가 기간산업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종사자 수 또한 10만 명을 상회하며, 최근에는 고흥의 우주항공과 화순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외연을 확장 중이다. 「2026 전남 지역산업진흥계획」은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하여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이차전지 소재와 첨단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는 ‘그린 에너지 기반의 신산업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제 광주의 지능형 기술과 전남의 풍부한 자원을 하나로 엮어, 지역 내에서 생산부터 실증까지 완결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첫째, ‘지상-해상-공중’을 연결하는 초광역 모빌리티 통합 실증벨트 구축이다. 광주의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센서 기술을 전남 고흥의 ‘국가 종합 비행성능시험장’ 및 나주 혁신도시의 전력 인프라와 결합해야 한다. 단순히 자동차에 국한하지 않고 전남의 강점인 드론(UAM)과 친환경 자율주행 선박까지 아우르는 ‘모빌리티 샌드박스’를 통합특별시 전역에 지정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는 정부의 미래 모빌리티 국가산단 추진 방향과 일치하여 대규모 국비 확보와 기업 유치에 매우 유리한 전략이다.

둘째, 이차전지 소재부터 전기차 생산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의 완성이다. 광양에서 생산된 이차전지 양극재와 음극재가 광주 빛그린 산단의 배터리 팩 공장을 거쳐, 광주 글로벌모터스(GGM)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즉시 탑재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지역별로 분절된 밸류체인을 통합하여 물류비를 절감하고 공동 마케팅을 전개한다면, 통합특별시의 배터리 및 전기차 산업 경쟁력은 수도권과 비교해도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셋째, AI가 관리하는 ‘그린 제조 시스템(AX+GX)’의 전방위 확산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전남의 석유화학 및 철강 산단에 광주의 AI 에너지 최적화 솔루션을 이식해야 한다. 데이터에 기반하여 전력 사용을 관리하고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지능형 친환경 산단’ 모델은 글로벌 탄소 규제(CBAM)를 넘어야 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실질적인 혜택이 될 것이다. 중기부의 ‘레전드 50+’ 프로젝트 등 이미 검증된 모델을 광역 단위로 확대 적용한다면 즉각적인 성과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넷째, ‘통합 산업 R&D 기금’ 운영과 융합형 인재 양성 체계 가동이다. 양 시·도가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산업 지원 예산을 하나로 통합하여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광주전남 통합 R&D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지역 거점 대학들이 참여하는 ‘연합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인재가 지역 기업에서 꿈을 펼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 인재야말로 통합특별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행정 통합의 성공 여부는 화려한 선언문이 아니라, 산업 현장의 파이프라인이 얼마나 견고하게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다. 광주의 AI 기술이라는 ‘지능’과 전남의 에너지·소재라는 ‘자원’이 결합할 때, 전남광주특별시는 비로소 수도권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글로벌 메가시티로 우뚝 설 수 있다. 출범 초기부터 ‘초광역 산업경제진흥원’과 같은 강력한 실행 기구를 가동하여 시·도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완전히 허물어야 한다. 우리 지역이 가진 잠재력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 성장의 새로운 표준을 세워나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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