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라운지] 통합은 줄이는 일이 아니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양동민 호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26.04.09. 17:40
양동민 호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될수록 우리는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통합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행정구역의 경계를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는 통합이라 부르기 어렵다. 진정한 통합은 중복된 기능을 줄이고, 분산된 역량을 모으며, 주민이 체감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광주·전남의 공사·공단, 출연·출자기관의 통합은 행정통합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현재 광주·전남의 공공기관 체계는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분절되어 있다. 문헌들을 통해 필자가 파악한 바로는 광주·전남의 공사·공단은 10개, 본청 출연기관은 35개에 이르며, 시군구 산하기관까지 포함하면 전체 기관 수는 약 120개, 임직원은 약 1만 2천 명, 연간 예산 규모는 약 3조 원에 달한다. 문제는 숫자 자체보다도 유사 기능의 기관들이 이원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산업·경제, 문화·관광, 연구·정책, 복지·사회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비슷한 사업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중복되어 실행되고 있고, 기업이나 주민 입장에서는 지원 창구가 나뉘어져 있어 행정 접근성이 떨어진다. 광주·전남 통합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분절된 구조는 예산 및 운영의 비효율로 이어진다.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마다 기획, 총무, 인사, 회계 조직을 별도로 두고, 유사한 사업에 중복 예산이 투입되면 결국 지역 전체의 정책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구조로는 수도권과의 경쟁은 물론, 중앙정부와의 협상에서도 광역 단위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제 광주와 전남은 “기관을 몇 개 줄일 것인가”라는 소극적 질문을 넘어, “어떤 기능을 어떻게 통합해야 지역 경쟁력이 살아나는가”라는 적극적 질문으로 논의를 전환해야 한다.

그렇다고 통합을 단순한 감축 논리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통합의 목표는 기관 숫자 줄이기가 아니라 기능 효율화여야 한다. 분야별로 그 성격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 예컨대 광주테크노파크와 전남테크노파크 같은 산업 지원기관은 광역 단위로 통합하되, 동부권과 서부권의 산업 특화 기능은 별도 거점으로 유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반면 사회서비스, 의료, 청소년, 평생교육처럼 생활밀착성이 강한 기능은 지역 접근성을 해치지 않도록 현장 조직을 촘촘히 남겨야 한다. 통합의 원칙은 획일화가 아니라 기능별 차등 재편이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사례는 일본 후쿠오카현의 본부-지부 모델이다. 후쿠오카현은 헤이세이 대합병 과정에서 1999년 3월 말 97개였던 시정촌 수를 2010년 3월 60개로 줄이는 대대적 재편을 시행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통폐합이 아니라, 의사결정과 자원 배분은 본부에서 일원화하고, 현장 서비스와 주민 밀착 업무는 지역 거점 조직이 수행하도록 하는 운영 원리를 정착시켰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조직과 전략은 통합하되, 주민과 맞닿는 창구는 남겨두는 방식이다. 예산·인사·전략은 본부가 맡고, 지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집행과 서비스를 책임지는 구조로 효율과 균형을 함께 확보할 수 있었다.

광주·전남 역시 이 모델을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산업·경제 분야는 통합본부를 두되 광주에는 AI·모빌리티, 동부권에는 에너지·소재, 서부권에는 농생명·바이오 기능을 맡는 지부를 두는 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연구·정책 측면에서는 광주연구원과 전남연구원의 통합을 통해 도시·산업·사회정책을 하나의 광역 전략으로 묶을 필요가 있다. 문화관광 분야는 통합 재단 체계로 효율을 높이되, 광주비엔날레와 국제수묵비엔날레처럼 이미 독자적 브랜드를 가진 사업은 전문성과 상징성을 살려 별도 운영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인력 조정은 강제해고가 아니라 자연감소와 전환배치 원칙 아래 추진되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 저항을 줄이고 통합의 명분도 지킬 수 있다.

결국 광주·전남 공사·공단과 출연·출자기관의 통합은 ‘빼기 행정’이 아니라 ‘재설계 행정’이어야 한다. 본부는 전략과 책임을 맡고, 지부는 현장과 주민을 지키는 구조라야 한다. 그래야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단지 면적과 인구를 합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과 문화, 연구와 복지의 역량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내는 진짜 통합이 될 수 있다. 통합의 목적은 기관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중복은 줄이되, 지역은 살리고, 서비스는 더 가까워지게 만드는 데 있다. 광주·전남 통합의 미래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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